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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떠날 수 있을까

道雨 2011. 10. 6. 11:04

 

 

 

              삼성이 떠날 수 있을까 

 

한국과 같은 ‘재벌 천국’은 웬만한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법인세 실효세율은 16.6%로, 2008년 20.5%, 2009년 19.6%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법인세 명목세율 22%보다 5.4%포인트나 낮다.

각종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받아 기업들이 실제로 내는 법인세 부담은 명목세율보다 상당히 낮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과세 감면 혜택이 집중되는 대상은 재벌기업들이다.

필자가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2009년 법인세 감면세액 6조7000억원 가운데 40%가 넘는 2조7000억원이 전체 대상 기업의 0.0004%에 불과한 상위 47개 대기업에 돌아갔다.

이런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은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각각 11.9%와 16.5%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득권 세력들은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아 기업 해먹기 어렵다”고 떠든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대만(20%), 싱가포르(17%), 홍콩(16.5%)에 비해 높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법인세율은 200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22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이 법인세율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대부분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일본의 주요 기업인 소니와 도요타자동차 등은 30%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오히려 헝가리·체코·터키·슬로바키아·폴란드 등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들의 법인세율이 더 낮다.

오이시디 국가들 가운데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인데, 이들 나라는 심각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었다. 과도한 감세정책으로 유입된 투기자본이 부동산 거품을 부풀려 결국 심각한 금융 및 재정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기득권 언론들이 비교 대상으로 주로 언급하는 홍콩·싱가포르 등도 아일랜드나 아이슬란드처럼 법인세를 낮춰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먹고사는 도시형 국가들이다. 이런 예외적 사례를 들먹이며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에 가깝다.

 

 

사실 한국만큼 ‘재벌기업 해먹기’ 좋은 나라도 드물다. 현 정부는 서민들이 물가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수출 대기업들을 위해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재벌기업들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환율효과를 통해 사상 최대의 매출 잔치를 벌일 수 있었다.

 

또 어느 선진국에서 기아와 현대차라는 사실상의 단일 회사가 내수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신차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가격을 멋대로 올릴 수 있을까.

 

탈세가 적발될 경우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거나, 독과점과 담합을 벌일 경우 기업이 해체될 정도의 과징금을 물거나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삼성 같은 재벌기업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처럼 수십만명 직원을 거느리고도 ‘무노조 경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불과 1~3%의 지분으로 전 그룹을 지배하고 그룹의 자산을 개인 자산처럼 유용·횡령하면서도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을까.

 

지금 국내 재벌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초법적 특권을 법치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된 선진국에서 과연 보장받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한국과 같은 ‘재벌 천국’은 웬만한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삼성 등 재벌기업들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은 없다.

 

걱정 붙들어 매시라.

대신 국민경제를 희생해 재벌을 총력 지원한 탓에 고사해가는 산업생태계와 서민경제를 걱정하라.

재벌 총력지원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한국 경제는 질식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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