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요원'의 '특수임무'를 폭로한 중앙일보
(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3-01-29)
중앙일보는 1월 28일 자 신문에서 지난 대선 때 선거개입 의혹을 받았던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 종북 글 추적 요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경찰 수사 결과를 밝히면서 김씨가 인터넷상의 종북 활동을 적발하는 일을 해 온 것으로 27일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일보는 김씨가 경찰에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일명 오유 사이트에서 발견한 종북 성향의 글들과 분석자료를 제출했다고 했는데, 중앙일보에 따르면 오유사이트는 친북 성향 글이 많아 국정원의 집중관리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이 인터넷 사이트 감시가 국정원 본연의 임무였고, 그 임무에 충실했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도대체 기자가 경찰의 받아쓰기를 했는지, 아니면 경찰의 말을 가지고 소설을 썼는지 아리송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 종북이 아닌 온라인 사찰이 진짜 목적?'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오유사이트에 대선 전에 친북성향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고 하는데, 국정원 여직원이 경찰에 자료로 제출한 친북성향의 글은 국정원 주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오유사이트가 종북성향의 사이트라고 주장하며 내세웠던 '북한의 경제전략은 선군경제전략'이라는 글은 게시일이 2012년 5월1일로 새누리당조차 대선 후보가 결정된 시기도 아닙니다. 그런데 국정원 김씨는 대선을 노리고 북한이 사주해서 이런 글이 올라와서 국정원이 감시 업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의 자진 퇴진을 권합니다'라는 글은 2011년 2월로 대선 1년 10개월 전의 글이며, 이글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서 보니 다음카페 운영자였고, 이 카페에 친북성향의 글이 올라와서 조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첫 번째 글의 문제는 대선 전이지만 자꾸 대선을 강조했던 사례이고, 두 번째 글은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바탕으로 온라인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 국정원 특수임무 직원 장비가 달랑 노트북'
국정원 김씨는 오유사이트의 모니터링 업무를 위해 아이디를 11개나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가 없어도 오유 사이트 글은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글을 읽으면서 모니터링을 했다면 아이디 1개만으로 충분했는데 왜 국정원 김씨는 아이디를 11개나 만들었는지 의문입니다.
국정원은 김씨가 '종북 성향 게시글 추적 요원'이라 오유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며 게시글 추천리스트를 제출했습니다.
▲국정원이 제출한 오유 추천 리스트(좌)보안업체의 IP추적 솔루션 브로슈어(우)
중요한 것은 저 IP가 진짜 IP이고, 단체들이 직접 사용한 닉네임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보통 우리가 IP추적을 할 수 있는 사이트에 가봤자 KT 전용선을 쓰면 자세한 주소가 나오지 않습니다. 인터넷상의 IP추적 사이트는 실제 접속자의 지역정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필요한 IP 추적은 전문 IP추적 솔루션을 사용해야 합니다.
모니터링을 하고 조사하는 것은 단순히 글의 성향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IP추적까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오피스텔에서 그것도 노트북 달랑 하나 놓고 국정원 직원이 대북심리전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만약 국정원 여직원이 무슨 블랙요원처럼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트북을 사용했다면 모르겠지만, IP추적 솔루션을 탑재한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는 국정원 사무실을 코앞에 놔두고 근처 오피스텔에서 감시업무를 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IP를 위조 변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 출처:보안닷컴
중앙일보는 수사당국과 IT전문가들이 IP를 추적한 결과, 이들의 주소가 국내가 아닌 해외 주소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해외, 즉 북한이 오유 사이트에 들어와 활동했다는 의미인데, 북한 공작원들이 대놓고 저런 식의 닉네임을 쓰면서 활동한다는 주장은 정보전과 심리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냥 웃다가 뒤집어질 말입니다.
