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불안하다’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대통령

道雨 2023. 9. 1. 09:35

‘불안하다’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외면하고 1+1을 100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세력들과는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4일 오후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방류 중단’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두고 한 말이다.

과학적 수치가 ‘안전’이라고 말하는 만큼,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하다’고 믿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일반적으로 위해성, 즉 위험은 수치나 확률로 표현한다. 이렇듯 위험도는 수학적으로 계산되지만, 일반인의 ‘위험에 대한 인식’(risk perception)은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일반인의 위험에 대한 인식, 특히 방사성 물질과 관련된 위험 인식은 크게 네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첫째, 위험 그 자체다.

방사성 물질이 갖는 유해성과 그 영향, 그리고 영향의 긴급성과 전개다. 방사성 물질은 디엔에이(DNA)를 손상해 암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의료기관과 실험실에서 극소량을 다루더라도 규정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리한다.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된 오염수 134만톤을 30년에 걸쳐 방류해 희석한다고 하지만, 바닷물에 희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방사성 물질의 방출 총량이다. 이 총량이 해양생태계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연구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위험을 둘러싼 환경이다.

위험하지만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어떠한지, 시공간적으로 위험이 얼마나 분산될 수 있는지다. 원전은 위험하지만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의 효용성 때문에 우리는 원전을 활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나 원전 사업자는 위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이 들어선 지역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통해 우리가 얻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제로에 가깝다. 장기간에 걸친 해양 방류는 얼핏 위험을 시간·공간상 분산하는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해양 방류는 방사성 물질을 자연과 완전한 격리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해양생태계를 통해 다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셋째, 위험에 대한 사회적 맥락이다.

즉, 과학적 불확실성은 어떤지, 사고의 경험은 있는지, 위험과 관련한 정보가 얼마나 투명하게 전달되는지 등이다. 이미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방사능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지 학습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상황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 아직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알프스 처리 뒤 방사성 물질의 양과 종류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정보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적 가치다.

과연 그 위험이 통제 가능한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인지, 위험을 다루는 기관과 규제기관을 신뢰할 수 있는지다.

일단 바다로 방류한 방사성 물질은 인간의 과학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오염수 해양 방류는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본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시행됐다. 우리 정부는 이상하리만치 일본 정부 편에 서서 일본 입장을 두둔하기에, 불안을 느끼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 불만은 위험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증폭시킨다.

이렇듯 일반 시민들은 과학적 수치로 나타나는 위험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위험을 받아들인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여당과 정부는 연일 우리의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구내식당 급식 메뉴로 수산물을 매일 제공하고, 급식업계에도 국내산 수산물 메뉴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수산물 먹거리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한국의 수돗물도 그냥 마시지 않는 우리 국민이, 방사성 물질이 있을지 모르는 수산물을 과연 얼마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익철 | 전 에너지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