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7종 ‘학살’하고 1종만 남기기, 이게 국정화

道雨 2015. 10. 16. 16:25

 

 

 

 

7종 ‘학살’하고 1종만 남기기, 이게 국정화

뉴라이트 교과서 공습 실패하자 ‘학살작전’ 돌입
육근성 | 2015-10-16 14:56: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961년 5월 16일 포병여단, 해병대, 공수특전단 등을 앞세워 청와대를 점령한 박정희.

쿠데타에 성공하자 ‘혁명공약’을 발표한다.

마지막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총과 탱크로 헌정질서를 유린한 자신의 만행에 대해 국민의 반응이 어떨지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박정희 때 가르친 역사, ‘5.16과 유신은 올바르다’

 

하지만 박정희는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손에 넣은 지 2년 만에 스스로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는 1967년 재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1차 중임만 허용하는 헌법이 눈엣가시였다. 그래서 3선 개헌에 돌입한다. 걸림돌이 있었다. ‘정권의 후계자’로 부상한 김종필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결성한 ‘국민복지회’가 그것이었다. 박정희는 ‘정변동지’이자 오른팔이었던 김종필을 가차 없이 제거했다.

 

김종필을 숙청한 박정희는 3선 개헌에 착수한다. 폭압적인 분위기에서 개헌안이 통과됐지만, 선거(1971년)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까스로 3선에 성공한 박정희는 당선이 되자마자 숨겨왔던 비수를 꺼낸다.

1972년 10월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유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삼엄한 비상조치 속에서 위헌적 방법으로 통과된 유신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꿔놓았다. 국민이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관제기구가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했다. 종신집권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절대군주’가 된 박정희는 자신의 ‘만행’를 덮고 미화하기 위한 윤색작업에 돌입한다.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그것 중 하나다. 5.16정변과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라고 가르쳤다. 그 시절 교실마다 박정희와 독재정권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라는 식의 세뇌교육이 매일 진행됐다.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익히는 일은 내일의 새 역사를 창조할 우리들의 가장 중대한 당면과업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고교 국사교과서 머리말)


 

 

틀린 게 옳고, 옳은 게 틀렸다

 

12.12반란으로 정권을 거머쥔 전두환도 ‘올바른 교육과 역사관’을 강조했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국사교과서를 발행했다. 전두환의 뒤를 이은 노태우 정권도 ‘올바른 역사’를 주장했다. 자신들의 만행과 치부를 ‘올바름’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아무도 풀지 못하게 꼭꼭 묶어놓고 싶었나 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 (전두환 정권 국사교과서/1982년)

“민족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바르게 처리할 역사적 능력을…” (노태우정권 국사교과서/1990년)

 

이런다고 ‘틀림’이 ‘옳음’이 될 리 없다. 조악한 위장술이다. 오히려 ‘틀림’만 더 부각될 뿐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은 틀린 것을 올바른 것으로 둔갑시켜 학생들에게 주입했다. 틀린 게 옳고, 옳은 게 틀리다는 식의 근현대사 교육이 이뤄졌다.

 

 

 

 

교학사교과서 공습작전 완전 실패로 끝나자

 

박근혜 정권도 똑 같다. 국정화가 필요한 이유를 ‘올바른 역사교육과 역사관 확립’이라고 말한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화 전환을 발표하면서 ‘올바른’이라는 단어를 거듭 반복해 사용했다. 현재 교과서는 다 옳지 못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교과서가 옳다는 주장이다. 집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올바르다’라고 평가한다.

 

평가가 먼저 나오다니 경악할 일이다. ‘실체’가 이미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면 코흘리개도 뭔지 감 잡을 수 있을 거다. 2013년 출간됐지만 일선학교에서 완전히 외면당한 교학사 교과서가 ‘실체의 원형’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뉴라이트 진영이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집필해 출간한 것이 교학사교과서다.

 

책이 나오자 여당과 보수단체들은 ‘교학사교과서 판촉사원’처럼 행동했다. 각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압력을 가하며 채택을 독려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채택률 0.1%로 검인정 8종 중 단연 꼴찌. 이렇게 ‘뉴라이트 교과서 공습작전’은 대참패로 끝나고 만다.

 

 

 

7종 ‘학살’하고 1종만 남기기… 이것이 국정화

 

공을 들였는데도 채택률이 0%대에 불과하니 얼마나 화가 나고 쪽팔렸을까? 드디어 만지작거리던 카드를 꺼낸다. 한방에 확 뒤집어 단박에 꼴찌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결국 맘에 드는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학살’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게 바로 국정화인 것이다.

 

‘프레임 작업’에도 돌입했다. 검인정 8종 중 교학사교과서를 뺀 나머지 7종을 겨냥해서다. 7종 모두에 ‘빨간 칠’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검인정 8종 중 7종이 모두 좌편향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등 정권 보위언론은 “진보교과서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좌파 독식은 좌파 카트텔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편다. 제 입맛에 맞는 1종만 남기고 나머지는 깡그리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경쟁자를 모두 제거하면 늘 1등이 된다. 이런 식의 ‘유아독존’ 체제를 만들어 종신군주를 꿈꿨던 박정희와 아버지의 수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그의 딸. 부전여전이라더니 쿠데타의 DNA까지 물려받았다.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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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강행, 현 정부야말로 종북"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81]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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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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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발표했다. 황 장관은 역사교과서 발행제체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야당은 물론 교육계와 시민단체 등은 우편향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연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교수들은 집필진 참여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무엇이 문제인지 짚고자 지난 13일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연구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색깔론으로 공격할 땐 언제고 진보학자들도 필진 참여시키겠다?"

