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영장 기각에 판 뒤집혔다…내주 'VIP 외압 의혹' 정조준

道雨 2023. 9. 4. 12:18

영장 기각에 판 뒤집혔다…내주 'VIP 외압 의혹' 정조준

 

 

 

박정훈 대령, 공수처 출석 …윗선 개입 수사 본격화

"대통령 꽝꽝꽝꽝 격노"… 수사외압 의혹에 초점

불기소 여부 결정…수사심의위 재소집 여부도 관심

민주당, 다음주 공수처 고발…국회 대정부 질문도

 

*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며 응원에 나선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들과 포옹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항명 사건'의 판이 사실상 뒤집힌 모양새다.

다음 주 박 대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인 조사, 군검찰 조사, 행정 소송, 국회 대정부 질문 등이 줄을 잇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 수사 개입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일 "현 단계에서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며,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군사법원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가 향후 군 수사 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구속 영장이 기각된 뒤 군사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성원과 응원에 힘입어서 버텨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잘 임해서 꼭 저의 억울함을 잘 규명하고, 특히 고 채 상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가 잘 될 수 있도록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군 검찰은 지난달 30일 박 대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항명 혐의를 적용했다. 또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을 통해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면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했다.

 

특히 군 검찰은 영장에서 박 대령이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청해 이를 제출받고 언론에 실명 공개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밝힌 점을 근거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수사관련 자료를 공개한 것을 증거 인멸로 보고,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얼굴이 알려진 현직 군인에게 도주 우려를 주장한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박 대령을 '입막음' 하기 위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분석이 나왔다.

 

 

*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구인영장이 집행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구인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영장실질심사 당일에도 군 검찰은 기 싸움을 벌이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전날 군 검찰은 법원의 영장심사가 '비공개'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들며 군사법원으로 바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막고, 박 대령과 변호인에게 신원조회를 거친 뒤 국방부 영내에서 검찰의 구인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했다.

 

군사법원 출입문은 평상시 민간인에게도 개방되는 곳이고, 일반법원도 영장실질심사 시 법정 앞까지 개방한다. 하지만 군 검찰은 영장심사 당사자의 법원 출입문 사용을 불허했다. 법원 출입을 불허함으로써 박 대령을 외부와 단절을 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측이 방어권 등을 이유로 출입문 개방을 요구하며 출석하지 않자, 군 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박 대령을 강제로 법원으로 끌고갔다.

 

그러나 군사법원이 박 대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반전된 모습이다. 군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이번 박 대령 구속 영장 청구에 보통검찰부 총 4개과 중 3개과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영장이 기각되면서 국방부와 검찰단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오는 5일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윗선 개입 수사에 대한 요구만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이 지난달 29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VIP'(윤석열 대통령 지칭)가 수사 결과에 격노하면서 국방부의 혐의자와 혐의내용 삭제 지시가 내려온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군 관련해서 화를 이것보다 더 낸 적이 없다" "가장 격노했다"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 연락해 가지고 꽝꽝꽝꽝 했다"는 내용의 박 대령 녹취도 공개됐다.

 

박 대령 측도 군 검찰의 소환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령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조사에 응할 예정"이라며 "검찰의 야비한 질문은 진술을 거부하겠지만, 자세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 박정훈 대령 진술서 일부. 2023.8.30. 그래픽 김성진 기자

 

 

아울러 오는 8일에는 박 대령에 대한 공수처의 고발인 조사도 예정돼 있다. 앞서 박 대령 측은 지난달 23일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직권남용을 한 혐의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또 같은 날엔 영장 없이 경찰에서 이첩 서류를 회수하고, 구체적 범죄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준장)을 고발했다.

박 대령 측은 이날도 위법한 사실을 기초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김 단장을 추가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이지만, 그동안 박 대령 측이 공개한 사실관계 확인서와 진술서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등 윗선의 수사 개입 정황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에서 윗선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물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재소집 여부도 관심이다. 앞서 수심위가 지난달 25일 박 대령 항명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한 결과, 위원 10명 중 5명이 수사중단 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4명이 수사 계속, 1명이 기권 의사를 내 과반 미달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박 대령 측은 지난달 31일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달라고 수심위 재소집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수심위 재소집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국방부가 회피할수록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항쟁을 선포하며 채 상병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 채 상병 순직사건 특검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비롯해 이 장관과 신 차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에 대한 공수처 고발을 다음 주 추진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가 추진한 국정조사 국회 국민청원도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일(정치)과 6일(외교·통일·안보) 대정부 질문도 예정돼 있어 야권의 거센 공세가 예상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8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편 오는 4일 수원지법에서는 박 대령의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이 열린다.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 2일 소송에서 김 사령관 출석을 요청하고, 이 자리에서 외압과 관련해 증언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령관이 직접 출석한다면 반향이 크겠지만, 출석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해병대 측은 대형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심리 연기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며 "사령관이 출석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전했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