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뿐 아니라 심리정보국도 조사해야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가 여직원 김아무개씨를 오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대선 관련 글 94건에 대해 추천·반대를 눌러 의견을 표시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16일 심야에 중간수사결과라며 사실상 무혐의에 가까운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자세한 혐의는 수사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찰이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 소속의 윤정훈 총괄팀장이 주관한 불법 댓글 사건으로 위기에 놓였던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경찰의 중간발표를 계기로 야당을 향해 ‘인권침해’ 운운하며 역공을 편 점을 고려하면 당시 경찰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월28일부터 12월10일까지, 아이디 16개를 사용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288차례에 걸쳐 의견을 표시했다고 한다.
아이디를 16개나 쓴 것은 추천수나 반대수를 조작해 특정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되는 걸 방해하는 등, 여론조작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또 단순히 정보취합 구실을 한 것 같다는 경찰 발표와 달리 김씨가 글도 올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씨가 속해 있다는 국정원 심리정보국 활동과 관련해, 지난 연말 <인터넷 한겨레>에 실린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다.
국정원은 2011년부터 국정 홍보와 ‘좌파와의 사상전’을 내세워, 다음 아고라에서 시작해 인터넷 댓글 사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야당 인사 비판과 현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한 댓글을 다는 데까지 확장됐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주로 전산직군에 속한 20~30대 직원들로 3개 팀 76명을 구성했고, 아이피 추적을 막기 위해 시내 피시방과 카페를 돌아다니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씨 사건이 터진 다음날, 감찰실이 보안조사에 나서, 직원들 차 트렁크를 뒤지다 ‘작업 지시서’가 발견됐다는 등, 그의 증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개입에다 국정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김씨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김씨 개인에 대한 경찰 수사에 머무를 사안이 아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대대적인 수사 착수와 함께 심리정보국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도 필요하다.
[ 2013. 1. 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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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16개 아이디로 진보성향 ‘오유’ 게시판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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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뉴스1 |
경찰 4일 김씨 재소환
269개 글에 ‘추천·반대’ 눌러
반대 3건 넘으면 추천많아도 초기화면 상단 노출 안돼
‘여론조작 시도’ 정황
경찰 “업무 관련 글도 있어…
대선개입 가능성 배제한 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진보 성향의 인기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여러 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국정원 직원 김씨가 지난해 8월28일부터 대선 직전인 12월10일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todayhumor.co.kr)’ 게시판에서 16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269개의 게시글에 288차례에 걸쳐 ‘추천’ 또는 ‘반대’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글에는 ‘반대’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에는 ‘찬성’을 누르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여론조작에 개입한 글 가운데 대선 관련 게시글은 94개였으며, 실명인증이 필요하지 않은 포털 야후의 계정으로 복수 아이디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오늘의 유머’는 유머 자료 외에도 시사·정치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진보 성향 누리꾼들의 집결지로 평가받아왔다. 흔히 ‘오유’로 줄여 부르는 이 누리집은 보수 성향 누리꾼들의 집결지로 알려진 ‘일간베스트’(일베) 누리집과 대비돼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오유’와 ‘일베’가 진보·보수 진영을 각각 대변하는 온라인 공간의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오유’ 누리집에는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실명인증 없이 전자우편 주소만으로 아이디를 만들 수 있는 이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게시글이 여러 회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초기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베스트 게시물’ 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등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3명 이상의 이용자가 ‘반대’를 표시하면 ‘추천’이 많더라도 ‘베스트 게시물’에 오르지 못하고, ‘반대’가 10건이 넘으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오르지 못한다. 또한 1개의 아이디로 특정 게시글에 중복적으로 추천 또는 반대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회원들의 자발적이고 평등한 참여를 통해 좋은 글을 더 많이 노출시키려는 이 누리집의 독특한 편집 방식은 김씨가 여러 개의 아이디를 함께 사용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아이디로 활동하면 자신의 정치성향이 쉽게 드러나므로 복수 아이디를 통해 자신의 노출을 피하면서, 한 개의 게시글에 여러 아이디로 ‘추천’이나 ‘반대’를 반복 표시하여 특정 글의 노출을 막거나 ‘베스트 게시글’로 선정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은 또 “김씨의 업무가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김씨가 누리집에 올린 게시물 중에는 업무와 관련된 글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맡은 업무가 진보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 친여성향의 글을 쓰거나, 이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경찰은 4일 김씨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김씨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할 계획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소아 변호사는 “
국정원 직원이 업무시간에 이런 행동을 했다면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에 위반의 여지가 있다. 또 국정원이나 새누리당의 지시로 한 것이라면 국가기관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씨의 인터넷 활동이 대략이나마 드러남에 따라 경찰이 3차 대선후보 방송토론회 직후인 지난달 16일 밤 11시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기습적으로 배포한 것에 대한 비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의 대선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지어 말한 것은 성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중간수사 발표를 주도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어설픈 수사결과 발표로 대선 개입 논란을 일으킨 경찰당국의 책임을 간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선거개입 의도를 의심받고 있어 이미 공정성을 상실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경찰 수뇌부는 김용판 서울청장을 수사지휘·보고 라인에서 제외하고 경찰청이 경찰의 명예를 걸고 직접 지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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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정원-김씨 믿을 수 없어, 국정조사 필요하다
(블로그'사람과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3-01-07)
지난 12월 16일 밤 11시. 대선 후보 방송토론이 끝난 직후다. 수서경찰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비방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경찰은 ‘김씨가 비방 댓글을 올린 흔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포털 검색 ‘구글링’조차 안 하고 발표한 엉터리 수사결과
다음날 수서경찰서에서 공개 브리핑이 있었다. 경찰은 빗발치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김씨의 노트북에서 4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찾아냈다고 말하면서도 이 아이디에 대해 조사를 했느냐는 질문에 “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둘러댔다. 이러니 초동수사조차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 수밖에.
