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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하베스트 매입 때 ‘상대편 자문료’까지 내줘

道雨 2015. 3. 19. 11:15

 

 

 

석유공사, 하베스트 매입 때 ‘상대편 자문료’까지 내줘

 

 

 

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에너지회사인 하베스트. 한겨레 자료 사진

 

매매 계약 하루전 자문계약…매입뒤 1200만달러 지급
자문료 ‘이중부담’ 드문 일…공사쪽 “인수금액서 차감”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사들이면서 매각사 쪽 자문료까지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가 매입사와 매각사 쪽 자문료를 모두 지급한 것이다.

수상한 자문료 ‘이중 부담’ 의혹이 제기된 하베스트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의 대표 실패 사례로 꼽힌다.

공사는 4조원 넘게 투자한 이 사업에서 지난해까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18일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하베스트 매각 자문 계약서’ 등을 보면, 유전개발 및 정유 업체를 거느린 하베스트 지주회사는 2009년 석유공사에 하베스트를 매각하기 직전, 캐나다 티디시큐리티스(TD Securities)사와 매각 자문 계약을 맺었다. 매매에 성공하면 1200만달러(약 132억원)라는 막대한 ‘성공보수’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해 10월21일 석유공사와 하베스트 대주주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티디사가 매각 자문료를 지급받은 시점이 하베스트 매매가 완료된 뒤인 2010년 2월3일이다. 당시는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의 실소유주여서 사실상 석유공사가 매각사 쪽 자문료까지 이중으로 지급한 셈이다. 하베스트 매매는 2009년 12월22일 대금이 지급되면서 종결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회계사는 “회사를 매매하면서 매각 자문료를 매입사 쪽에서 지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매각 자문료만큼을 인수금액에서 차감했다. 주식 인수 형태로 하베스트를 매입했는데, 1주당 10달러씩 주고 샀다. 이 안에 차감된 자문료 등이 반영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베스트 인수대금에서 매각사 쪽 자문료 1200만달러를 빼고 지급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 회계 전문가들은 석유공사가 자문료를 지급한 방식이 일반적인 것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원외교 문제점을 파헤쳐온 김경율 회계사는 “주식 인수 방식에서는 채권과 채무가 포괄적으로 인수된다”며 “자문료 등을 차감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매각 자문료를 지급한 주체를 놓고는 배임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름 밝히길 꺼린 다른 회계사는 “하베스트 매매로 이득을 본 사람은 하베스트 대주주다. 당연히 대주주가 자문 계약을 맺었어야 했다”며, “회사가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은 결국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자문 계약이 이뤄진 시점도 큰 의문이다. 하베스트가 티디사와 자문 계약을 맺은 시점은, 석유공사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바로 전날인 2009년 10월20일이었다. 이때는 매매가 사실상 확정된 시점으로, 자문 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계약서에는 매각 자문 계약을 그해 7월28일로 소급 적용한다고 해놨지만,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석유공사는 매각 자문 계약이 10월20일에야 이뤄진 것에 대해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사들이면서 지급한 자문료는 매각사 자문료까지 더해 모두 약 2680만달러(약 300억원)에 이른다.

김제남 의원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매각 자문료까지 부담한 것과 매각 자문 계약이 맺어진 시점 등이 수상하다”며 “이에 대한 진상과 책임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