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다가오는 노인시대, 복지대책 문제 없나

道雨 2011. 8. 23. 15:45

 

 

 

[다가오는 노인시대, 복지대책 문제 없나](上)

 

 

                    건강보험

 
ㆍ“중증환자 본인부담 경감” -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

우리나라 의료·복지체계의 대변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암환자 등이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계속 악화되는 데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빈곤과 자살이 급증하는 등 복지체계를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자문기구인 ‘보건의료미래위원회(미래위)’를 출범시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수가제도 개편 등 대책을 논의해왔다. 또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자를 53%로 축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하나로시민회의)’ 등은 미래위 개선안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면서 “보장성 강화와 재정 확충을 위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의료·복지체계 변화에 대한 정부 대책과 시민사회 입장을 2회에 걸쳐 분석한다.
(1) 건강보험보장 강화

▲ 정부 추진안

미래위는 의료비 문제로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증이 아닌 암 등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차등화(20~90%)하겠다는 것이다. 중증·고액·입원환자는 본인 부담을 줄이는 대신 경증·소액·외래환자는 상대적으로 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본인 부담 상한액 개선안도 내놨다. 현재는 소득하위 50%(연간 200만원), 중위 30%(연간 300만원), 상위 20%(연간 400만원) 등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3개 구간을 세분화하고 본인 부담 상한액을 ‘소득에서 진료비가 차지하는 일정 비율’로 변경하기로 했다.

산정특례(암환자는 치료비 5%만 환자 부담) 제도는 본인 부담 상한제와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시민단체 분석

시민사회는 미래위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이다.

하나로시민회의 측은 “필수의료, 중증의료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기존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원칙을 되뇌는 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비보험 진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문제가 빠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진료비만큼이나 큰 부담을 야기하는 환자 간병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이 하나로시민회의 상임대표는 “경증·외래환자의 부담을 높여 중증·입원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안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라고 말했다.

하나로시민회의 측은 “본인 부담률을 다양화해서라도 비보험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의심스럽다”고 했다.

 

(2) 건강보험재정 확충

▲ 정부 추진안

2010년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 33조5605억원, 지출 34조8599억원으로 1조원 이상 적자가 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2015년에는 5조원, 2020년 17조원, 2030년 49조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2009년 2조2586억원이던 적립금은 2010년 1조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5000억원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위는 재정 안정화를 위해 ‘적정 부담-적정 급여’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가입자 부담 형평성 원칙에 따라 직장가입자라도 임대료 이익이나 이자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 다 합쳐 보험료를 높이 매기게 된다.

보험료는 매년 인상하되 국민부담 급증을 방지하기 위해 보장성 및 수가 인상 수준과 연계하는 재정운용 준칙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10년간 보험료율은 연평균 5% 인상됐지만 여전히 선진국보다 낮다.

또 인구 고령화와 의료수요 증가에 따른 국민의료비가 2010년 81조원(건강보험료는 35조원)에서 2013년 115조원(5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은 2012년 이후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 주류 건강부담금 부과 등 건보 재정 확충을 위한 부담금·목적세 신설은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 시민단체 분석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48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액 자산가인 직장인이나 피부양자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보험료를 실제 소득에 따라 차등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나로시민회의 측은 그러나 이 같은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 “생색만 내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연간 40조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감안하면 재정 확충 방안으로서의 의미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하나로시민회의 측은 “정부가 법적으로 국고에서 건보재정을 지원하고 매년 과소지원된 금액을 사후정산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는데도 이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료 징수 강화, 자격관리 강화 등 관리운영 효율화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이며 마른걸레 짜는 수준”이라고 했다. 오히려 “(관리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의료사각지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민들은 건강보험료의 2배나 되는 연간 30조원 이상을 민간의료보험에 쏟아붓고 있다”면서 “정부는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원칙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방도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3) 건강보험지불제도

▲ 정부 추진안

한국 국민 1인당 평균 입원·내원 일수는 2010년 현재 18.59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2일(2007)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입·내원 1일당 급여비는 2003년 2만1365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만5846원으로 67.8%나 증가했다.

미래위는 불요불급한 의료비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의료수가제도를 ‘포괄 수가제’로 고치기로 했다. 현행 수가제도인 ‘행위별 수가제’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마다 수가를 매겨, 진료횟수가 늘어날수록 병원이나 의사의 수입이 증가한다. 그래서 과잉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래위는 포괄 수가제를 동네 의원·병원에 1차적으로 적용한 뒤 종합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시민단체 분석

유럽 등에서는 미리 각 의료기관에 재정지출 한도를 정해놓고 건강보험 급여비를 지불하는 포괄 수가제를 택해 과잉진료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하나로시민회의 측은 “입원진료 지불제도 개편안은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외래진료 지불제도 개편은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정부 안이 동네 의원에 돈을 더 주는 정책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건강보험 지출 총액관리 등 핵심과제는 여전히 중장기 과제로 미루고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4) 의료인력·장비 관리

