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설, 설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 이야기

道雨 2019. 7. 16. 17:24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 이야기




* 요약 : 성애와 미의 여신으로, 로마인들에게는 베누스다. 바다와 항해의 안전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널리 숭배되었으며, 스파르타·테베·키프로스 등지에서는 전쟁의 여신으로도 숭배되었다. 사랑과 다산의 여신이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결혼을 관장하기도 했다.


아프로디테 숭배의 중심지는 키프로스 섬에 있는 파포스와 아마투스, 미노아의 식민지 키테라 섬이었는데, 키테라에서는 아프로디테 숭배가 선사시대부터 행해진 것 같다. 그리스 본토에서 아프로디테 숭배의 중심지는 코린트였다.


그녀는 에로스, 그레이스, 호라와 밀접히 연관됨으로써, 풍요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그녀는 세상의 창조적 요소인 게네트릭스로서 널리 숭배되었다. 초기 그리스의 예술에서 아프로디테는 입상·좌상으로 표현되었다.



성애와 미의 여신으로, 로마인들에게는 베누스가 된다. 그리스어로 아프로스(aphros)는 '거품'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하늘)의 아들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진 데서 생겨난 하얀 거품으로부터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사실 아프로디테는 바다와 항해의 안전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널리 숭배되었으며, 스파르타·테베·키프로스 등지에서는 전쟁의 여신으로도 숭배되었다.

그러나 사랑과 다산의 여신이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결혼을 관장하기도 했다. 매춘부들은 아프로디테를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생각했지만, 그녀에 대한 공적인 숭배의식은 대체로 경건했고 엄격하기까지 했다.


많은 학자들은 아프로디테 숭배가 동양에서 전래된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녀의 특징 중 많은 부분이 셈족에게서 유래한 것은 분명하다. 호메로스는 키프로스 섬이 아프로디테 숭배로 유명했다는 점에서 그녀를 키프로스인이라고 했지만, 호메로스 시대에 아프로디테는 이미 그리스화되어 있었으며, 그 또한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와 그의 여자인 도도나의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여겼다.


〈오디세이아 Odyssey〉에서 아프로디테는 절름발이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와 어울리지 않는 결혼을 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남인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 연애하는 데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이들 사이에서 하르모니아가 태어났음).

인간들과도 여러 번 사랑에 빠졌는데, 그중 중요한 인물로는 트로이의 목동이었던 안키세스(그와의 사이에 아이네아스를 낳았음)와 미남 청년 아도니스(원래는 셈족의 자연신으로 이슈타르-아스타르테의 남편인 이슈타르)가 있다.

아도니스는 사냥중에 멧돼지에게 죽음을 당했으며, 아도니아 축제 때는 여자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도니스 숭배는 저승세계의 특징을 보이며, 델포이에서는 아프로디테 역시 죽은 자들과 결부되었다.


아프로디테 숭배의 중심지는 키프로스 섬에 있는 파포스와 아마투스, 미노아의 식민지 키테라 섬이었는데, 키테라에서는 아프로디테 숭배가 선사시대부터 행해진 것 같다.

그리스 본토에서 아프로디테 숭배의 중심지는 코린트였다.


그녀는 에로스, 그레이스(자비), 호라(계절)와 밀접히 연관됨으로써, 풍요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그녀는 세상의 창조적 요소인 게네트릭스(Genetrix:산모)로서 널리 숭배되었다.

그녀를 수식하는 말인 우라니아(Urania:천상의 거주자)와 판데모스(Pandemos:모든 사람의)를 플라톤이 부정확하게 받아들여, 지적이고 일반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데 사용했다.

실상 우라니아라는 명칭은 특정한 동양의 신들에게 쓰였던 경칭이며, 판데모스라는 명칭은 도시국가 내에서의 그녀의 지위를 나타낼 뿐이다. 비둘기·석류·백조 그리고 도금양이 그녀의 상징이었다.


초기 그리스의 예술에서 아프로디테는 동양의 나체 여신상 또는 다른 여신들과 마찬가지로 입상·좌상으로 표현되었다.

아프로디테가 처음으로 독자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은 BC 5세기의 조각가들에 의해서였다. 가장 유명한 조각은 프락시텔레스가 크니디아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그것은 뒤에 밀로의 비너스 같은 헬레니즘 걸작품들의 전형이 되었다.


