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평형수와 눈물(바닥짐)

道雨 2014. 5. 12. 10:57

 

 

 

                      평형수와 눈물

 

 

 

세월호 침몰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평형수 탱크를 채우지 않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배의 무게 균형을 잡아주는 걸 바닥짐이라고 하는데, 평형수가 그 기능을 한다.

옛날에는 바닥짐으로 돌을 많이 사용했다. 이스터 섬 등 남태평양 고대 항로 선상의 주요한 섬들에서 거인 석상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 석상들이 원래는 바닥짐이었을 것으로 보는 학설이 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 캐나다를 오가는 화물선들은 종종 바닥짐으로 채석장의 돌을 사용했다. 캐나다의 몬트리올 등 동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옛 건축물들은 유럽에서 캐낸 돌이 바닥짐 구실을 하던 것이니, 화물 선주로서는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선박 건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돌은 물로 대체되었다.

물은 채우고 빼기가 쉬워서 편리하지만, 요즘은 바다 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국제적인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어쨌든 바닥짐은 배뿐만 아니라 경주용 차량, 비행기 등에도 사용될 정도로 필요한 존재다.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다.

 

국가도 바닥짐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보수와 진보가 극도로 대립해 좌우로 요동치고,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져 상하가 흔들리는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바닥짐으로 가장 알맞은 것으로 공감능력이 꼽힌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사회적 감수성 말이다. 그리고 공감의 가장 순수한 표현은 눈물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름대로 사과도 하고, 진도의 체육관, 안산의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로도 했지만, 왠지 싸늘하게만 보이는 건 눈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손잡고 함께 마음 아파하며 울어주는 따뜻한 대통령,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겁니까”라고 안타까워한 것도 그런 대목이다.

 

평형수가 빠져버린 세월호나 눈물이 말라버린 대통령,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