만약 국내 IP를 해외 IP로 변조하고 글을 올렸다면 진짜 수준 높은 간첩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사람을 아직도 국정원이 잡지 않고 있다면 그또한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
진짜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이 대놓고 닉네임을 쓰면서 추천을 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요새 북한 간첩들은 전혀 IT 훈련을 받지 않고 내려온 컴맹이거나 (한국의 해킹 사건은 대부분 북한 소행인데????) 일부러 어떤 집단이 오유사이트를 종북사이트로 매도하기 위해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특정 단어를 통해 문제가 있는 글을 추적하는 일은 사이트를 24시간 감시 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단순히 구글메일이나 일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온라인에서 그 단어가 사용된 글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정보기관에서는 특정 단어를 추출한 뒤에 그 사이트를 추적하지, 멍청하게 온종일 그 사이트를 감시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백수들이 하는 짓이지, 진짜 정보기관에서 이런 무식하고 효용성 없는 짓을 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입니다. (물론 진짜 국정원 김씨가 그런일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IT강국 대한민국 국정원의 온라인 감시가 그저 무작정 온종일 사이트 보기라니 맙소사) |
' 오유가 진짜 종북사이트일까?'
대한민국에 간첩이 없다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간첩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간첩들이 사람들이 재미로 읽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추천수를 조작해서 조회수를 늘리는 일에 24시간 붙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베스트오브베스트 리스트 대부분 유머와 일상다반사이다. 출처:오늘의 유머
오유 사이트에 '베스트오브베스트 페이지'에 나온 글들의 조회수를 보면 대략 천에서 만 단위입니다. 많이 읽은 글이 2만이라고 계산하고 하루에 4만 명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려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은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1. IP 위변조 작업
2. 게시글 올리기
3. 추천수 조작
이런 식으로 엄청난 작업을 해야 겨우 오유 사이트의 '베스트오브베스트'에 등극하는데, 아니 뭘 그리 힘들게 합니까? 블로그 두 개만 잘 운영해도 하루에 몇만 명이 글을 쉽게 읽게 할 수 있는데.
▲아이엠피터 블로그 12월달 일일 방문자수
하루에 '아이엠피터' 블로그 글을 읽는 사람은 대략 평균 3만 명가량 됩니다. 하루에 글 한 편만 올리니 글 하나를 2만 명이 읽는다 치면, 아이엠피터와 같은 블로그 두개만 운영하면 굳이 저렇게 IP위변조 안 하고, 추천수 조작 안 해도 최소 4만 명이 글을 읽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말은 일부 사람이 종북 관련 글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오유사이트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저런 힘겨운 짓거리를 하는 사람이 과연 오유 사이트에 얼마나 될 것이며, 그런 멍청한 삽질을 하는 사람이 과연 우리 사회에 위험 요소 꺼리나 될 수 있느냐 입니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 뜬 국정원 관련 중앙일보 기사 (좌)단독이라고 보도한 중앙일보 인터넷판(우)
중앙일보는 '단독 보도'를 통해 경찰이 국정원 김씨를 '종북글 추적 요원'이라고 했지만, 경찰은 "우리는 국정원 종북글 추적요원이라고 말한 적 없으며 어디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경찰 관계자라는 익명성을 통해 있지도 않은 얘기를 지어낸 것입니다.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이 온라인에서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국정원은 그들을 감시하거나 검거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업무를 여직원이 개인 오피스텔에서 달랑 노트북 하나 가지고, 유머사이트와 같은 0.0000001%의 효과밖에 없는 업무를 하느냐입니다. 그런 시간에 매번 터져 나오는 북한 해킹 사건이나 해커를 적발할 능력이 국정원은 과연 없나요?
혹시나 하루에 몇만 명씩 들어오니 '아이엠피터'를 포섭해서 간첩활동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간첩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집 임대하는 문제 때문에 쩔쩔매는데, 간첩신고해서 포상금으로 집 좀 마련해야겠습니다. (간첩신고 하면 5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집 짓고 귤농장도 살 수 있겠는데요 ^^)
국정원 직원의 임무가 하루종일 유머사이트를 보는 일인데, 제가 간첩 신고해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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