아프로디테 조각상

이탈리아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가 복원한 아프로디테 조각상. 서기 200년 이탈리아 남부 바이아에서 발견된 작품을 안토니오 카노바가 복원했다. 파로스 섬의 백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는 1.8m이다. 기원전 350년경 그리스의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의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양식을 따랐다. 1924년 소유자 미가엘 엠베리코스가 그리스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에 기증했다.

ⓒ Aavindraa/wikimedia commons | CC BY



**********************************************************************************************




아름다움(美)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어원과 태생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거품’을 뜻하는 ‘aphros’에서 찾을 수 있다. 즉 ‘Aphrodite’는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이다.


아프로디테는 셈(Sem)족의 풍요와 다산, 그리고 전쟁의 여신인 아스타르테(Astarte)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아스타르테는 바알(Baal)과 함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주신으로 숭배된 여신이다. 아프로디테 역시 동방 출신인 것이다.


여신은 미케네 시대에 키프로스(Kypros) 섬으로 전래되면서, 성격과 이름이 그리스화되었다. 여신의 별명 키프리스(Kypris)는 거기서 유래된 것이며, ‘바다에서 솟아오른 자’라는 뜻의 아나디오메네(Anadyomene)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에서는 ‘비너스' 또는 '베누스(Venus)’로 칭한다.


‘4월’을 뜻하는 영어 ‘April’은 라틴어 ‘Aprilis’에서 유래된 단어로, ‘아프로디테의 달’이라는 의미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T. S. Eliot)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한 것은,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달콤한 유혹과 시련의 아픔을 갈파한 것인지도 모른다.

온갖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아지랑이가 물거품처럼 피어오르는 4월이 미의 여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또한 봄이 오면 처녀와 총각들의 마음이 공연히 싱숭생숭해지는 것도 사랑의 여신의 장난기 탓이리라.


‘샛별’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장 아름다운 행성, 금성에도 아프로디테의 로마식 이름인 ‘Venus’가 붙여져 있다.


아프로디테의 태생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거세된 생식기가 바다거품과 어우러져 태어났다는 설로서, 『신통기』의 저자 헤시오도스가 주장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로서 호메로스의 주장이다.


두 가지 설에서의 공통점은 여신의 탄생 근원이 바다거품이라는 사실이다.

아름다움과 사랑이란 한순간 화사하게 피어올랐다가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라는 깨우침을 담고 있는 탄생 설화이리라.


플라톤은 『향연』에서 여신의 두 가지 탄생설과 관련하여 ‘아프로디테 우라니아(Aphrodite Urania)’와 ‘아프로디테 판데모스(Aphrodite Pandemos)’라는 개념으로 사랑의 속성을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플라톤은 파우사니아스의 입을 통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중성을 말한다. 즉 아프로디테 우라니아는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탄생한 나이 많은 여신으로,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영혼의 사랑을 주관하며, 아프로디테 판데모스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탄생한 나이 어린 여신으로, 영적인 사랑보다 육적이고 쾌락적인 사랑에만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Urania’는 ‘하늘의’, ‘Pandemos’는 ‘모든 민중의’라는 뜻으로, 아프로디테 우라니아와 아프로디테 판데모스는 하늘의 고귀한 사랑과 민중의 세속적 사랑을 각각 상징하고 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상징하는 이미지는 여체의 아름다움이다.

예로부터 벌거벗은 여체는 예술가들의 혼을 일깨우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여신 아프로디테의 전형적인 캐릭터는 벌거벗은 아름다운 육체다.

밀로의 비너스 상은 균형 잡힌 팔등신의 완벽한 여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여신은 모든 남성의 애인이며, 모든 여성의 꿈이자 숙적이다. 여신은 또한 수많은 화가와 조각가의 으뜸가는 누드모델이다.

여신은 단연 신화의 주연이다. 아테나가 차갑고 이지적인 지성미를 드러낸다면, 아프로디테는 뇌쇄적이고 육감적인 관능미를 자랑한다.


