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세월호와 의료 영리화. 부패한 권력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道雨 2014. 5. 12. 11:10

 

 

 

               세월호와 의료 영리화

 

 

 

지난달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과 관련해,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의 규제 완화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여러 시민단체들과 언론에서 나왔다.

규제 완화 탓에 청해진해운과 같은 해운기업들이 이윤을 크게 남기고자, 노후한 선박을 들여와 맘대로 내부 시설마저 개조해, 결국 이런 사고를 불렀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장과 선원들은 낮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채워, 사고가 났을 때 승객을 먼저 챙기는 책임의식도 갖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 바 있다.

결국 수익 때문에 승객의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과, 이를 방치한 정부 때문에 대규모 참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영역인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명목하에 영리화 정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 병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자회사를 세워, 외국 환자를 유치하고 동시에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힘쓰겠다고도 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이나 원격의료 허용이, 병원과 대기업을 살찌우면서 환자들의 의료비를 크게 올리는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혹은 영리화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참고로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이에 집중된 지난달 24일에도, 복지부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 회의를 진행했다.

 

규제 완화라는 말을 나쁘게 듣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자율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의 특성상 매인다는 느낌을 주는 ‘규제’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뒤 이듬해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었고, 이후 정부의 각종 규제가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 분배 등을 막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한다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일을 해 왔다.

 

물론 불필요한 정부의 규제는 없애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봤듯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제도적 장치를 등한시하고, 기업 수익을 더 만들어주기 위한 규제 철폐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병원이 수익보다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진료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병원이 외국 환자를 더 잘 유치하고, 돈을 더 많이 벌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현재의 의료법에서 의료법인 병원이 영리 활동을 하지 않도록 규정한 데에서 잘 드러난다. 얼마나 많은 병원들이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지 혹은 영리 자회사를 세울지 모르겠지만,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뜻과 상관없이 몇몇 병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추진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또 어떤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불편하니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진료를 받도록 해 달라고 시위를 하는 등 청원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대신 거대 통신회사들이 원격의료 시스템 개발과 해외 진출, 즉 기업 이익을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원격의료의 허용도 규제 완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것인지, 기업의 수익을 위한 규제 완화인지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참고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시범사업마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올해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의 지성 혹은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노엄 촘스키는 ‘부패한 권력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고 비판했다.

 

아직 피지도 못한 고등학생 등 11일 기준 2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