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국정원 “대통령 주연 영화에 30억 대주겠다”
국정원 엔터팀 운영
“에어포스원 같은 영화로 안보 해야”
실력파 중견 감독 만난 국정원 요원
구체 지원액수 밝히며 노골적 추파
‘국뽕영화’ 제작 메인투자자 역 자임
국정원 지원 영화 수사 통해 밝혀야
영화판 정보 수집 ‘블랙리스트’ 근간
촬영 시작도 안 했는데 국정원서
박정희 등장 알고 시나리오 받아가
“2013년 이후 박정희 노무현 등 금기”
영화판 투자 의사결정 크게 뒤틀려
“에어포스원 같은 영화로 안보 해야”
실력파 중견 감독 만난 국정원 요원
구체 지원액수 밝히며 노골적 추파
‘국뽕영화’ 제작 메인투자자 역 자임
국정원 지원 영화 수사 통해 밝혀야
영화판 정보 수집 ‘블랙리스트’ 근간
촬영 시작도 안 했는데 국정원서
박정희 등장 알고 시나리오 받아가
“2013년 이후 박정희 노무현 등 금기”
영화판 투자 의사결정 크게 뒤틀려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면 한 30억원 정도는 대줄 수 있다.”
‘실력파’로 알려진 중견 감독 ㄱ씨는 2013년말~2014년초 서울 강남의 한 횟집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을 만났다. 국정원 요원은 ㄱ감독에게 미국 대통령이 직접 테러범들을 무찌르는 할리우드 영화 <에어포스 원>을 예로 들며, 이런 “애국영화, 국뽕영화를 만들면 제작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ㄱ감독의 기억에 따르면, 국정원 요원은 “할리우드에는 대통령이 주인공인 안보 의식을 고취하는 영화가 많고 흥행도 한다. 대통령이 직접 액션도 하는 히어로물을 만들면 영화로도 안보를 할 수 있다. 국내 영화인들은 그런 인식이 없다”며 한국 영화계 풍토를 성토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주인공인 영화 제작에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ㄱ감독은 대구·경북(TK) 출신으로 과거 간첩이 등장하는 영화 연출에 관여한 적이 있다. ㄱ감독은 “진짜 연출을 할 생각이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어서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엔터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키워드에 특히 민감해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최근 유명 감독이 연출을 맡아 나름대로 흥행을 거둔 한 영화의 투자 관계자는 “(국정원 엔터팀 소속 요원 배○○이) 서초동의 한 커피숍에서 우리 쪽 영화 관계자와 만났다.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영화에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려고 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받아갔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사찰 범위는 국내 영화사는 물론 외국 직배사까지 포함했다. 한 직배사 관계자는 “국정원 요원이 수시로 투자배급사 직원들을 만나며, 영화계에서 어떤 영화가 투자·제작되고 있는지 물으러 다녔다”고 증언했다.
이런 국정원의 활동은 박근혜 정권 시기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됐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는 대형 투자배급사부터 일선 감독에게까지 촉수를 뻗친 국정원 엔터팀의 활동은, 박근혜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문화계 좌파 척결’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 위한 손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좌파 성향’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지난해 말 블랙리스트 사태 때 낱낱이 공개된 바 있다.
김영한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 2014년 12월28일치를 보면, “<국제시장> 제작 과정 투자자 구득난, 문제 있어, 장악, 관장 기관이 있어야”라는 대목이 나온다.
청와대가 영화를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정권 유지에 유리한 영화에 투자가 잘 이뤄지도록 개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반면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영화 제작에는 압력을 넣을 방안을 고민했다.
2015년 1월2일치 김영한 업무수첩에는 “영화계 좌파 성향 인물 네트워크 파악 필요”라는 대목이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이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데, 편향적인 영화에 지원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국정원 엔터팀은 이처럼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작성에 필요한 영화계 밑바닥 정보를 수집하고, 명단이 완성된 뒤엔 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직원이 ‘애국영화, 국뽕영화를 만든다면 30억원 정도는 대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일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영화 투자 업무를 담당해온 한 관계자는 “보수정부 들어 이른바 현장에서 멀리 떠나 있던 ‘휴면 영화인’들이 건전 애국영화, 전쟁영화를 만들겠다며 수차례 투자를 요구해온 바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영화 주제는 육영수,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작품들이었다.
