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시대 최고의 문장가라면 ‘양사마’를 꼽는 이가 많다. <사기>라는 역사서를 남긴 사마천과 한나라 때 유행한 문장인 부(賦)의 대가 사마상여가 그 주인공이다.
사마상여는 무명 시절 지금의 쓰촨(사천)성 청두(성도) 인근 지역에서 생활했는데, 이곳의 갑부 탁씨의 딸을 아내로 맞는 당시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탁씨 집안의 잔치에 초대를 받아 간 사마상여는 주위의 강권에 못 이겨 거문고를 연주하게 된다. 분위기 넘치는 젊은 서생의 자태를 지켜보고 있던 탁씨 딸은 단번에 상여를 마음에 두게 되었고, 급기야 사람을 넣어 만남을 청한다. 상여 역시 격조 넘치는 자태의 여인이 마음에 들어 그날로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갑부 탁씨는 화가 나서 딸을 외면했고 두 사람은 술을 팔면서 신혼을 보냈다. 아내의 알뜰한 보살핌으로 상여는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고 마침내 당대 최고의 문장가가 되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대담한 프러포즈를 보낸 탁씨의 딸은 이름이 탁문군이었고, 당시 청상과부의 몸이기도 했다. 역사서 <사기>의 또다른 매력이다
‘사기’의 사랑 이야기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