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노 정권은 공무원 감찰, 현 정권은 김제동 사찰”

道雨 2012. 4. 3. 11:08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경찰에 ‘특정 연예인 명단’을 제시하며 내사를 지시했고 여기엔 방송인 김제동씨도 포함됐다고 한다. 엊그제 공개된 문건에는 9월 중순께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를 단독으로 면담해 이들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를 ‘하명’해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돼 있다. 다른 문건에는 10월 중순께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기사가 집중 보도됨에 따라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수사 중단이 필요하다고 민정수석실에 ‘비선 보고’했다고 적혀 있다.

김제동씨 등을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은 것도 그렇거니와 청와대가 직접 표적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즈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벌여 청와대에 보고한 것까지 고려하면 촛불시위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이나 단체, 인물을 겨냥한 불법사찰과 표적수사를 총지휘한 몸통은 역시 청와대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연예기획사 비리 수사에 들어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김제동·윤도현씨 등이 소속돼 있는 다음기획을 첫 대상으로 삼았고, 10월8일에는 이 회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그 나흘 뒤 김제동씨는 <한국방송> ‘스타골든벨’에서 갑자기 하차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엔 가수 윤씨가 역시 <한국방송>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개그우먼 김미화씨를 비롯해 여러 연예인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할 때마다 정권에 의한 외압설이 불거졌는데 뜬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경찰은 해당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경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최근 공개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보고서를 봐도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지원관실은 민간인들을 두루 불법사찰하면서 특히 한국방송 등 방송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엊그제 홍보수석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건의 80%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마치 ‘불법사찰’ 자체가 당연한 관행인 듯이 뻔뻔스런 태도로 나왔다. 그 뒤 트워터에서 이런 글이 나돌았다고 한다.

‘공무원 비리 감찰한 게 지난 정권, 김제동을 사찰한 게 이번 정권. 이번 정권은 공무원 감찰과 김제동 사찰을 같다고 우기는 중.’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 2012. 4. 3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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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당신이 왜 노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사회 보냐 말해
사찰은 사찰한 쪽에 물어보라…나는 내일만 할 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김제동(사진)씨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을 사찰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국가정보원 직원이 김씨를 직접 만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사회를 맡지 말도록 회유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2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둔 2010년 5월께 국가정보원 직원의 요청으로 두번 만난 일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만남은 일면식도 없던 국정원 직원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이 직원이 김씨가 살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로 두 차례 직접 찾아왔다고 김씨는 밝혔다. 이 국정원 직원은 김씨에게 1주기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보기로 했는지 물은 뒤 ‘왜 그것을 굳이 당신이 해야 하느냐. 당신 아닌 다른 사람도 많지 않으냐’며 사회를 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러나 김씨는 예정대로 그해 5월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 콘서트 사회를 맡았다. 김씨와 친분이 두터운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이날 트위트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여러 경로로 김제동에게 ‘자중’(?)하길 권했다”고 밝혔다. 김씨를 찾아온 국정원 직원은 예능 담당 요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동씨는 2009년 9월의 경찰 사찰 의혹에 대해선, “사찰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 무렵 <스타 골든벨>(한국방송2) 등의 진행자 자리에서 석연치 않게 물러난 것이 경찰 사찰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쪽에 물어보라. 나는 내 할 일만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거기(사찰 문건)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뭘 조사했는지도 모릅니다. 그쪽에서 한 일이 정당한 건지 아닌 건지는 그쪽이 더 잘 알겠죠. 전 잘 모릅니다. 전 잘 살고 있습니다. 전 제 일을 할 테니 그쪽은 그쪽 일을 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걸 통해 피해를 받았거나 그런 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김제동씨를 사적으로 알고 있는 직원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사적인 접촉이 있었다면 국정원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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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파업에도 관심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 거리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동안 파업 중인 춘천지역 <한국방송>,<문화방송>노조원들이 손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춘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총선 이슈 분석] 불법사찰 파문
여당 적반하장에 “저래서 안돼”
“보수층 15%도 후보 바꿀 뜻 비쳐”
한쪽선 “측근비리 폭발력만 못해”

인천에 사는 지방 공무원 김아무개(50)씨는 2일 아침 동네 건강센터에서 운동을 한 뒤 50~60대 회원들과 4·11 국회의원 선거 얘기를 했다. 한 고참 회원이 이런 말을 했다.

“주말에 아들 부부가 다녀갔는데 아무나 찍어도 되지만 제발 한나라당(새누리당)만 찍지 말라고 했어. 민간인 사찰을 해놓고 거꾸로 노무현 정부 때 더했다고 나서는 걸 보고 ‘저놈들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건강센터 회원들은 대부분 여당 지지 성향이다. 민간인 사찰 파문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이 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 같다고 여러 사람이 걱정을 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4·11 총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전문가들은 사안 자체보다도 사안을 다루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특히 이번 사건의 여파가 수도권 접전지역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1당’을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기 시작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1일 조사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조차 15% 정도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드 미디어를 보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이 방어를 잘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심층조사를 해 보면 팽팽했던 여야의 균형이 무너지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30여곳 경합지역에서 막판에 어차피 엠비심판론과 에스엔에스 캠페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는데 이번 사건이 이를 앞당기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한쪽으로 비켜 서 있고 박근혜 위원장이 전면에 나섰던 총선 국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역공을 취하기 위해 정치주체로 다시 나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권심판론이 일정부분 다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현 정권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야당에 실망했던 수도권의 무당파 중도층에 ‘심판 정서’를 상기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문은 부산·경남에도 번지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 뷰’ 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부산지역은 박근혜 위원장이 방문하면서 여야 후보가 14%p 이상 격차가 나다가, 민간인 불법 사찰로 인해 6%p 차이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새누리당 안에서는 “대형 악재지만 야당이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한 편이다. 청와대와 박근혜 위원장의 ‘되치기’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신문들조차 2일부터 “참여정부 시기의 자료는 민간인 사찰 자료가 아니라 경찰의 비위 감찰 자료”라고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청와대와 박근혜 위원장의 역공은 논리적 근거를 잃고 있다. 기본적인 상황을 잘못 파악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이 발굴해 낸 쟁점이 아닌 탓인지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처럼 분노를 촉발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여권이 ‘사과하고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맞불놓기’ 전술을 선택하면서 20~30대 유권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며 “에스엔에스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분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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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용 "잔인한 압력에 굴하지 않은 김제동, 존경스럽다"

 

"국정원이 사찰했다면 김제동 두렵고 떨렸을 것"

 

전우용 역사학자는 2일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국정원 직원이 직접 방송인 김제동씨를 만날 정도로 전방위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남을 웃겨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마음에, '공포와 불안감'을 심어 놓은 짓은 가수의 목을 칼로 찌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질타했다.

전우용 학자는 트위터를 통해 "경찰과 국정원이 김제동씨를 사찰했다는군요"라고 개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간첩 잡는 국정원이 김제동을 사찰했다면, 김제동은 자기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렵고 떨렸을 겁니다"라며 "그 극한의 상황에서도 남을 웃겨야 했으니, '감정 소모'의 정도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잔인한 압력에 굴하지 않은 김제동씨가 존경스럽습니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박태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