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원세훈의 국정원, 총선 직전 직원까지 간첩 만들었다”

道雨 2013. 4. 26. 17:04

 

 

 

“원세훈의 국정원, 총선 직전 직원까지 간첩 만들었다”

 

징계 조치 활용해 내부 통제하면서 정치 개입했다는 전직 요원들 주장 잇따라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이 직원들의 징계 조치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선거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세훈 전 원장이 '기밀 누설죄'을 적용해 직원들을 중징계 조치하는 방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정치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국정원 조직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 직원 선거 개입 사건도 1인 독재체제의 원세훈 전 원장 조직 운영 행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국정원의 국내 파트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징계 조치를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 직원 최모씨 사건이다.

국정원 직원 최씨는 지난 2011년 6월 기밀누설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처분 됐고, 이에 불복해 지난해 2월 서울 행정법원에 해고 무효소송을 냈다.

 

지난 2012년 2월 7일, 조선일보는 최씨 사건을 소개하면서, <국정원직원이 기밀누설… 北간첩에 전달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2월 7일자 지면에 최씨 사건을 보도했다. 그리고 국정원에도 종북세력과 간첩이 있다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불과 4월 총선을 두달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조선일보 2012년 2월 7일자 A10면.
 

국정원 전직 요원들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국정원이 주도해서 선거에 개입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국정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당시 다른 언론들은 국정원 직원이 기밀누설죄에 따른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기밀누설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국정원이 주장하는 최씨의 기밀누설 행위의 전모를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은 2009년 6월부터 주일 한국대사관에 파견돼 '조총련 와해 담당' 팀장으로 활동하던 최모(국정원 해외정보관 4급)씨가 2009년 10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일본의 전·현직 기자 및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기밀을 누설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최씨가 니카이 히로시 일본 공안위원장 접견 계획, 황장엽 방일 예정 계획 등을 일본 기자 등에게 전달했고, 이 내용이 북측으로 넘어간 것이 국정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며, 기밀누설죄로 최씨를 해임처분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최씨가 누구와 만나 어떤 내용 정보를 전달했는지를 직접 인용 문구로 처리해 보도했고, 한 일본 기자에게 전달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소개했다.

 

하지만 최씨는 소송당시 일본 기자와의 접촉은 "정상적인 정보 활동"이었고, 해당 정보는 기밀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에 따르면 최씨에 대한 조사는 일본 기자가 북한 정보원에게 첩보를 보고했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최씨 입장에서는 직접 북한 정보원에게 정보를 전달하지도 않았는데도, 해당 정보가  제3자를 통해 북한 정보원에 넘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몰린 셈이다.

 

최씨는 국정원이 일본인 기자와 북한 정보원 사이에 주고 받은 메시지를 근거로 해서 징계한 만큼, 관련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보안'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정원이 말하는 ‘보안’에 해당된 내용은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됐고, 졸지에 최씨는 국정원 조직 내부의 '간첩'이 돼 버렸다.

최씨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조차 한 사실이 없는데도, 기사에는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인터뷰까지 실렸다고 지적했다고, 한 국정원 전직요원 A씨가 전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선일보 보도가 나가고 난 후, 헤럴드경제는 2월 8일 <안보기관에서 새는 기밀, 국가 수치다>라는 사설을 통해, "무심코 소홀하게 다룬 기밀 하나가 또 다른 도발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최 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정보는 기밀이라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니, 이런 아마추어를 고용한 국정원이 딱하다. 국정원을 전문조직화하기 위한 인적, 구조적 쇄신이 필요한 이유"라고 비판했다.

 

결국 최씨는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를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으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조선일보가 관련 사건을 기사화하는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조선일보 기자는 재판과정에서 기사의 출처에 대해 '소장'이라고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행정법원 쪽에서는 취재목적이라 해도 사건과  무관한 이가 소장을 열람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된다는 설명을 최씨에게 해줬다고 한다.

최씨가 행정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도 조선일보 기사에 나오는 기밀누설 행위를 밝히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조선일보 인터넷 일본어판에는 기사의 출처를 국정원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한국어판 기사에는 국정원 출처 표기가 빠져 있는 것을 최씨가 확인됐다고 국정원 전직 요원 A씨가 전했다.

 

A씨는 국정원 직원 최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이런 비밀스런 정보를 기자가 알 수 있겠느냐. 국정원이 4.11 총선에서 여당을 지원하기 위해 언론과 장난질을 친 것"이라면서 "총선을 불과 두달 앞두고 조선일보에서 국정원 조직에도 간첩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에 간첩과 친북세력이 폭넓게 퍼져 있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일본 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주재 일본 산케이 신문 지국은 조선일보 보도를 바탕으로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다.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이 언론에 기밀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에 대해 "우리원에서는 조직과 기밀 정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부인했다.

 

   
국정원 전경
©CBS노컷뉴스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전직 요원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국정원 직원을 파면 조치한 것도, 기밀누설을 명분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2월 20일 국정원은 "내부감찰 결과 직원 B씨가 김씨의 소속 부서인 대북심리전단 정보를 전 직원 C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며 파면 처분을 내렸고, 국정원 현직 직원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범죄자"라고까지 비난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B씨는 전직 요원 C씨와 접촉만 했을 뿐 내부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 B씨는 징계 원인에 대한 증거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원 측은 국정원 직원 최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보안을 이유로 관련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에 조금이라도 흠이 될 만한 행위를 하거나 내부 고발자에 대해서는, '기밀누설'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도높은 징계를 내리고 내부를 통제해왔다는 얘기다.

 

국정원 전직 요원 A씨는 "직권남용을 정당화해서 조직을 안정화시킨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라며, "원세훈 원장이 오면서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할 국정원의 시스템을 무너뜨려버렸다"고 비판했다.

A씨는 "국정원 직원 김씨가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오피스텔에서 48시간 동안 버텼는데, 이에 대해서도 무단직무이탈로 징계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개인의 잘못이라면 징계를 내려야 한다. 업무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국정원이 왜 4대강을 홍보하느냐. 국정원의 지시라면 원 전 원장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공직자는 부패행위를 보면 법에 따라 신고하게 돼 있다. 국정원 사건에서도 공직자라면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오면서 직원들의 신분을 박탈하면서까지 오히려 전횡을 일삼아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이 같은 원 전 원장의 행태로 볼 때,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도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