- 12일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했어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설마설마했는데 역시 강행했습니다.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 그리고 시민사회 심지어는 해외동포까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의 시계를 유신 시대로 되돌리는 폭거라고 비판했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유신의 적자답게 민주주의에 반하는 역사 쿠데타를 저질렀습니다.

국정 교과서로의 회귀는 세 가지 점에서 큰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먼저 헌법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헌법에는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역사 교육에 개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러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거죠. 실제로 예전에 교과서 발행제와 관련한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는 국정화가 바로 위헌은 아니지만,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보면 국정화보다는 검인정제가, 그리고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결정한 적이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2013년에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역사 교육에 관한 인권특별조사관의 보고서를 채택한 적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역사 교육은 하나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가가 정한 교과서 즉 국정교과서의 폐해를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기도하는 역사교육 통제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합니다.

마지막으로 검인정제 자체가 민주화 운동이 거둔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라서 국정화로의 회귀는 결국 민주화운동,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는 겁니다. 유신독재 시절이던 1974년 처음으로 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발행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국정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후 국정 교과서는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검인정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거죠. 그것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서 처음에는 국사에서 독립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정제로 발간되었고 한국사 교과서는 나중에 검정제로 바뀌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스스로 독재정권이란 사실을 고백하는 게 아니라면 왜 국정화를 강행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 현재 국정화를 하는 나라 중에 대표적인 게 북한이잖아요. 어찌 보면 이거야말로 종북적인 행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지구 상에 있는 수많은 나라 가운데 중등학교 이상의 역사교과서로 국정교과서를 내는 나라는 몇 나라 없습니다. 흔히 거론되는 게 북한, 베트남, 스리랑카 등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들은 국정교과서 발상을 아예 포기한 지 오래됐어요.

선진국은 검인정제거나 그것을 넘어 자유발행제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거꾸로 가는 거죠. 그런데 이 정권과 국정화를 지지하는 일부 세력은 입만 열면 '종북, 종북'하는데 정작 북한이 채택하는 국정화를 왜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도 못 합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이 정권이야말로 종북 정권이 되는 거죠."

- 보수권에서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국정화였다고 주장하는데.
"전형적인 물타기식 견강부회인데요. 박정희 정권에서 국정화가 도입되고 국민의 정부까지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발행된 건 맞아요. 그러나 2002년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중점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겠다고 해서 국사 과목에서 분리했어요. 그래서 그때 검정제를 도입했어요. 근현대사는 검정제로 발간이 된 거죠. 민주정부 10년 동안 한꺼번에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하긴 힘드니까 단계적으로 전환한 거죠. 그러나 국민의 정부도 국정화가 바람직해서 그것을 유지했다는 것은 견강부회식 해석입니다."

- 국정화가 될 경우 피해는 무엇인가요?
"일단 국정 교과서로 배울 학생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겁니다. 생각해 봐요.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한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하나의 역사만을 강요하는 교과서에 흥미를 갖겠습니까? 아마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직감적으로 가장 강하게 알아채는 게 학생들일 겁니다. 그런데도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되어서 그 교과서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사 과목은 제2의 수학 과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학생들만이 피해를 입는 건 아닙니다. 모든 시민이 국정 교과서의 피해자가 될 겁니다. 국정이라는 이름 아래 정권은 하나의 역사만을 강요할 것이 뻔합니다. 쉽게 이야기해 국정 교과서에 실린 내용과 상충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해석에 대해서는 '불온'이라는 딱지를 붙여 탄압할 것이 뻔합니다."

- 정부는 진보와 보수의 명망 있는 학자들을 집필진으로 모셔서 공정하게 쓰겠다고 하던데.
"양심 있는 학자나 교사들은 국정화 자체에 반대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밝혔어요. 그리고 역사학계 90%는 좌편향이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색깔론으로 공격할 땐 언제고 진보 학자들도 필진으로 참여시키겠다는 건 논리적으로 모순이죠. 결국, 국정화로 빚어지는 여러 가지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인 꼼수로 판단되고 아마 국정화에 찬성하는 일부 소수의 학자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어용이 집필에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또 정부는 "근현대사는 역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 정치 학자 등을 집필에 참여시키겠다"고 하던데 역사 전공이 아닌 학자들이 역사책을 쓰면 그게 공신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역사학자나 역사교육학자가 아닌 사람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 외의 학문을 공부했다고 해서 교과서를 쓸 자격이 없는 건 아니죠. 충분히 교과서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교과서를 쓰기에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을 때 그것이 가능하지 그렇지 않고 단순히 정치학자들이 한국 정치사 공부하고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사 공부 하니까 역사 교과서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단순한 논리로 집필진에 참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공자가 역사 교과서를 썼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 보여주는 게 2013 교학사 교과서입니다."