TK출신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수사결과 발표였다. 발표 직후 특정 후보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고, 김 청장 스스로도 이 지적이 맞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결과를 보고 받고 긴급하다고 판단해 발표를 결심했다. 의혹이 난무하는 상태에서 빨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포털에서 ‘구글링 검색’만 해도 상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 청장은 초동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결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가 보고 받았다는 ‘결과’는 여당 후보 입장에 유리한 것이었다.
▲초동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결과 발표라니....
TK청장이 TK후보 어깨 가볍게 해주려 했나?
“의혹이 난무해 빨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김 청장의 발언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그가 여당 후보 편에 서서 상황을 보려 했다는 게 또렷해진다. 일단 ‘국정원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 궁지에 몰린 TK 여당 후보의 어깨가 한층 가볍게 해줄 요량이었나?
수세에 몰렸던 여당 후보를 도와줬다는 비난이 일어도 김 청장은 변명조차 하기 힘들게 됐다. 중간발표를 뒤집고 남을만한 물증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이 중간수사발표 사흘 뒤인 지난 12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김씨의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아이디 20개를 ‘구글링’한 결과 김씨가 16개 아이디로 진보성향의 누리집 ‘오늘의 유머’에 접속해 찬반 의견을 표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단 이틀이면 김씨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와 정황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경찰은 왜 ‘구글링 검색’조차 하지 않은 채 부랴부랴 알맹이 없는 수사결과 발표를 내놓았을까? 수사결과 브리핑 당시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장병덕 서울시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 등은 ‘구글링’을 왜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황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과 박근혜 당선인
하루 4000건 글 검색한 김씨 의혹투성이
김씨에 대한 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정원 상부의 지시로 그가 진보성향 누리집을 전담해 야당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여론 개입을 해온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씨를 둘러싼 의혹들이다.
▲국정원으로부터 노트북을 지급 받고, 진보성향의 누리집에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는 민주당 대선 경선, 박근혜 후보의 전태일 동상 방문 등 정치적 논쟁이 활발했을 때였다.
▲8월 28일부터 12월 13일까지 74일간 김씨가 검색한 페이지뷰는 31만여장이 넘는다. 하루 4000건 이상 글을 살펴봤다는 얘기다. 한 건 당 몇 초 동안 눈길을 주고 지나간다 해도 하루 꼬박 10시간 이상 검색을 해야 한다.
▲아이디를 발급받는데 실명인증이 필요 없고 외국계 포털이라 국내 수사 관할권이 없는 누리집을 골라 활동했다.
▲3명 이상 회원이 ‘반대’를 클릭하면 추천이 많더라도 게시글이 초기화면에 노출되지 않는 누리집의 특성을 미리 알고 ‘반대’를 눌러 여론을 조작했다.
경찰발표ㆍ국정원 해명ㆍ김씨 주장, 믿을 수 없어
김씨의 ‘활동’이 논란이 되자 국정원 측은 ‘김씨의 활동은 고유 업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이 아예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관여해 온 건 아닐까?
반면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줄곧 “공직선거법이나 국정원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혐의가 일부 드러났는데도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는 배경이 뭘까?
경찰도 의문투성이다. 엉터리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경찰 아닌가. 국정원과 여당 후보의 입장을 살뜰히 배려하려 했던 경찰이 이제 와서 드러난 사실을 그대로 밝힐 수 있을까?
국민 알권리 행사해야, 국회 국정조사 필요하다
국민들은 경찰의 발표도, 국정원의 해명도, 김씨의 주장도 믿을 수 없다. 경찰에 대한 믿음은 김용판 청장이 날려버렸고, 국정원은 납득이 갈만한 해명 한줄 내놓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의 ‘수상한 행동’이 드러났는데도 계속 오리발이다.
국민에게 알권리가 있다. 국회가 나서 국민 대신 ‘알권리’를 행사해 주길 바란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조속히 열어 최소한의 진실이라도 밝혀 줘야 한다. 국회의 본분을 다하라는 얘기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