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국 교육의 ‘피사 쇼크’

道雨 2010. 4. 26. 15:10

 

 

             한국 교육의 ‘피사 쇼크’

 

 

 

피사 평가 2위라는 한국 교육 ‘믿을 수 없다’는 국제적 반응
‘공부는 잘하나 부럽지 않고, 학생은 우수하나 행복하지 않아’

 

 

‘피사 쇼크’라는 말이 있다.

국제학력평가(PISA) 결과를 두고 왜 한국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 1위 핀란드에 이어 2위냐는 의문이다. 교육체제나 교육방식이 핀란드와 전혀 다른 한국의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 때문이다.

피사의 책임관리자인 베르나르 위고니에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공부를 잘하는 나라지만 결코 부러운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우수한 아이들이지만 행복한 아이들은 아닙니다.”

 

밤낮으로 ‘학교불빛’을 밝히며 공부하고 학원수강과 과외학습, 방학까지 빼앗기며 성적 올리기에 몰입하는 우리의 현실은 피사 평가 2위라는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평가절하한다.

핵심은 성적 자체가 아니라 ‘경쟁적인 교육’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교육풍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이 정당화되는 교육관, 서열화된 대학 진학을 위한 문제풀이의 획일적인 교육방식,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능가하고 사교육 없이는 대학 진학이 어려운 나라, 무쇠 같은 학벌신화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정글의 법칙과 적자생존의 가치관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억압적인 교육현실이 ‘피사 쇼크’의 슬픈 진실이다.

 

경쟁은 친구를 억누르고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시험 점수는 열등생과 우등생을 갈라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사교육비와 학원이 없어도 세계1위의 비결을 낳은 핀란드의 비결이다.

 

지역·학교별 성적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경쟁에 불을 붙여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나라, 자사고·특목고·자율고·기숙고·일반고·마이스터고를 줄세워 대학 서열화에 이어 고교 서열화를 부채질하는 나라,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들을 격리시켜 동종교배 교육방식으로 가르쳐야 공교육이 발전한다고 믿는 나라,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가 성적도 낮다는 황당한 거짓을 대서특필하는 나라인 한국에서는 경쟁이 곧 교육이다.

 

핀란드의 교육은,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서 가르치는 수준별 교육방식이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협동수업으로 가르쳐야 학력신장과 평등 및 공생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쟁은 스포츠에나 있는 것일 뿐 버려야 할 교육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어떠한가?

사교육비의 증가, 점수 경쟁의 압박감 가중, 지역간 교육격차의 확대와 고교 서열화 고착화, 성적순 줄세우기와 일제고사의 강행, 학급당 학생수 증가와 순회 겸임교사의 확대,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거대 과밀학급 양산, 학교와 교사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통제의 심화 등, 거꾸로 가는 정책들이 무한경쟁 논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언제까지 ‘피사 쇼크’라는 말이 한국 교육의 진실이 되어야 하는가.

 

<박명섭 전남 영광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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