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살육의 부메랑, '육식 질병'이 사람을 공격한다!

道雨 2012. 12. 8. 10:58

 

 

살육의 부메랑, '육식 질병'이 사람을 공격한다!

[구제역 대학살, 2년] 대량 생산, 대량 섭취, 대량 질병

 

 

 

2010년 11월 29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구제역으로 9000마리의 소, 돼지 생매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무려 1000만 마리에 달하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이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를 이유로 이른바 '살처분'을 당했다. 그 중에는 단지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가축들도 부지기수였다.

수천 마리의 소, 돼지가 생매장이 되는 아비규환을 보면서, 또 그렇게 매장된 가축들이 썩으면서 내뿜는 침출수가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인간의 욕망'의 가장 어두운 면을 환기했다. 그리고 공장식 축산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증가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작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반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한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집약되는 대통령 선거 중에도 어떤 후보, 정당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공론화하지 않는다. 구제역과 소, 돼지의 절규는 이렇게 잊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29일 녹색당과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 소송'에 나섰다. 이 시민 소송은 2년 전 구제역이 유행하던 당시 고통을 받았던 농민들을 원고로 하는 민사 소송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이뤄진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한국 최초의 소송이다. (☞
원고 모집 바로 가기)

이들은 29일 기자 회견을 시작으로 2013년 1월까지 시민들을 상대로 원고 모집에 들어가, 이후 민사 소송과 헌법 소원 제기, 동물보호법 개정안 국회 발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 계획에 맞춰 <프레시안>은 녹색당, 카라와 공동으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한국동물보호연합


 

지금까지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은 주로 가축에 대한 가혹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다. 밀집 사육과 이빨·부리·꼬리 자르기, 거세 등의 신체 훼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의 도축 그리고 구제역 파동에서 생생히 지켜본 가축의 생매장 등. 이윤의 논리로 정당화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가혹한 행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가 공장식 축산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지금과 같이 방치하면 국민의 건강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그로 인한 의료비 부담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 차원에서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건강 상태

우리나라 국민의 50퍼센트는 암과 순환기계 질환(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질환별 사망률이 집계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2배 증가했고, 허혈성 심장질환과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각각 11.8배, 4.7배 증가했다. 불과 30여 년 사이에 질병 양상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2011년 기준).

무엇이 이런 변화를 초래했는가? 이 물음은 매우 중요하다. 이 물음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하면,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국민 의료비 중장기 전망>을 보면, 2011년 현재 91조 원에 달하는 국민 의료비가 2025년이면 419조 원으로 4.6배 증가하는 것을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비 폭등은 전체 의료비의 32.1퍼센트를 국민들이 부담하는 현 국민건강보험 체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본인 부담 수준)에서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보건의료 지출이 가구 가처분 소득의 40퍼센트 이상을 넘는 경우를 '재난적 의료비'로 정의하는데, 2007년 현재 전체 인구의 2.7퍼센트가 이런 '의료적 재난' 상태에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2000년 1.6퍼센트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많은 수의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가족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비 폭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파산을 막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암, 고혈압, 당뇨병, 뇌심혈관질환과 같이 의료비 폭등의 주범들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개인의 부담을 덜고, 의료 시스템에서 낭비적 요인을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의료비 폭등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흡연과 음식에 의해 전체 암의 각각 32퍼센트와 30퍼센트가 발생한다. 단일 요인으로 음식은 흡연(32퍼센트)과 비슷한 수준의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관련된 정부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하다. 먹을거리를 국민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식품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정부의 금연 정책으로 1970년대 남녀 각각 80퍼센트, 10퍼센트 대에 이르렀던 흡연율이 2011년 남녀 각각 39퍼센트와 1.8퍼센트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암의 32퍼센트를 발생시킨다는 흡연이 이렇게 급격하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암 발생은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암은 연간 3.4퍼센트씩 증가했고, 남성에서는 대장암과 전립선암이 각각 6.7퍼센트, 13.2퍼센트, 여성에서는 유방암과 대장암이 각각 6.3퍼센트, 5.1퍼센트씩 매년 증가하면서 암 발생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암은 식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통계 수치들은 흡연율 감소로 인한 암 발생 감소분을 압도할 정도의 심각한 요인이 암 발생 증가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요인이 음식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먹을거리의 변천사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먹을거리는 어떻게 변했는가? 한국영양학회의 자료를 보면, 1969년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체 열량의 80퍼센트를 탄수화물에서 얻고, 단백질과 지방을 통해서는 각각 13퍼센트와 7퍼센트씩의 열량을 얻었다. 2005년엔 탄수화물을 통해서 얻는 열량이 전체의 64퍼센트로 감소하고, 단백질과 지방을 통한 열량 섭취가 각각 16퍼센트와 20퍼센트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하루 30~70밀리그램에서 323밀리그램으로 5~10배가량 증가했다. 콜레스테롤은 육류, 어패류, 알류, 유제품에만 있는 성분으로, 지난 40여 년간 콜레스테롤 섭취가 5~10배 증가했다는 것은 이들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5~10배 증가했음을 뜻한다. 또한 섭취가 증가한 단백질과 지방도 대부분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라는 것을 뜻한다.