"박 대통령 개인 희망 때문에 역사교육 자체를 흐트러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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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이영광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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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월부터 학교에서 사용하게 하겠단 건데 1년이잖아요. 너무 짧단 느낌입니다.
"원칙적으로 교과서 발행과 관련된 고시를 교육부 장관이 하면 2년 집필 하고 그 다음해부터 새로운 교과서가 쓰이는 게 맞아요. 그런데 교육부가 무리하게 당겨서 2017년부터 학교에서 쓰이도록 교과서를 내겠다는 거죠.

전문가에게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2년도 짧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2년조차 반 토막 낸 거죠. 2017년으로 못 박은 이유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 동안 국정교과서 발행을 무슨 일 있어도 봐야 한단 거죠.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희망 때문에 역사교육 자체를 흐트러뜨리는 짓을 하는 겁니다.

1년 동안에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개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면 짧아도 2년이고 보통 4년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집필진의 경험담입니다. 그 정도는 걸려야 그나마 봐줄 만 하고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일반적인 겁니다. 시간을 들일수록 더 좋은 교과서가 나오거든요.

교과서 만드는 작업을 비밀리에 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오류에 대해 검증을 안 받아요. 그래서 국정교과서야말로 오류투성이 될 것이라는 게 이미 나온 교과서를 통해 입증되었어요. 검정 교과서는 상대적으로 오류가 거의 없어요.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오류투성이고 역사 해석에서도 편향된 역사관을 주입한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어요. 짧은 기간에 교과서를 만들 수 없어요. 무책임 교과서에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교과서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이 교과서로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거죠."

- 국정화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다양성이잖아요. 그러나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학생들은 8종 다 배우는 게 아니고 학교에 의해 선택된 1종만 배우는데 어떻게 다양성을 주장하냐"고 하던데.
"하도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길래 강은희 의원의 이력을 찾아봤습니다. 아마 물리 교사를 한 경력을 가진 것 같은데 교사 출신이 어떻게 저런 발언을 했을지 다시 놀랐습니다. 물리는 어떨지 모르지만, 역사 교사는 교과서를 정했다고 해서 한 가지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여러 권의 교과서를 놓고 같은 사실에 대해 교과서마다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비교도 해 보고 교과서마다 어떤 사실은 실리고 어떤 사실은 실리지 않았는지를 충분히 찾아본 다음에 수업에 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사 해석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같이 토론할 수 있습니다. 이게 열린 역사 교육이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역사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나름의 결론을 내게 되어 역사관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거고 역사교육은 그렇게 하는 겁니다. 강은희 의원은 마치 교사가 채택된 교과서 하나만 가지고 가르치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역사 교육 현실을 모르는 억지 주장입니다."

- 보수 측에서 보는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 중 하나가 이른바 자학 사관이에요. 즉 현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는데.
"일단 자학 사관이라는 말 자체가 일본 극우 세력이 쓰는 말인데 그것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합니다. 아니 스스로 일본 극우 세력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들이 말하는 자학 사관이 뭐냐면 친일을 비판하고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되는 국가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랍니다. 마지막 부분을 그렇게 얘기하는 역사학자나 교과서 없습니다. 친일과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게 왜 자학 사관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한 고등학교 학생의 말이 '역사 시간에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배우며 뿌듯했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럽단 생각을 했다.'예요. 이거야말로 긍정적인 역사를 가르치는 거죠.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가르치는 게 왜 자학 사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가르치면 당연히 친일과 독재는 부정적으로 쓸 수밖에 없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같이 보는 게 역사죠."

- 국정화될 경우 대안으로 제시된 게 자체 교과서 제작이에요. 그러나 이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법적으로는 교과서라는 말을 쓸 수 없으니 교재가 되겠죠. 곧 대안 교재 개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에서 이미 국정화가 강행되면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대안 교재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고, 교육감 가운데 다수도 대안 교재 개발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니 대안 교재는 분명히 만들어질 겁니다.
그러나 대안 교재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물론 대안 교재 개발이 국정화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을 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대안 교재를 만드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국정화를 다시 폐지하는 것이 대안일 겁니다. 검정제로 돌려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유발행제까지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이제 행정예고가 이루어졌으니까 20일 동안의 유예기간이 생긴 셈입니다. 그 기간에 국정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교육부에 내기 위한 활동을 벌일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반대 의견이 많아도 결국에는 국정화를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국정화를 폐기하는 활동을 벌이겠습니다.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은 집필을 거부할 것이고 사실상 수업에서 쓰지 않겠다는 불복종 운동을 벌일 겁니다.

법조계나 야당이나 힘을 합해 헌법 소원, 가처분 신청 등의 사법 대응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존속하는 동안에 국정제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권 이후에 들어설 정부에서는 반드시 국정제를 폐지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 바탕이 되는 건 시민을 향한 지속적이고도 광범위한 선전 활동이겠죠. 무슨 일이 있어도 역사 쿠데타를 막고 역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이영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