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불법선거 관련

박근혜 정부, 부정선거는 입에 올리지 마라?

道雨 2014. 3. 20. 14:37

 

 

 

   박근혜 정부, 부정선거는 입에 올리지 마라?

‘부정선거 백서’ 저자 명예훼손 혐의 구속 파장...향후 재판 의혹 실체 쟁점 떠오르나

 

 

검찰이 18대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김필원, 한영수씨를 구속하면서, 정권 비판적인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직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인 김필원씨와 선관위 전직 직원인 한영수씨는 지난해 9월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를 출판했다. 책에는 공직선거법상 명시된 수개표를 진행하지 않았고, 선거 결과 공표 전 언론사에 발표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해명을 하지 못한 선관위 직원이 부정선거를 사실상 시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씨와 한씨를 고소했다.

선관위 직원의 고소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책은 공공기관의 부정선거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공익적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나서 개인 명예를 이유로 고소한 사건은 전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 적용에 난색을 표하며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것도, 의혹 제기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국가기관의 신뢰성에 해당되는 문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의 의견을 뒤엎고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들을 전격 구속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시국토론회에서 중앙선관위 개표부정을 주장하는 한영수 전 중앙선관위 노조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검찰 공소장을 살펴보면 <부정선거 백서> 144쪽을 문제 삼고 있다. <부정선거 백서>는 순천시, 대전 유성구 등의 지역에서 선관위 자료상 선관위원장의 대선결과 공표에 앞서 방송사에 데이터가 제공된 흔적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정선거 백서>는 “전국 252개 개표소와 중선관위의 별도의 전산프로그램에 의거 각각 따로 개표결과가 조작되어 발표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고, 나중에 중앙선관위 내부에서 집계내용을 꿰맞추기 하여 발표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기술했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전산실 박혁진 서기관은 “이 같은 분석자료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며 “중앙선관위 선거국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과 관련해 <부정선거 백서>는 “(박 서기관이)해명을 하지 못하고 개표결과가 조작되었음을 시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년 18대 대선 무효소송인단 사무차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의 의혹 제기에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답변한 의무를 가지고 있는데도, 직원들의 단순한 실수 아니면 실무적 착오라는 수준의 답변을 하면서 사실상 시인했다는 게 소송인단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변호를 맡은 이강훈 변호사도 의견서를 통해 “피의자들은 당시 박혁진과 나누었던 대화의 주제였던 개표 부정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소송인단이 확보한 선관위 문서와 언론사 보도를 종합하면, 시군구 선관위 개표 집계와 중앙선관위 개표 집계가 따로 운영된다고 믿을 수 있는 여지가 크고, 한영수씨는 2007년까지 중선관위공무원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투표소에서의 개표 결과 공표보다 언론에 개표 결과 데이터가 먼저 제공될 적법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개표 조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정선거 백서를 들고 있는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
 



이번 사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부정선거’라는 단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권의 행태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부정선거 백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까지 나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배포와 판매, 광고까지 금지됐다. 최근에는 광주에서 ‘부정선거’라는 단어를 벽에 쓴 흔적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가 형벌권을 발동해 대통령 선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나서, 담당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확장 행사가 아닌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선무효 소송인단이 지난해 1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번 구속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무효 소송은 소 제기 후 180일 이내에 최우선적으로 재판을 하게 되어 있는데, 개시조차 하지 못하고 <부정선거 백서>를 ‘고리’로 해서 민형사상 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부정선거 주장을 담은 목소리를 차단해버린 셈이다.

최성년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권의 법적인 정통을 세워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대법원이 박 대통령 취임 전까지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재판에서 선거무효로 볼 수 있는 진실성에 대한 쟁점으로 떠오르며, 부정선거 의혹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부정선거 백서> 내용은 허위라는 것을 검찰 쪽에서 입증해야 하고, 변호인은 진실성이 충분하다고 반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백번 양보하여 피의자에게 영장청구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했다는 내용의 경중을 고려할 때, 피의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될 만한 사안이 아니므로, 피의자에게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