이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투자 결정은 ‘이념 문제’보다 ‘투자금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함량 미달이라면 우선 ‘메인 투자’를 잡아오라 말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모의 영화를 만들려면 씨제이(CJ)나 롯데 같은 대형 투자사들이 전체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책임져야 한다. 국정원의 제안은 (메인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의 투자 지원을 받아 실제 제작된 영화가 있는지는 앞으로 수사 등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들(국정원 엔터팀)의 활동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 영화판의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크게 뒤틀렸다. 2013년 이후 박정희, 노무현, 친일 관련 영화에 대한 지원은 금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로 나눌 일이 아니다. 자신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어떤 곳은 지원하고 다른 곳은 팽개치는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런 반복을 막으려면 그동안 영화계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엔터팀의 활동에 대한 수사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정환봉 김완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김성훈 <씨네21> 기자 pepsi@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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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우익 ‘국뽕영화’ 기획·사찰 엔터팀도 운영했다
국정원 핵심 정보보안국이 정보 수집
대형 투자배급사와 감독 등 접촉해
국정원법 직무 벗어난 명백한 불법
대형 투자배급사와 감독 등 접촉해
국정원법 직무 벗어난 명백한 불법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보보안국 산하에 ‘엔터테인먼트’ 파트를 두고, 진보 성향의 영화를 만든 영화인들을 사찰하고, 우익 색채의 이른바 ‘국뽕 영화’ 제작을 기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이런 활동은 국정원법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명백한 불법이다.
<한겨레21>이 최근 영화계 인사 수십명의 증언을 토대로 국정원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 영화계 인사들을 사찰하고, 이를 근거로 영화계의 제작·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전반에 개입했던 국정원 요원들을 뜻하는 ‘국정원 엔터팀’의 존재가 확인됐다.
엔터팀은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총괄하는 정보보안국 소속으로, 문화계 전반을 담당하는 오아무개 처장(3급) 밑에서 배○○와 이○○ 등이 요원으로 활동했다. 국정원 정보보안국은 국정원 내 핵심 부서로, 당시 국장은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에게 각종 정보를 직접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는 추명호씨였다.
영화계 인사들은 ‘국정원 엔터팀’이 영화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현재 제작 중이거나 제작 예정인 영화 등에 대한 정보를 집요하게 수집했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들은 “국정원 엔터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그린 <변호인>(2013)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을 접촉했다. 특히 엔터팀 배○○은 한 투자배급사의 고위 임원과 한달에 한번꼴로 만나 각종 영화계 동향을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활동 범위는 미국 할리우드 직배사까지 뻗쳤다. 진보 성향의 영화들이 국내 공적자금이 아닌 국외 자금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국정원 요원들은 영화감독들을 직접 불러내 ‘애국영화를 만들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우파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액션도 하는 히어로물을 만들면 30억원 정도는 대줄 수 있다”며, 영화 제작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수집된 영화계 정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밑돌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투자배급사 임원은 “한마디로 야만의 시대였다. 영화 제작 일정을 일일이 국정원이 확인하는 시대에, 무슨 창조경제가 되고 문화융성이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정원 쪽에선 “적폐 청산 대상 사건이다. 관련 내용 등을 면밀하고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완 정환봉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김성훈 <씨네21>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0414.html#csidxae8bf3602c6aa1ab5873e094d34e8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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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의 ‘한 축’ 국정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국정원 엔터팀 운영
청와대 문체부 핵심 실형과 달리
불법행위 확인하고도 처벌 ‘공백’
청와대 문체부 핵심 실형과 달리
불법행위 확인하고도 처벌 ‘공백’
“청와대·국정원·문체부를 통한 지원 배제의 시스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판결문에 등장하는 이 표현은, 지난해 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운영 원리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 사건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판결문에,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집행한 국가기관이 문체부와 국정원 양쪽임을 분명히 적시했다.
하지만 사법처리 과정에 국정원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불법행위는 있었지만 책임지는 자가 없는 법적 공백이 생긴 셈이다.
블랙리스트 1심 재판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와 문체부 핵심 관계자들을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 주요 관계자들의 판결문에는 <한겨레21>이 이번에 확인한 ‘엔터팀’의 활동 말고도, 국정원이 저지른 다양한 불법행위의 흔적이 있다. 국정원이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사찰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고, 이들을 배제하기 위해 실제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명확히 담겨 있는 것이다.
우선 김기춘 전 실장의 판결문을 보면, 2014년 2월 김 전 실장은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문예기금 지원 대상 선정 결과 좌파단체, 좌성향 작가 등이 포함됐다. 하반기 심사부터 이런 폐단이 시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의 국정원 정보보고 문건을 전달한다.
이는 국정원이 문체부가 지원한 단체 및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아무개 전 청와대 비서관 판결문에도 “국정원 정보보고 문건에서 정부의 기금 지원 등을 문제 삼은 개인명·단체명, 문체부에서 국정원에 지원 배제 여부를 검토, 의뢰하여 받은 개인명·단체명”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된 기초 작업이 끝난 뒤, 이를 갱신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동향 파악은 리스트 작성 수준을 넘어 실행 방법 입안도 포함됐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한 국정원 보고문건에는 △국립단체 필터링 위한 공모제 확대 및 심사기준 강화 △한예종 총장 좌성향 교수 보직교수 임명 유의 △연구 실적 부진 좌성향 교수의 퇴출 유도 등의 실행계획이 담기기도 했다.
김완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0416.html#csidxc4bd404b6061577b2942c70d4d319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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