비너스의 탄생, Sandro Botticelli, 1485




미술사에는 수많은 ‘아프로디테’와 ‘비너스’가 등장한다. 그중에는 물론 실제로 신화 속의 여신을 모델로 한 작품도 많지만, 대개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신의 이름을 빌어 형상화 한 것이다. 이런 경우 작품 속의 ‘아프로디테’, 혹은 ‘비너스’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이다.


시대를 달리하며 탄생한 다양한 ‘아프로디테(비너스)’를 살펴보면, 아름다움의 척도가 끊임없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밀로의 비너스처럼 팔등신의 완벽한 균형미를 나타내는 것으로부터, 풍만한 육체파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의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된 비너스 상은, 상식적으로 볼 때 아름다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가슴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크고, 배와 허리는 일본의 스모 선수를 연상케 하는 몰골이다.

미술사가들의 비평에 따르자면, 이러한 극도의 불균형한 미는, 여성이 생식의 원천으로만 여겨졌던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그것은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는 우람한 허리와, 낳은 자식을 잘 먹일 수 있는 용량이 큰 젖가슴을 소유한 자가 최고의 여성으로 꼽히던 시대의 아름다움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밀로의 비너스, BC 130-100년경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BC 28000-25000년경


                                


우리의 전통적인 미인상은 이목구비가 작고 가슴도 작은 아담 사이즈의 여성이었던 것 같다. 단지 다산을 상징하는 엉덩이는 커야 환영받았다.

그러나 가치관이 서구화 되면서 아름다움의 기준도 서구화 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래서 모두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몸매도 날씬한 서구 미인을 꿈꾼다.

미의 기준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른 것이라면, 남의 기준에 무작정 따라 맞추기보다는 각자의 개성미를 잘 가꾸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보다 현명한 길은, 물거품처럼 스러져가는 외형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갈수록 강한 빛을 뿜어내고 진한 맛을 우려내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리라.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미스 여신 선발 대회에서, 아프로디테는 신들의 여왕 헤라와 처녀신 아테나를 누르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자신이 미의 여신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한다.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앙심을 품고 뒤늦게 나타나, 잔칫상에 황금사과 한 알을 던진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그러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나서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골치 아픈 심판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맡긴다. 여신들은 파리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자 뇌물을 제의한다.

신들의 여왕 헤라는 권력을,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전쟁터에서의 명예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선물로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고, 여신은 보답으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하도록 도와준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이 그리스 연합군을 동원하여 트로이로 쳐들어간다.

희대의 여인 납치극으로 인하여 저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던 것이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여신이다. 그녀의 곁에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늘 동행한다. 아름다움과 사랑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남성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른다. 여신 앞에만 서면 얼음 같이 찬 이성도 봄볕에 눈 녹듯 맥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아프로디테는 뜨거운 여신으로, 차가운 여신 아테나와 라이벌 관계다. 사랑의 여신으로서 아프로디테는 스스로도 자유분방한 애정 행각을 벌인다.


여신은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제우스 못지않은 화려한 애정 편력을 보여준다. 여신은 가슴 주위에 케스토스 비마스(Kestos bimas)라는 띠를 두르고 있다. 이것은 상대를 사랑의 포로로 만드는 마법의 띠다.

최고 미녀 신이면서 가슴에 불같은 사랑의 욕정을 품고 있는 아프로디테가, 가장 못나고 신체 불구인 헤파이스토스를 남편으로 맞이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혹자는 그것을 ‘아름다움과 추함의 조화’로, 혹자는 ‘미와 기능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예술’로 해석한다. 어쩌면 그것은 바람둥이 여신이 안고 있는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아프로디테의 애정 행각의 대표적인 상대는 전쟁의 신 아레스다. 여신은 남편 헤파이스토스를 멀리하고, 수시로 아레스와 욕정을 나눈다.

시뻘건 대낮에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던 불륜 남녀가, 태양의 신에게 발각되어 남편에게 알려진다. 헤파이스토스는 어느 날 집을 나서기 전에 침대에 보이지 않는 황금 그물을 쳐둔다. 그 사실을 모르는 두 신이 열렬히 사랑을 나누다가 벌거벗은 몸으로 그물에 갇혀, 올림포스 신들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한다. 두 신의 불륜의 결과로 포보스(Phobos, 공포), 데이모스(Deimos, 걱정),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가 태어난다.


