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 던진 과제

道雨 2022. 3. 7. 10:40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 던진 과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매우 충격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럽의 ‘평화 질서’는 무너졌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크나큰 상실과 고통을 겪고 있다. 침략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언제나 그렇듯 평범한 시민과 어린이들이다.

 

이번 전쟁의 원인은, 앞서 지적됐던 (나토의 확장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란) 지정학적 ‘망상’이 아닌, (옛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향수’가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 침공군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방 특히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침략과 새롭게 변화한 국제 질서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자유민주 국가들의 대응책은 경제제재를 핵심으로 한다. 러시아를 압박하고 푸틴의 셈범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다. 우크라이나 쪽은 당연히 더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망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학자들이 이미 올해 경제 전망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주요 생산국일 뿐 아니라, 밀과 산업용 강철 등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푸틴 정권에 대한 제재가 강력할수록, 이번 전쟁의 경제적 파장도 커질 것이다.

특히 러시아 경제와 긴밀히 연계돼 있는 유럽 각국이 그렇다. 유럽 국가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독일이 특히 의존도가 높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이미 유럽 대륙 전역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미 5.5%를 기록했다. 지난 30년여 만에 최고 수치다. 영국 중앙은행은 올봄 물가 상승률이 7%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다른 나라의 상황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파장까지 고려하면 물가는 더욱 치솟고 소비는 한층 위축될 것이다. ‘물가 위기’는 한동안 악화할 것이고, 언제나 그렇듯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각국 정부가 푸틴의 러시아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 탓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미있는 지원을 하기 위해선 국내적인 사회정책 전략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제위기 속에 사회적 포용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는 과감한 전략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확보해야 한다. 적어도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전세계가 물들 정도로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연대감이 충만하다.

하지만 전쟁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우리는 푸틴의 의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확신에 가득 차 자신들의 자유를 지켜내려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과 정면으로 맞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러시아군을 비롯한 침공군과 맞설 때 게릴라전이 효과적인 전략이란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경제 및 사회정책을 넘어,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자유민주 국가들은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와 경제적 통합을 통해 민주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서방의 믿음은 갈수록 정당화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이 단적인 사례다.

그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제는 우리의 경제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럼에도 당면한 현안은 남는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인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도덕적 책무 말이다.

 

티모 플렉켄슈타인 |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