지난 40년간 사육 가축 수는 육우 2.3배, 젖소 17.9배, 돼지 8.8배, 닭 6.3배 증가했다. 반면 사육 농가 수는 급격하게 감소해 축산업의 공장식 밀집 사육화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표1). 1970년대 이후 동물성 식품 섭취의 급격한 증가는 이러한 공장식 축산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가축 사육 현황.(단위 : 1000) ⓒ통계청


공장식 축산 도입과 동물성 식품 섭취의 급격한 증가는 건강 상태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했다.

1979년 1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던 초등학생 비만율은 1990년대 이후 8~9퍼센트대로 급격히 증가했고, 1971년 1.5퍼센트에 불과했던 당뇨병 유병률은 1990년대 이후 7~10퍼센트로 5~7배 증가했다.

성인의 3분의 1은 키에 비해 지방이 과도하게 많고, 4분의 1은 복부에 지방이 과도하게 많다. 혈압이 정상인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 혈중 지질이 정상 범위인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소아비만은 특히나 위험한데,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외에, 여아의 경우 초경을 앞당기고, 여성 호르몬 농도를 증가시켜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여성들의 초경 연령은 10년에 0.68년씩 급격하게 낮아졌다. 1920년대 출생한 여성들은 16.9세에 월경이 시작됐지만, 1980년대 출생한 여성들은 13.8세에 월경이 시작됐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은 12살에 초경을 경험하고 있다.

초경이 이른 여아들은 체중이 많거나 칼로리 섭취가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여성들의 급격한 초경 연령 저하는 급격한 유방암 증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 출생 연도별 초경 연령의 변화. ⓒPediatr


야생동물과 공장식 축산 가축

물론 과거에도 인간은 동물을 먹었다. 수렵과 채집으로 식량을 마련했던 구석기 시대부터 농사를 짓고, 농사에 가축을 활용했던 최근까지도 인간은 동물성 식품을 섭취해왔다. 하지만 구석기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식량 생산량이 지금처럼 풍족하지 못한 근대 이전까지 인간은 지금과 같이 동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할 수 없었다. 사람이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농사에 필요한 최적의 수 이상으로 가축을 키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키워봤자 인간이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와 인간이 먹지 않는 식물을 먹고 자라는 동물들을 조금 여유 있게 키우는 정도였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인간의 필요가 아닌 이윤을 위한 생산이 정착되면서, 가축을 기르는 것도 농사와 상관없이 최대 이윤을 얻기 위한 방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최극단이 현재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다.

이제 가축들은 열심히 먹어도 몸무게가 잘 늘지 않는 풀을 더 이상 먹지 않고, 인간이 먹을 수도 있었던 곡물을 먹게 됐다. 그리고 더 빨리 체중을 불리기 위한 방법으로 동족이나 다른 동물들의 신체 일부를 '사료'라는 이름으로 먹게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가 먹는 육류는 더 이상 과거 세대가 먹던 육류가 아니게 되었다. 야생동물이나 자유롭게 풀을 먹던 과거의 가축들은 지방함량이 4~5퍼센트 수준으로 낮은데 반해, 공장식 축산 가축들은 지방함량이 20~30퍼센트에 육박한다.

과거의 동물들은 광합성에 필요한 오메가-3가 풍부한 풀이 주식이었기 때문에 지방함량은 적지만 지방 중 오메가-3등 불포화 지방의 비율이 공장식 축산 가축보다 5배 이상 많다.

때문에 과거에는 동물성 식품을 먹었어도 지금과 같은 급격한 건강 영향이 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과지방의 동물성 식품

현재의 동물성 식품은 전체 칼로리의 40~60퍼센트가 지방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그 지방의 상당 부분이 포화지방이다. 이는 최대 이윤만이 목적인 공장식 축산의 당연한 결과이다.

공장식 축산의 목적은 최단기간에 가축의 몸무게를 늘리고, 투입 사료 대비 체중 증가율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가축을 도축해 최대이윤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축의 먹이는 지방으로 쉽게 저장되는 곡류와 지방이어야 한다.

그리고 현대의 축산업자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가축을 성장시키기 위해 항생제가 됐든, 성장호르몬이 됐든, 동족이나 다른 동물의 사체가 됐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축에게 먹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이런 공장식 축산의 산물인 육류를 비롯한 여타 동물성 식품을 먹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근육세포 사이사이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혈액의 점도가 올라가면서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태의 최종작용으로 뇌심혈관질환과 암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암과 뇌심혈관질환이 좀처럼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는 이런 공장식 축산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최단 비용으로 최대 생산량을 내기 위한 현재의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과도한 동물성 식품 섭취 또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질병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가 나서서 축산을 이윤을 위한 '산업'이 아닌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식품 생산'으로 보고, 이 식품이 최대한 안전하게 생산되도록 관리할 때가 됐다.

가장 안전한 '식품' 생산 방법은 가축을 가장 인도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과거에 자연 상태에서 자랐던 방식대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동물에게도 행복하고 인간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이의철 베지닥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