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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다운 기후위기 대응 태도

道雨 2022. 2. 11. 10:06

야당다운 기후위기 대응 태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공직 후보자 역량 강화 교육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1강 당헌·당규’ 편에서 이 대표는 당원 및 공직 후보자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참여를 독려했다. 따릉이와 전기차를 적극 이용 중인 당 대표의 소신이 비쳤다.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에 바탕을 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30년 계획”을 공약으로 내건 제1야당다운 강령이었다.

 

이런 국민의힘의 기후위기 인식 수준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설 연휴 직후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발 ‘기후 리스크’가 노출된 것이다.

이재명 후보 주도권 토론에서 ‘RE100’ 용어를 몰라 윤 후보가 되묻는 촌극이 발생했다. 부동산과 안보 의제에서 엘티브이(LTV·주택담보대출비율), 디에스아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킬체인 등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토론을 주도한 윤 후보였기에, 다른 세 후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토론 직후 에스엔에스(SNS)에 “나도 몰랐다”, “장학퀴즈냐”류의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RE100이란 용어가 환경 분야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단 반증일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 없다. 그러나 지디피(GDP) 규모 세계 10위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리더라면 “내각 구성을 위해 누구 머리를 빌릴지 정돈 알아야” 옳다. 안철수 후보의 말이다.

사실 윤석열 후보 반응에 가장 당황한 그룹은 환경단체가 아닌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었다. 세계 기후위기 대응책에 따라 국내외 경제시장 판도가 달라짐을 인지 중인 그들에게, 지지율 1위 후보의 멋쩍은 웃음은 그 자체로 ‘경제 리스크’로 다가온다.

 

RE100이란 무엇인가?

여러 매체에서 언급했듯이 전세계 기업 시가총액 순위 최상위를 차지하는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현 메타), 테슬라, 삼성(국외 사업장) 등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축인 기업발 비즈니스 프로세스(생산에서 유통 및 처리까지) 전 과정의 소비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태양광·풍력 비중이 3% 언저리에 불과한 한국 상황을 보면, 일반 대중에게 재생에너지 관련 용어가 낯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혹자는 RE100이 실현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한국보다 높은 위도와 긴 겨울로 일조량이 부족한 독일의 경우, 비록 몇 시간이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 나라의 전체 전력 수요를 달성한 사례가 있다. 나아가 포르투갈은 국가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143% 생산해 총리가 나서서 자축한 적도 있다. 이는 모두 2018년의 기록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곳곳의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은 명약관화하다. 이재명 후보도 언급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가시화는, 신기후체제 시대-탄소 전쟁의 서막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간 치열한 정책 대결이 펼쳐져야 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윤 후보에 이어 이준석 당 대표까지 상대 진영의 ‘태양광 그늘막 공약’에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를 위한 공약 아니냐”라고 공격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박한 대로 이 대표 본인 또한 중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간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소유 중임에도 말이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의 우수한 전기차 배터리(2차 전지)는 ‘메이드 인 차이나’로 전락한다. 주요 원자재인 망간 99%, 흑연 87.7%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품귀 사태를 빚은 ‘요소수’는 무려 97%가 중국산이다.

경제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수출 주도 성장국의 제1야당 대통령 후보와 당 대표의 무지와 모순은 대한민국 ‘국가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교육, 경제, 에너지 자원, 안보 나아가 인권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지상 최대의 과제이자, 보수정치 근간이 모두 포함된 시대적 사명이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번 RE100 논란을 계기로 삼아, 대한민국 제1야당다운 기후위기 대응 자세를 보여줄 것을 주문한다.

 

 

김주영 |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후변화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