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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아이젠하워의 경고, '괴물' 키우는 MB

道雨 2011. 11. 16. 19:08

 

 

 

 

  50년 전 아이젠하워의 경고, '괴물' 키우는 MB

 지구촌 평화 위협하는 실체는 군산복합체

 

2011년 봄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면, 가을 들어선 미국 뉴욕서울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시위가 벌어졌다. 1%에 속하는 부자들의 횡포를 비판하면서 경제정의를 요구하는 '99%의 시위'이다. 이들은 외친다. "1%의 탐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부자들에게도 과세하라"

99%의 외침 "전쟁을 중단하라"

뉴욕 월스트리트의 시위대들은 경제정의를 요구하는 구호와 더불어 "전쟁을 그쳐라"(End the War)라는 구호를 함께 외쳐댔다. 미국이 2001년부터 10년째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전세계 반미국가들을 겨냥한 패권지향적 군사적 강공책이 미국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 의식에서다.

브라운대 왓슨 국제관계연구소가 올 여름 내놓은 '전쟁의 비용'(Costs of War)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뒤부터 10년 동안 쓴 전쟁 비용은 어림잡아 4조 달러(최소 3조7000억 달러, 최대 4조4000억 달러).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 비용, 그리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미국 국채의 이자가 포함돼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비용을 들이며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1인당 4만6000달러, 우리 돈으로 5000만 원 가량의 빚을 떠안게 됐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지금 미국의 국가부채는 무려 14조 달러(2010년 12월 기준)에 이른다. 미국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 집권 시절에 아프간-이라크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쟁 비용을 적자예산(빚)으로 끌어당겨 쓴 것도 한몫했다.

▲ 전쟁이 터지길 기도하는 '전쟁목사'들은 전쟁쓰레기의 주범이기도 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 공습으로 파괴된 채 버려진 이라크 군사장비들 ⓒ김재명

부메랑으로 돌아온 10년 군사비 지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해마다 내는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 2011년도 판에 따르면, 미 국방예산은 2001~09년 연평균 7.4%씩 늘어나 10년 만에 국방비가 2배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와서도 국방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SIPRI가 집계한 2010년도 세계 국방비 총액 1조6000억 달러 가운데 미국의 국방비는 42.8%를 차지했다.(6980억 달러)

따라서 만약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국방비를 줄여나가면서 미국의 패권 확장을 위해 침략적인 전쟁들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빚더미 위에 올라앉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미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미국 요새(American fortress)를 지키겠다"고 10년 동안 늘려나간 군사비 지출이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경제 목줄을 찌른 모습이나 다름없다.

5대 군수업체들만 배불려

"전쟁이 나면 <CNN>과 군수업체들은 남몰래 미소 짓는다"는 말이 있다. <CNN>은 전쟁뉴스를 팔고 시청률이 올라가면 광고수입이 올라가서 좋고, 군수산업은 매출이 올라가고 덩달아 주가가 뛰어서 좋다. 인류 문명의 수치라고 할 전쟁과 유혈분쟁에서 뿌려지는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이 군수산업이다.

9ㆍ11 테러라는 비극적 사건 뒤에 미국이 벌인 군사적 강공책은 군수산업체에게 매출 증대라는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더라도 우리 미국을 지키겠다. 그래서 21세기 첫 전쟁을 이기겠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뒤 부시 대통령이 미 의사당에서 이런 연설을 할 때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돈이 곧 군수산업체를 배불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미국인들은 많지 않았다. 5대 기업(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럽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언)를 비롯한 미 군수업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국방예산의 절반이 넘는 3000억 달러 이상을 조달계약 형식으로 챙겨가고 있다.

아이젠하워의 경고, 군산복합체 괴물

지난 1961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거대한 군사기구와 군수 관련 대기업이 결합해 미국 사회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사회가 군산복합체에 끌려 다닐 위험성을 경고했다. 군 장성 출신인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재임기간(1953~61년)에 군수업체들의 로비에 따라 해마다 국방예산이 커지는 현상을 걱정했다.

21세기 패권국가 미국의 천문학적 국방예산 편성 뒤에는 군산복합체라는 무서운 실체가 도사리고 있다. 군부 지도자들과 군수산업체 소유 민간인 업자들 사이의 상호의존 체계를 가리키는 군산복합체는 21세기 미국을 지배하는 거대 세력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정치권과 언론계, 학계를 더해 '군산정언학(軍産政言學) 복합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아이젠하워의 경고가 나온 뒤로부터 50년 후 군산복합체는 패권국가 미국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주요 세력으로 등장했다. 군수산업체들은 잇단 전쟁으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지구촌 평화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미 국방정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군수산업은 미국 노동력의 2%인 22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출액 1위인 록히드 마틴은 의원(특히 국방위 소속 의원들)들과 펜타곤의 고위 민간관료들과 장성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펴오고 있다. 다른 메이저 군수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무기수출 세계 7위가 MB의 목표?

속사정을 알고 보면 국방비 지출 세계 12위인 한국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무기 수출 세계 7위를 국가 목표로 세웠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많이 수출하는 것이 결코 자랑스럽게 내세울 목표는 못될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 경기도 성남 비행장에서 열린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도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같은 기간 서울 종로의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린 제2회 평화군축박람회(10월 22~23일)는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박수를 칠 만한 뜻 깊은 행사였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평화ㆍ인권ㆍ환경 분야 17개 시민단체가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라는 주제로 연 이 박람회는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늘어만 가는 국방 예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핵무기와 핵발전소 등 여러 문제점들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마당이었다.

군축을 통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평화운동가들의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이 터지길 기도하는 '전쟁목사'들이 바삐 움직인다.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죽음의 상인'인 군수업자들도 '전쟁목사'들이다. 이들과 정치권과 군부를 잇는 끈끈한 연결고리는 지구촌 평화를 위협하는 무서운 실체다.

▲ 최근 서울 종로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제2회 평화군축박람회에는 지나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붐볐다. ⓒ김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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