시사, 상식

극단형(劇團形) 교육

道雨 2010. 4. 23. 12:34

 

* 여기에서 말하는 극단(劇團)은 연극을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극단을 말합니다.

 

 

                    극단형(劇團形) 교육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은 그 사회의 지향점을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웃 일본의 교육개혁이 눈길을 끈다.

일본은 심각한 재정적자 상황에서도 교육예산을 대폭 늘려 전면적인 아동수당을 도입했고 고등학교까지 사실상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스즈키 간 문부과학부상은 이런 정책 전환을 “공장형 교육에서 극단형 교육으로”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발간된 대담집 <콘크리트에서 아동들에게로>라는 책에서, 현재 일본은 문명사적 전환기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행복의 조건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깊은 커뮤니케이션임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가치관의 우선순위가 바뀐 이런 시대의 교육 목표는 부국강병이나 경제대국을 지향하던 과거 산업사회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주어진 일을 시키는 대로 잘해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창조적·협동적 문화활동을 담당할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극단형 교육’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극단이 감독·배우·무대장치·음향 등 다양한 부분이 협동해 작품을 완성해내듯이, 교육은 서로 다른 특기와 장점을 지닌 학생들을 키워내 그들의 창조적 협업을 통해 사회의 발전을 이뤄나가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극단형 교육’의 목표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소망에 따른 맞춤식 교육이다. 그러려면 국가가 학습내용을 강제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학습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검토하는 과목선택제 확대나 고교학점제 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제도다.

하지만 우리 쪽 제도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일제고사 탓이 크다.

 

일본은 획일적 일제고사와 다양성은 공존할 수 없다며 이를 폐지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는 제도의 상충이 빚을 결과에 대한 고민이 없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