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사기’의 사랑 이야기

道雨 2010. 11. 4. 16:02

 

 

 

              ‘사기’의 사랑 이야기
 
 
<사기>는 52만6500자나 되는 방대한 3000년 통사다. 따라서 남녀간의 이야기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궁중의 추문이나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화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사마천의 여성관은 상당히 진보적이었지만 그가 참고한 문헌들이 보여주는 보수적인 여성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기>에는 아주 귀하게도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한 대목 전한다. 더욱이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오늘날 보아도 대단히 파격적일 만큼 참신하다.

 

서한 시대 최고의 문장가라면 ‘양사마’를 꼽는 이가 많다. <사기>라는 역사서를 남긴 사마천과 한나라 때 유행한 문장인 부(賦)의 대가 사마상여가 그 주인공이다.

 

사마상여는 무명 시절 지금의 쓰촨(사천)성 청두(성도) 인근 지역에서 생활했는데, 이곳의 갑부 탁씨의 딸을 아내로 맞는 당시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탁씨 집안의 잔치초대를 받아 간 사마상여는 주위의 강권에 못 이겨 거문고를 연주하게 된다. 분위기 넘치는 젊은 서생의 자태를 지켜보고 있던 탁씨 딸은 단번에 상여를 마음에 두게 되었고, 급기야 사람을 넣어 만남을 청한다. 상여 역시 격조 넘치는 자태의 여인이 마음에 들어 그날로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갑부 탁씨는 화가 나서 딸을 외면했고 두 사람은 술을 팔면서 신혼을 보냈다. 아내의 알뜰한 보살핌으로 상여는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고 마침내 당대 최고의 문장가가 되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대담한 프러포즈를 보낸 탁씨의 딸은 이름이 탁문군이었고, 당시 청상과부의 몸이기도 했다. 역사서 <사기>의 또다른 매력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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