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오류’와 윤석열의 ‘억지 주장’
일상적으로 범하기 쉬운 논리적 오류로 ‘전건 부정의 오류’와 ‘후건 긍정의 오류’가 꼽힌다.
전건은 어떤 판단의 조건부를, 후건은 귀결부를 말한다.
예를 들어 ‘기차를 타면 멀리 갈 수 있다’란 문장에서 ‘기차를 타면’은 전건, ‘멀리 갈 수 있다’는 후건이다.
여기서 ‘그는 기차를 타지 않았다. 그러므로 멀리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면 전건 부정의 오류를 범한 것이 된다. 기차를 타지 않고서도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에서 ‘그는 멀리 여행을 갔다. 그러므로 기차를 탔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건 후건 긍정의 오류에 해당한다. ‘멀리 갔다’(후건)를 긍정한 데서 틀린 결론을 끌어낸 것이다.
둘 다 특정한 조건에서만 참인 문장을 한계를 넘어 무리하게 확대 적용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오류이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일 “고발 사주했으면 왜 고발이 안 됐냐”라며 “사주한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차원의 고발이 없었으니 ‘고발 사주’도 성립이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실 이건 논리적 오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서 대전제는 ‘고발을 사주하면 고발이 이뤄진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발을 사주한다고 모두 고발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에서, 대전제 자체가 참이 될 수 없는 주장이다. 고발을 사주해도 다른 이유로 고발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 논리 전개의 기본은 ‘대전제는 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제가 ‘사람이면 죽는다’처럼 완전한 참이거나, 적어도 ‘기차를 타면 멀리 갈 수 있다’ 정도의 높은 개연성을 가져야만 주장의 논리를 논할 수가 있는데, 윤 전 총장 주장은 기본을 벗어났다.
법률에도 ‘미수’ 개념이 있다. 의도와 다른 결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전문가일 윤 전 총장이 이런 억지를 부리는 건 ‘고발 사주’ 의혹을 어떻게든 부인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 때문은 아닐까 궁금해진다.
더구나, ‘고발 사주’ 의혹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야당이 검찰이 전달했다는 고발장과 거의 똑같은 판박이 고발장을 대검에 낸 사실 또한 확인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주장이 논리로나 사실로나 억지이자 거짓이라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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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1390.html#csidx253fde011ad50d6b76460e31dba87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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