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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천사’ 고래에게 인간이 내야 할 돈?…한마리당 25억원!

道雨 2023. 2. 16. 12:10

‘기후 천사’ 고래에게 인간이 내야 할 돈?…한마리당 25억원!

 

 

 

기후변화와 싸우는 고래|

③ 고래의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밍크고래는 2억원...고래고기 먹는 것보다 놔두는 게 이익

 
* 스리랑카 앞바다의 향고래. 향고래는 돌고래와 같은 이빨고래이지만, 덩치가 커서 탄소 저장량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바다에 사는 고래, 특히 대왕고래∙혹등고래∙향고래 같은 대형고래는 지구 탄소순환의 핵심 톱니바퀴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고래의 생태계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첫째는 거대한 덩치와 긴 수명 때문에 고래 몸 자체가 하나의 탄소 저장고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은 탄소로 구성된다는 사실, 기억하시죠?) 그리고 고래가 죽어 해저에 떨어지면(고래 낙하), 아주 긴 시간 동안 해저 퇴적층에 탄소가 격리되죠.

 

둘째는 고래의 똥이에요. 이 똥은 해수면 근처의 식물성플랑크톤을 번성하게 하여, 대기 중 탄소를 더 많이 빨아들이도록 합니다. 식물성플랑크톤은 자신을 먹이로 삼은 다른 생물들과 함께 해저로 가라앉아 탄소를 격리해요.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많은 양의 대기 중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온난화를 저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여 해저에 주입하는 기술, 성층권에 화학물질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기술 등 다양한 공학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고래가 이 작용을 ‘알아서’ 해주고 있단 말씀이죠. 그런데, 고래가 해주는 이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해 본 학자들도 있었어요. 슬픈 사실이지만, 돈이야말로 가치를 판단하는 만국의 공통 언어니까요!

 

 

똥 많이 싸는 고래가 비싸다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산하 개발능력연구소(ICD)의 랠프 차미 부대표입니다. 차미 부대표는 미국 듀크대 연구팀 등과 함께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브라질과 칠레 해역의 대형고래 8종의 서비스 가치를 환산한 보고서를 냈어요.

 

지구에서 가장 큰 대왕고래와 그다음 큰 참고래 그리고 밍크고래∙보리고래∙긴수염고래∙혹등고래∙브라이드고래와 소설 <모비딕>의 주인공 향고래가 대상이었습니다.

 

고래가 해주는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봤어요.

첫째는 탄소 격리, 둘째는 고래 관찰 등 생태여행, 셋째는 생태계 생산성을 늘려 어업량을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고래가 기여하는 탄소저감 능력은 연구 당시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가격인 톤당 24.72달러를 적용했죠. 생태여행의 경우 숙박 등 지역 관광산업에 일으키는 경제적 효과를 포함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 표와 같습니다.

그래픽_안효정 소셜그래픽팀

 

 

연구팀은 위 표를 실은 듀크대 발간 2020년 보고서에서 “대부분 대형고래는 200만달러(약 25억50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어요. 특히 “생태여행과 어업량 증대는 서로 연관돼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즉각적인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지요.

 

대형고래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대왕고래는 마리당 360만달러(약 46억원)로 측정됐고, 가장 작은 밍크고래는 마리당 16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였습니다. 고래 몸집이 클수록 ‘비싸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고래가 클수록 자기 몸에 저장하는 탄소량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똥도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식물성플랑크톤을 많이 번성시키고, 대기 중 탄소를 포획하는 양도 많아지는 거죠.

 

국내에서 밍크고래는 보통 수천만원대에 거래됩니다. 포경은 불법이니 대개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공식 거래 대상인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밍크고래가 2억원이 넘으니, 잡는 것보다 놔두는 게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비판자들 “과학적 평가 더 이뤄져야”

18∼19세기 고래를 멸종 직전까지 몰아붙인 포경으로 인해, 과거 300만~400만마리이던 대형고래는 현재 100만여마리로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고래 개체수를 과거로 복원하면 기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자연(고래)의 작용을 이용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자연기반해법’(NBS)이라고 합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 참여국 3분의 2가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1.5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서명했어요. 바다에 저장된 탄소‘블루카본’이라고 하는데요. 45개국이 블루카본을 이용하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죠.

 

* 지난해 6월 아이슬란드 북부 후사비크에서 관광객들이 고래 관찰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고래의 개체수가 18∼19세기 포경시대 이전으로 회복될 경우 관광산업 매출도 두 배 늘 것으로 봤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와 싸우는 고래> 기사 전체 보기① 고래는 똥만 싸도 탄소를 줄인다...이 소중한 생명을 우리는 (http://asq.kr/zCyJUQakcEG)② 죽은 고래가 낙하하다...우주가 탄생한다...탄소가 저장된다 (http://asq.kr/yGQ5gg4KaB)③ 인간이 고래 한 마리에게 내야 할 돈? 25억원! (http://asq.kr/yCAzxGX4nh)

 

 

미국 알래스카대(페어뱅크스 캠퍼스)의 하이디 피어슨 교수는 지난해 12월 논문에서 “고래 등 해양척추동물의 잠재적 탄소 격리 능력은 아직 불활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이 시리즈 1~2회를 통해 살펴봤지만, 이 또한 연구가 시작되는 터라 정확지는 않다는 거죠.

 

대형고래의 경우 고래 낙하 등을 통한 직접적 탄소 제거는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고래 똥과 식물성플랑크톤을 통한 탄소 제거는 탄소 제거량을 정확히 추측하기 힘들다는 거예요. 현재까지론 고래를 포함한 해양척추동물이 연간 3천~5천만톤의 탄소를 저장∙격리할 거라는 추정이 있어요.

 

그는 고래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연구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바다의 탄소순환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다 너무 단순한 가정에 의존했다고 지적합니다. 고래의 탄소 제거 능력을 좀 더 장기적으로 측정∙평가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는 겁니다.

 

생명체인 동물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기도 해요. 고래를 ‘탄소 제거하는 기계’로 보는 거 같기도 하고요.

 

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를 화폐로 거래하는 ‘탄소시장’이 실현된 것처럼, 일부 자연기반해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동∙식물을 화폐로 환산하고 보전활동에 경제적 이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고래가 연간 몇 톤의 탄소를 격리하니, 고래 보전 활동에 적정한 탄소가격을 지불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죠.

최근에 야생동물이나 그 서식지를 보전하는 활동에 가격을 매겨 거래하는 ‘생물다양성 크레딧’(Biodiversity Credit) 제도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요. <끝>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