그리고 에로스도 둘 사이의 자식이라는 설이 있다.


언제 발각될까 늘 전전긍긍하며 나눈 사랑의 결과로 ‘공포’와 ‘걱정’이 태어난 것일까?

하르모니아의 탄생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두 열정인 사랑과 증오(전쟁)의 조화를 꾀하려는 희망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아프로디테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셈족의 아스타르테는 사랑과 전쟁을 모두 관장하는 여신이 아니었던가.

바빌로니아의 이쉬타르(Ischtar)도 사랑과 전쟁, 풍요를 함께 관장한다.


헤파이스토스에게 밀애 현장을 들킨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Alexandre Charles Guillemot, 1827





아프로디테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도 관계하여, 남녀 양성의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os)를 낳는다. 그는 두 신의 합성된 이름을 갖고 있다.

여신은 또한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의 사이에서, 유난히 큰 성기를 자랑하는 생식력의 신 프리아포스(Priapos)를 낳는다. 본능과 애욕이 결합된 지극히 당연한 소산이다.


아프로디테는 인간과도 서슴없이 사랑을 나눈다. 아도니스(Adonis)는 아주 잘생긴 목동으로 아프로디테의 연인이 된다. 하루는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의 곁을 잠시 떠난 사이에, 목동은 여신의 당부를 무시하고 위험한 사냥에 나섰다가, 멧돼지(변신한 아레스라는 설이 있다)의 뿔에 받혀 즉사한다.

돌아온 아프로디테가 눈물을 흘리며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 신주 넥타를 뿌려주니, 거품이 일며 한 송이의 핏빛 꽃이 피어난다. 바람처럼 피었다가 바람처럼 시들어버리는 바람꽃 아네모네다.


아도니스는 키프로스 왕의 딸인 스미르나(Smyrna)가 낳은 자식이다. 스미르나는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받아 아버지를 사랑하는 재앙에 빠진다. 그녀는 잘못된 사랑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한 후 동침하여 임신한다. 격분한 아버지가 딸을 죽이려 하자, 스미르나는 신께 기원하여 향나무로 변한다. ‘Smyrna’는 ‘향나무’라는 뜻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나무를 칼로 두 동강내자, 거기서 아도니스가 튀어나왔다.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으며, 지상과 지하 세계를 오가는 애정 행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목동 앙키세스(Anchises)와의 밀애도 유명하다. 아프로디테는 목동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너무나 몸매가 좋은 앙키세스를 보고 반한 아프로디테가 그를 유혹하여 욕정을 나눈다.

꿈같은 순간을 보내고 떠나면서 여신은 당부한다. 자신과의 동침을 절대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앙키세스는 한동안 비밀을 잘 지켰으나,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그 사실을 털어놓다가,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불구의 몸이 되어 버린다. 두 사람 사이에서 로마의 전설적인 건국 시조인 아이네이아스(Aineias)가 태어난다.


아도니스와 앙키세스 모두 동방 출신이다. 아도니스는 셈어로 ‘식물의 주인’을 뜻하는 이름으로, 소아시아 지방의 꽃과 식물의 순환 과정을 관장하는 신으로 알려지며, 앙키세스는 트로이의 영웅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다.

동방 출신의 목동들과의 인연은, 여신의 기원이 동방에 있음을 말해 준다. 그리고 ‘식물의 주인’을 뜻하는 아도니스와의 각별한 사랑은 만물의 생식을 주관하는 여신의 성격을 드러내 준다.


같은 바람둥이지만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와 차원이 다르다. 두 신 모두 감정이 동하면 신이건 인간이건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그런데 제우스의 애정 행각에는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권좌를 위태롭게 할 자식을 낳게 된다는 이유로 테티스를 버리고, 메티스를 먹어치운다. 그에게는 사랑보다는 권력이 앞선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언제나 사랑의 감정에만 충실할 뿐이다.

바람기에 있어서는 아프로디테가 제우스보다 한 수 위다. 여신이야말로 ‘순수한 바람둥이’며 ‘프로 사랑꾼’이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여신이다.


