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안철수 1500억 환원…박근혜 정수장학회는?

道雨 2011. 11. 15. 17:35

 

 

 

 

  안철수 1500억 환원…박근혜 정수장학회는?

안철수-박근혜 '사회공헌도' 부각된다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500억 원 규모 사재 출연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이명박 대통령 표현을 빌리자면 "올 것이 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겉으로 말을 아끼고 있거나 "매사를 삐딱하게 보면 안된다.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박근혜 전 대표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는 평이 나오고 있지만, 속으로는 안 원장의 사재 출연을 '대권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그간 유력 정치인의 재산 환원은 등떠밀기 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전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한 뒤 질질 끌다가 2009년에야 자신이 보유한 건물 3채를 내 놓고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 이사진에는 이 대통령의 측근 및 사위가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도 자신의 사재 2000억 원을 범현대가(家)와 함께 '아산나눔재단'에 출연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상속받은 부를 토대로 재산을 쌓아왔었고, 2000억 원 출연에 대해서도 정 전 대표 재산이 약 3조 6000억 원(2011년 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에 비하면 '약하다'는 평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안 원장은 이번 사재 출연을 통해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정치적 입지강화한 셈이 됐다. 특히 4년 가까이 독주 구도를 유지해오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계기가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안 원장의 재산 환원과 관련해 지난 2005년, 2007년 두 차례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정수장학회 '환원' 논란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박 전 대표가 이사장을 지냈던 재단이다.

▲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 ⓒ뉴시스


정수장학회 환원 논란에 "어거지"라 답하던 박근혜

정수장학회는 5.16쿠데타 직후 62년 부산 지역 언론인 김지태 씨가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구속된 상황에서, 김 씨가 소유하고 있던 부일장학회와 부산일보사, 부산문화방송을 국가에 헌납토록 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당시 이름은 5.16장학회였고, 82년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정수장학회는 MBC 최대 주주이며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5년 자신이 10여 년간 이사장을 맡았던 정수장학회 이사장 직을 그만 뒀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5.16쿠데타 이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강탈 사건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자 박 전 대표가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며 이사장직을 던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유신 시절 그의 비서를 지냈던 최필립 씨를 후임 이사장으로 지목해 사실상 운영권을 놓지 않았다.

국정원은 진상 조사 결과 정수장학회의 전신, 부일장학회가 사실 '강탈'당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2007년에는 이 결과를 토대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1962년 국가에 '강제 헌납'된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재산을 원소유주에게 돌려주거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일장학회의 원소유주인 고 김지태 씨 유족들에게 소유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정수장학회는 결과적으로 국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던 박 전 대표는 이 권고에 대해 "어거지가 많다"고 맹비난을 했다.

박 전 대표는 "(정수장학회는)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이미 사회에 환원된 것"이라며 "또 환원하란 것은 어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수장학회의 설립 과정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전 대표의 측근 최필립 씨는 여전히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다,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운영권을 행사한다는 게 정설이다.

애초 설립 과정 등을 봤을 때 '사회 환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전 대표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육영재단 운영 문제도 심각하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지난 2005년 "육영재단은 고(故) 육영수 여사에 의해 기부출연된 재산에 의해 형성된 재단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체의 출연으로 만들어진 재단으로 차녀인 박근령과 그 측근에 의해 사유화된다면 이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불과할 뿐"이라며 재단 환수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육영재단은 박 전 대표가 육 여사 서거 이후 1990년까지 이사장을 맡았었다. 이후 동생 박근령 씨와 박지만 씨가 육영재단 경영권 등 문제로 분쟁을 이어왔고, 급기야 최근에는 이 분쟁과 관련해 박 전 대표의 5촌 조카들 사이에서 칼부림이 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이 기부 문화집중 조명하고, 정치권 인사들의 재산 출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및 공익 활동 관련 이슈들이 재조명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안 원장의 재산 출연이 알려진 14일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는 경북 구미를 찾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다음 날 안 교수의 기부 내용이 신문 1면을 차지할 때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릿빛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이 실렸다. 안철수와 박근혜의 이미지가 뚜렷하게 대비된 풍경이다.

 

 

/박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