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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침략 전쟁과 스포츠의 힘

道雨 2022. 3. 8. 08:54

푸틴의 침략 전쟁과 스포츠의 힘

 

 

국제축구연맹(FIFA)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3월 말 예정된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배제한 근거는 2017년 도입한 ‘인권 정책’이다. 피파는 자체 규정을 유엔의 인권 보호 원칙에 따라 보완 강화했다. 러시아축구연맹이 피파의 조처를 ‘페어 플레이’ 위반이라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뜻을 밝혔지만, 피파는 대항 논리를 갖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각 세계연맹 주최 대회에 러시아 선수단의 참가를 금지하고, 러시아 안에서도 스포츠 행사를 열지 말라고 권고했다. 러시아 집권 세력과 관계 없는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지만, 아이오시는 인간의 존엄과 평화로운 사회 건설을 명시한 ‘올림픽 헌장’에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러시아 배제가 봇물 터진듯 이어지고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러시아 선수단의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출전을 불허했고, 모터스포츠 포뮬러원(F1)과 세계태권도연맹 등 종목별 단체들도 제재에 가세했다. 게임업체인 EA스포츠는 러시아 축구대표팀과 프로팀을 게임 내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중에 대한 파급력이 큰 스포츠가 국제 정치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하드 파워’와 대비되는 ‘소프트 파워’의 개입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뉴헤이븐 대학의 데클란 힐 교수는 외신에서 “스포츠는 엄청난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다. 피파가 월드컵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게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거대한 문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스포츠는 개별 국가 차원에 머물면 민족주의적 색채를 띤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독일 나치즘의 선전장이 됐다. 인터넷이 급부상한 21세기 세계 시민사회에서, 스포츠가 평화와 반전의 보편적 가치를 전파하는 통로로 바뀌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미국과 서유럽이 ‘제1 세계적 가치관’으로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말할 테지만, 독재자의 광기를 견제하는 ‘문화 억지력’으로 스포츠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 관점에서 보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세계 스포츠팬들을 적으로 돌린 어리석은 결정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