▲ 정부 추진안

미래위는 병상허가제 및 무분별한 고가 의료장비 도입 억제안도 내놓았다. 우선 중소형 병원 난립을 막고 의원·병원의 역할 재정립 차원에서 ‘병상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역별, 진료과목별 병상 목표를 마련하고 병상 신·증설을 심사하는 사전허가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동네 의원의 병상 설치를 억제하고, 종합병원은 병상 기준(산부인과·정형외과 등 병상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예외)을 300병상 이상으로 높여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고가 의료장비는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의료장비별 표준코드를 만들어 등록과 사용, 폐기까지 ‘생애이력’을 관리함으로써 노후장비 품질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농어촌·도서 지역 등 의료취약지역 내 지역거점 의료기관을 지정, 운영하고 의료안전망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공의 수련체계도 개편해 인턴제도를 폐지하고 레지던트 수련기간은 진료과목별로 차별화할 방침이다.

▲ 시민단체 분석

하나로시민회의 측은 “비효율적 병원의 난립을 막아 의료기관 간 역할을 정립하겠다는 방향은 맞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의원의 병상 설치를 금지하고 병원의 병상 규모를 300병상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의원, 병원, 종합병원 중에서 전체 병상의 40%를 차지하는 병원이 대상에서 빠진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미 과잉 공급된 병상의 적정화 방안이 빠져 있어 추가적인 병상 증가를 억제한다고 기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료취약지에 거점병원을 지정하겠다는 공공의료 확충방안에 대해서는 “민간병원의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공공의료를 대체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는 언급이 없고 공공의료의 역할을 의료취약지 진료로만 국한한 것은 결함”이라고 했다. 이 밖에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지역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 포괄 수가제·행위별 수가제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찰·검사·수술·투약 등 진료의 횟수와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를 포괄 수가제라 한다.

반면 행위별 수가제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그 횟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진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병원이나 의사 수입이 증가하는 만큼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유럽 등 의료 선진국은 대부분 건강보험 재정지출 한도를 미리 정하는 포괄 수가제를 택하고 있다.

 

 

 

 

 

[다가오는 노인시대 복지대책 문제 없나](下)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축소 논란

노인 빈곤율 45%… 연금 혜택 대상자 축소 논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인생 100세 시대 대응 국민인식 조사결과'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수명 연장은 축복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 축소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 방침이 '부자 노인에게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와 맞닿아 있고, 이는 무상급식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서울시 주장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은 무상급식과 별개의 개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맞춤형·선별적 복지를 외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비춰볼 때, 무상급식과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노인단체들은 "오히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 대상을 전체 노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한국 노인의 빈곤 실태

2050년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노인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추계한 결과,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이 2000년 7.2%에서 2050년 38.2%로 5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앞에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촉구하며 어르신 공경의 의미를 담은 카네이션에 물을 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 노인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0년 45.1%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13.3%)의 3.4배에 이른다. 2010년 기초생활수급자(141만1577명) 중 노인은 26.8%다. 하지만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103만명의 대부분이 노인일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노후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41.4%)과 건강문제(40.3%)였다.

노인 빈곤은 자살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복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의 60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00명을 넘고, 75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60명을 넘어선다.

■ 기초노령연금을 둘러싼 쟁점

2008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은 기초노령연금 급여율(국민연금가입자 월소득액의 5%)을 2028년까지 10%로 인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급여율을 매년 0.25%포인트씩 올리면 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난 3년 동안 급여율을 동결해왔다.

 

 

 

 

 

복지부가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를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2030년 53~54%까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현행대로라면 기초노령연금 총 지급액은 내년에 4조1400억원, 2028년에는 13조원으로 불어나 대상자 축소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나 자녀들의 부양을 받는 노인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는 것은 비합리적인 만큼 구조조정을 거친 뒤 기초노령연금 액수를 늘려 가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정부 안에 찬성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자의 소득을 최저생계비의 150%로 바꾸면 수급비율은 70%에서 54%로 줄어들지만 수급대상자의 절대 수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축소가 아닌 합리적 조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대상자를 소득 하위 80%까지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연금 급여율도 내년부터 매년 1%포인트씩 올려 2016년에는 18만원 수준인 1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한국의 낮은 국민연금 수급률(65세 이상 인구 대비 수령자 비율)과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수급액 비율)을 고려할 때 수급자를 축소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2020년 29.7%, 2030년 39.7%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떨어져 2020년 24.7%, 2030년 23.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노인 빈곤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 "불필요한 예산을 기초노령연금으로 돌리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인상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초노령연금

노인들의 최저생계를 돕기 위해 2007년 만든 노인복지제도다. 현재 대상자는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이다. 올해는 단독가구 기준으로 월 2만~9만1200원을 노인 371만명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액인 9만1200원(부부 기준 14만5400원)을 받는다 해도 2011년 최저생계비(1인가구 기준 월 53만2853원)의 20%에도 못 미쳐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