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잘못된 ‘연평도 도발’, 상황 악화는 막아야

道雨 2010. 11. 24. 11:55

 

 

 

    잘못된 ‘연평도 도발’, 상황 악화는 막아야
한겨레

 

 

남북
한이 어제 서해 연평도 일대에서 포격전을 벌였다.

 

남북은 그동안 북방한계선이나 휴전선 일대에서 간혹 총격전을 벌이거나 해상 충돌을 빚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해상이 아닌 육지를 겨냥해 포격을 가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사태를 확대시키지 말 것을 남북 당국에 촉구한다.

 

남쪽 군부대가 먼저 연평도에서 해안포 사격 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어제 사태는 북쪽의 선제 포격으로 시작됐다.

북쪽은 자신들의 영해로 사격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남쪽으로 전통문을 보낸 뒤 얼마 있다가 남쪽으로 해안포 사격을 가했다. 이에 남쪽도 북쪽 해안포 기지를 향해 대응 포격을 했다.

북쪽 포격으로 남쪽 장병 2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부상자도 나왔다. 민가와 숲이 불타기도 했다.

 

해상도 아닌 섬 안으로, 그것도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가리지 않고 공격해 인명 피해가 생기도록 한 북쪽 행위는 중대한 도발이다.

북쪽은 남쪽 군사훈련을 빌미 삼아 자위적 대응을 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그렇더라도 분명히 과잉대응이다. 정전협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이유로든 용인될 수 없다.

물론 북쪽 육상 지역에 대한 남쪽의 대응 포격으로 북쪽도 인명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는 남북 대화가 전면 단절됨으로써 초래된 불안과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북쪽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에 연연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북쪽이 남쪽의 훈련 포격을 두고 과잉대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남북 관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은 오해가 큰 오해를 부르고 작은 충돌이 언제라도 심각한 군사적 대결로 번져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서해 북방한계선과 휴전선 일대는 원래 화약고 같은 곳이다. 따라서 남북간 국지적 충돌 가능성은 늘 있었다.

하지만 전임 정부 시절에는 설령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비상대화 채널이 가동됐다. 그 결과 우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확산되기 전에 상황을 관리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위급간 비상소통 채널이 단절된 상태다. 이번 사태를 좀더 심각하게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남북 당국은 냉정과 자제를 되찾고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태가 악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당국은 북쪽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북쪽이 포격을 한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아는 게 상황 관리의 출발점이다. 이를 토대로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남북 군 당국자들이 오기를 부리거나 기세싸움을 벌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상황을 정확하게 통제하면서 군이 차분하게 대응하도록 이끌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