아프로디테는 인간의 마음속에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기도 한다. 여신이 주관하는 사랑의 속성에는 양면성이 있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인간의 영혼에 창조적 에너지를 불어넣기도 하고, 영육을 파멸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불과 같다. 같은 불이면서도, 쇠는 달구어 강하게 단련시키지만, 종이는 태워 재로 만들어 버린다.


피그말리온(Pygmalion)이 자신의 조각상에게 바치는 사랑은 창조적인 사랑이다. 그는 상아로 여인상을 조각했다. 그것은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는 조각상을 애인처럼 아끼고 쓰다듬고 입맞춤한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Jean-Leon Gerome, 1890




아프로디테의 섬 키프로스에서 여신을 봉헌하는 축제가 열린다. 피그말리온은 여신의 신전에 정성들여 제물을 바치고 경배한다. 그리고는 성심껏 빈다. ‘저 조각상을 아내로 주소서’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대신 ‘저 조각상 같은 여성을 아내로 주소서’라고 간구한다.

기도를 마친 피그말리온이 집으로 돌아와 늘 했던 것처럼 조각상을 포옹하고 키스한다. 그러자 싸늘하던 입술에 온기가 돌며, 조각상이 사람의 몸으로 바뀐다.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을 어여삐 여겨 그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피그말리온의 사랑이 무생명체에 생명이 깃드는 창조의 기적을 낳은 것이다.


영웅 테세우스의 후처 파이드라(Phaidra)가 의붓아들 히폴리토스에게 품는 사랑은 파괴적인 사랑이다. 파이드라는 히폴리토스에게 눈이 멀어 사련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유모를 통해 위험한 거래를 제의한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혐오하고,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하는 히폴리토스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파이드라는 치욕감에 떨며 자결한다.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범하려 했다는 거짓 편지를 남편에게 남긴 채. 히폴리토스는 아버지의 저주를 받고 죽음을 당한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히폴리토스」에서는,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이 아프로디테의 농간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혐오하는 히폴리토스를 처벌하기 위하여 파이드라의 가슴 속에 사련의 감정을 불어넣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여신은 사랑 앞에서 지나친 순결 의식과 죄책감은 자칫 위선에 빠져 비뚤어진 사랑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착과 소유욕 역시 파괴적 사랑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암시한다. 여신은 사랑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맡기라고 말한다. “사랑은 자유다“라고 말이다.


동방에서 유래된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는, 만물의 종족보존과 번식을 관장하는 풍요와 다산의 여신이었다. 그리고 성(sex) 행위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책무였다. 대자연의 종족 번식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성을 소유한 인간은 항상 이러한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려 한다. 그래서 때로는 과도하게 성을 탐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성을 억압하고 금기시 한다. 특히 가부장 사회가 도래하면서, 자연스러운 성행위는 억압되고 왜곡된다.


아프로디테는 자유부인이다. 여신은 성의 해방과 자유를 외친다. 여신 앞에서 사랑이 정신적이니, 육체적이니 하는 이분법적 분류는 무의미하다.

여신의 사랑은 계산적이지도, 관습과 도덕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여신은 지나치게 왜곡된 사랑도, 순결과 금욕도 거부한다. 여신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맡기라고 말한다.

아테나가 가부장제에 현실적이며 이기적으로 적응했다면, 아프로디테는 성의 자유를 외치며 가부장제의 억압되고 뒤틀린 성문화에 온몸으로 저항했다.

불같은 에너지를 지닌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언제나 강력한 견제와 통제의 대상이었다. 상대는 이성과 윤리 도덕이다.

여신의 자유분방함은 가부장 사회와 엄격한 기독교 윤리하에서 철저히 비하되고 무장해제 된다. 아프로디테는 위대한 여신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마녀, 사탄, 탕녀로 단죄되는 운명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유분방한 그리스 문화에서 사랑받던 아프로디테는, 기독교의 도덕성 앞에서 끝없는 추락을 맛보게 된다. 그리하여 여신은 아프로디테 포르네(Aphrodite Porne), 즉 ‘음탕한 아프로디테’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고, 음란과 외설의 상징으로 비하된다.

여신은 기독교 최대의 적이었다.

중세의 마녀재판에서 아프로디테가 최후의 진술을 한다. “그래도 사랑은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