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민간인 사찰기관 수장들, 국회의원 배지 단다

道雨 2012. 4. 5. 15:09

 

 

 민간인 사찰기관 수장, 국회의원 배지 단다

 

김회선 전 국정원2차장,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 '여의도' 입성 확실시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김회선 변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지난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임명됐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담당 업무의 총괄 책임자다. 

2008년 7월 한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BBK 민사소송 재판과 관련해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판 진행상황을 묻는 등 재판에 관여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그해 8월에는 국정원 국장급 관계자가 신재민(구속)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주재한 '종교 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9월에는 국정원이 노동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내용을 노동부로부터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당시 야당은 "공안통치가 부활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해명을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책임을 노동부에 미뤘다. 국정원 직원의 손길은 행정부, 국회, 법원까지 전방위적으로 미쳤다. 

직원 뿐만 아니라 김회선 2차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김회선 2차장은 2008년 8월 11일 서울 강남의 모 호텔에서 열린 '언론대책회의'에 참석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이 '비밀회동'에는 당시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비밀회동'에서는 정연주 당시 KBS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대책을 포함한 정권의 언론장악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밀회동' 참석이 문제가 되자 김회선 2차장은 국회 정보위에 나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려고 20~30분 정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에는 이런 말도 했다. 

"한국 내에 친북좌익 세력 척결 없인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당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활동가 구속에 대해 국정원을 항의방문한 권영길.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과의 공식 면담 자리에서 김회선 2차장은 "실정법이 있는 한 충실히 하는 것이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발언이 논란이 되고 민주노동당이 김 차장을 고소하자 국정원은 "김 차장이 그런 얘기를 한 건 맞지만, 원론적인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2009년 2월 물러난 김회선 전 차장은 그해 10월 김앤장으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청와대.내각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김 전 차장은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후보군에 올랐다.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은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 초대 기무사령관을 맡았다. 당시 김종태 육군 교육사령부 부사령관(소장)은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례적으로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뒤 중장으로 승진했다. 김종태 전 사령관은 류우익 당시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사촌 사이로 둘 다 경북 상주 출신에 상주고를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동향 사촌 잘 둔 덕에 갑자기 요직에 발탁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김종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4월 청와대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김종태 국군기무사령관에게 수치를 매어주고 있다.


취임 뒤 김종태 전 사령관은 참여정부에서 폐지됐던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정례 대면보고를 통해 매달 이 대통령과 만났다. 대통령 대면 보고에서는 군내 첩보와 주요 현안 등 기무사가 수집한 정보가 전달된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는 김대중 정부 때까지 매달 한차례 이뤄졌으나, 참여정부에선 '정보기관 제자리 찾기'의 일환으로 국방장관을 통한 간접보고로 바뀌며 폐지됐으나, 5년만에 부활된 것이었다. 

또한 김 전 사령관은 취임 열흘만에 참모장, 사령부 1·2·3처장과 국방부 기무부대장 등 핵심요직 인사를 단행했는데 인사와 조직관리 등을 책임진 참모장에는 자신이 교육사령부에 근무했던 시기 시험평가단장 출신인 준장을 임명했다. 기무사령관과 참모장이 모두 기무사 근무경력이 없는 인물로 채워지기는 3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김 전 사령관은 TK 군인맥의 정점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태 전 사령관 재직 시기 기무사는 유난히 민간인 사찰 논란이 자주 불거졌다. 지난 2008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은 "기무사가 비영리 사단법인인 군인공제회에 4급 1명과 준위 1명, 헌병대는 준위 1명을 파견.상주시키고 있고 심지어 사무실까지 무상으로 쓰고 있다"며 "기무사 요원들이 현역 군인이 한 명도 없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군인공제회 같은 기관에 나가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고, 대간첩·대전복·대테러 같은 기무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이진삼 의원은 "국방부는 군 수사기관이 군인공제회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사찰이나 첩보 활동을 하는 것을 엄중히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국회에 출석한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대통령령에 따라 군 관련 기관, 국방장관령에 따라 국방장관 관할 기관에 대한 관련 첩보를 수집해 국방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며 맞섰다.

2009년 8월에는 기무사 요원들이 민간인을 사찰한 내용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공개된 기무사 신모 대위가 찍은 동영상에는 자영업을 하는 엄모씨의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과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 일상이 담겨 있었다. 약국을 운영 중인 엄씨 아내가 약국 안에서 일하는 모습도 찍혔다. 당사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가정파괴범 아니냐"고 반발했다. 기무사 요원 신 대위의 민간인 사찰 내용에는 2009년 8월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 관련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신 대위의 수첩에는 날짜별로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 사찰 대상자들의 거주지·사무실 위치와 출입시각, 함께 식사하거나 투숙한 인물, 자동차 등록번호 및 차종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지난해 1월 "위법한 행위로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했으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 배상 판결을 내렸다. 

김종태 전 사령관은 지난 2010년 4월까지 기무사령관으로 근무한 뒤 전역했다. 

김종태

새누리당 4.11총선 경북 상주 후보로 출마한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

최근 드러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내용에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등장한다. 민주통합당이 공개한 원충연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수첩에는 "BH(청와대).국정원.기무사가 같이 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국정원 직원과 기무사 요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도 등장한다. 정치권에서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을 이정도로 했으면, 수사권한이 있고 인력이 방대한 국정원.기무사는 어느 정도였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4.11총선 공천에서 김회선 전 2차장을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공천했다.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은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 현역인 성윤환 의원을 국민참여경선에서 제치고 공천을 받았다. 최근까지 공개된 모든 여론조사를 보면, 두 사람 모두 야당과 무소속 등 상대 후보들보다 두 배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 청문회를, 새누리당은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눈앞에 둔 사찰기관의 전직 고위직들은 웃고 있다. 

[ 조태근 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