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라던 안철수의 원칙 없는 단일화

道雨 2022. 3. 4. 09:45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라던 안철수의 원칙 없는 단일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유세에서 ‘이순신의 12척’를 언급하며 완주 의지를 밝힌 지 나흘 만이다. 투표일을 불과 엿새 앞두고 이뤄진 단일화로 ‘4자 대결’로 진행돼온 선거 구도가 급변하게 됐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미래 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후보는 “정권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권교체론’이 꾸준히 우위를 지켜온 여론 지형을 고려하면, 야권 후보들이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자 구도에서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결선투표가 없는 현행 선거 제도 아래선 공학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을 배제하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모든 단일화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일화는 유권자의 선택지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행위라는 점에서, ‘목적’뿐 아니라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원칙 없는 단일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두 후보는 이날 ‘국민통합 정부’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고 ‘더 좋은 정권교체’를 명분 삼아 ‘인수위 공동 구성’ 등 단일화 후속 프로세스를 국민 앞에 제시했지만, 이런 내용은 지난달 27일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기 전부터 양쪽이 논의했던 것들이다. 불과 나흘 사이에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어떤 사정 변경의 사유가 생겼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 그가 그토록 반대했던 ‘닥치고 단일화’ ‘무조건 단일화’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망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거듭 ‘완주’를 공언해왔다. 지난달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거부당한 뒤에는 유세 차량 사고로 숨진 당직자의 ‘유지’까지 언급하며 ‘철수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3일 울산 유세에선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무능한 후보를 뽑으면 1년이 지나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란 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또 “(윤 후보의 당선은) 진정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대”라는 말은 수시로 해왔다. 누구보다도 안 후보가 잘 알 것이다.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온 안철수 후보가, ‘선거 후 합당’에 합의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당’이 안 후보에게 당대표나 총리, 수도권 광역단체장 같은 정치적 미래를 열어줄지 모르겠으나, 그의 소신이라는 다당제 정착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2일 마지막 TV 토론회 뒤 단일화 담판을 요청한 게 안철수 후보 쪽이었다는 보도는 충격을 더한다. 밖으로는 ‘단일화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물밑에선 접촉을 이어가며 단일화 성사에 매달렸단 말인가. 지지자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다.

4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엿새 뒤엔 본투표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명분 있는 선택인지, 권력 나누기식 야합인지는 유권자들이 평가할 몫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내세운 비전과 공약뿐 아니라, 그동안의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도 면밀히 따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 2022. 3. 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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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철수’가 생각 못한 ‘치명적인 실수’ 세 가지

 

정권교체 vs 정치적 야합... 부동층의 표심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안 후보가 사퇴하면서 그를 지지했던 표심이 누구를 향할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전 선거 전날 이루어진 야권 단일화와 안 후보의 사퇴가 불러온 파장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① 순풍보다 역풍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면서 야권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클 것 같지만, 의외로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안 후보에 대한 실망과 반감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얘기했기 때문에, 그의 사퇴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기를 잘못 선택했습니다.

최소한 재외국민투표가 시작 되기 전이라도 안 후보가 사퇴했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재외 국민들이 몇 시간을 운전해 힘들게 투표한 그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안 후보는 거듭해서 ‘완주’를 약속하며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또 철수’하면서 그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로 인한 반감은 생각 외로 거셌고 역풍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② 여권 지지층의 결집 효과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지면서 의외로 여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이재명 후보와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당 지지층 결집 효과가 나오는 이유는, 안 후보의 행동이 마치 과거 정몽준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 전 날 벌어진 정몽준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는 오히려 지지자들을 결집하게 했고, 선거에 반영돼 노 후보가 당선의 원인이 됐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퍼지고 있는 ‘응징’과 ‘결집’의 움직임은 야권단일화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③ 정권교체 vs 정치적 야합... 부동층의 표심은?

안 후보 지지층이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게 6:4 정도로 나눠 움직인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이 간다고 해도 워낙 안 후보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안 후보의 지지층이 아닌 막판까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움직임입니다. 안 후보의 사퇴가 정권교체를 원하는 부동층을 흡수하면 윤 후보에게 유리하겠지만, 정치적 야합으로 보인다면 이 후보로 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후보와 ‘국민 통합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백브리핑에서는 “제가 국회의원으로는 열심히 입법 활동을 했습니다만,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총리직’ 또는 ‘과학기술 부총리’ 등의 주요 보직을 약속받은 이면 합의가 있지 않았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안 후보의 사퇴가 정권교체를 향한 순수한 열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입니다. 특히 이미 인쇄가 끝나 (사전투표는 즉석에서 출력되기 때문에 사퇴로 표기) 효과도 크지 않거니와, 안 후보에 대한 반감이 높아 부정적인 이미지로 작용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 임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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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3등 트라우마 안철수의 백기투항... 호남 유권자 또 능멸"

한때 '안철수 멘토'였던 인물의 윤-안 단일화 혹평... '말 바꾸기' 맹비난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중앙대 명예교수)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 "3등 트라우마에 따른 백기투항"이라고 혹평했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중도 보수 성향 인사로, 안철수 후보가 창당한 옛 국민의당에 합류해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며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다.

이상돈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안철수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2등도 아니고 3등을 했다, 본인은 그 충격이 컸을 것이고, 그게 3등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2018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2등은 할 줄 알았는데, 김문수한테도 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3등도 완전히 처지는 3등 아니냐"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내가 보기에는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자체가 무모했다"면서 "돈을 많이 들여서 회심의 작품으로 유세버스를 만들었는데, 불법개조해서 전부 못 쓰게 됐다. TV토론회 외에 사실상 선거운동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 (안 후보를) 받아들이면 골치 아플 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들도 (판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 워낙 '안풍'(안철수 바람)이 미풍이어서 (단일화로 인한) 효과도 미풍이고, 역풍이 분다고 해도 미풍이다.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번 호남 가서 사과 했는데, 또 가서 사과 해야 할 상황"
 

 
이상돈 전 의원은 특히 안 후보가 "단일화는 없다"고 했던 본인의 말을 바꾼 것에 대해, 과거 국민의당 시절 안 후보의 '말 바꾸기' 사례를 언급하며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되면)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고 하더니, 자기부터 잘라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안 후보는) 종잡을 수가 없고,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본심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과거) 국민의당을 같이 했던 의원들이 저 사람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안철수 후보는 지난 2월 22일 울산 중앙시장 유세에서 윤석열 후보를 겨냥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나.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안 후보를 두고 "인간으로서 그 사람을 해부해 봐야 한다. 사람의 탈을 쓰고 이렇게 할 수 없다"며 "지난번에 호남에 가서 사과를 했는데, 또 가서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귀국한 뒤 광주를 방문,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사과했다. 안 후보는 지난 2월 27일에도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지난 2016년 광주에서 국민의당을 38석이라는 엄청난 정당으로 만들어주셨는데, 국민통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영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광주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한 마디로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말 바꾸는 사람이 단군 이래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은 말할 것 없고 일반 사람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말을 바꾼다고 해도 계기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안 후보는 그런 게 없다"면서 "한국 정치판과 호남 유권자를 능멸한 것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최경준(235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