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철 지난 ‘반공’ 선동하는 윤 대통령, ‘역사 뒤집기’ 노골화

道雨 2023. 8. 29. 09:54

철 지난 ‘반공’ 선동하는 윤 대통령, ‘역사 뒤집기’ 노골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반공·멸공주의 색깔론 제기와 역사 뒤집기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잘못된 전임 정부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홍범도 장군 예우처럼 이미 좌우를 떠나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존재하는 사안까지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끌어들여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과 국가보훈부의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반발을 “역사 논쟁이나 색깔론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정체성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론 이번 일이 “국방부와 보훈부가 추진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국방부와 보훈부 수장의 입을 통해 내놓은 정부 방침이 대통령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대다수다.

 

현재 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거나, 최소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장관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 등의 최근 움직임은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윤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세력 척결’ 의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북·중·러 배제 흐름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사실, 역사와 이념을 고리로 한 윤 대통령의 우편향 행보는 대선 과정과 집권 초반에도 적지 않았다. 대선을 보름 앞둔 2022년 2월, 충남 홍성 유세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우리 사회를 서서히 자유민주국가가 아닌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몽상가인 좌파 혁명 이론에 빠져 있는 이 소수에게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를 맡겨서 되겠냐”며 강한 색깔론을 폈다.

같은 달 28일 강원 강릉 유세에서는 “저는 누구보다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안보관이 투철하다”고 외쳤다.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간담회)는 거친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념 관련 메시지는 지지층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메시지’로, 이들을 결집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집권 1년을 지나면서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적 인식을 드러내는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높아지면서, 대국민 메시지에서조차 극단적 경향성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9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조국의 자유, 독립, 보편적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 국가 계속성의 요체,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 인식 관련 주요 발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의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앞장서 통합이 아니라 편가르기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뭉뚱그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왜곡된 역사의식을 가진 자’들로 낙인찍는 등 비난의 강도도 이전보다 거세졌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 최근 정부가 시작한 역사·이념 논쟁은 정부 비판 세력을 겨냥하는 한편, 전임 정부 ‘뒤집기’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두고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에 “1920년대 항일투쟁은 좌파가 압도적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무조건 ‘소련 공산당’, ‘빨갱이’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의 부재라고 본다. 이명박의 건국절, 박근혜의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극단적 우편향 행보가 결과적으로는 보수 세력 내부 분열까지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장수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의도는 보수 표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극우적 신념을 밀고나가겠다는 정권 스타일만 두드러진 것”이라며 “홍범도 장군 흉상과 관련한 이견들을 볼 때, 현재의 정부와 여당이 일관된 보수주의를 주장할 만한 이념적 집단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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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역사 쿠데타’…“극우 유튜버 수준 분서갱유”

 

 

 

정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교내 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1868~1943) 흉상을 철거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역사학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세력 결집’을 위해 독립운동사를 전면 부정하고, 무리한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사학자들은 28일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육사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주장은 논리적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권 덕성여대 명예교수(사학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이념이란 1945년 광복과 냉전 이후 생긴 개념이기 때문에, 1920년대 당시 존재하지 않던 개념을 가지고 당시 공산주의 전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홍 장군은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서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고, 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연해주·만주 등지에서 해외 무장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들은, 이념이 아닌 ‘현지 지원’이라는 필요를 얻기 위해 소련·중국 공산당 등에 가입하거나 활동해왔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당시 국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려면 그 나라 정치세력과 협력을 해야 했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중국 공산당·국민당과 협조한 김구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내고 건국훈장을 받았으나 한인사회당을 조직했던 이동휘도 모두 국가정체성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지워내야 하느냐”며 “극우 유튜버 수준의 인식 수준으로, 육사판 ‘분서갱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박찬승 한양대 명예교수(사학과)는 “홍 장군이 공산당에 가입한 이유는, 주변 고려인들이 독립운동도 하고 연해주에서 농사까지 지으며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고, 군인연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입당을 권유했기 때문”이라며 “홍 장군은 공산주의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생활상 어려움 때문에 가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학계는 윤 정부가 정치적 세력 결집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평가한다. 한 교수는 “어떤 주장을 하려면 학문적 근거를 두고 해야 한다. 하지만 학계에선 아무도 (윤 정부의) 이런 주장을 대변해주지 않고 있다”며 “20∼30%의 지지층이라도 결집시켜보겠다는 생각으로 역사학계의 정설마저 부정하는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의 후손인 이준식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과거 어떠한 보수 정부에서도 함부로 시도하지 못했던 역사전쟁을 윤석열 정부가 벌이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엔 국민 여론 눈치라도 보고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윤 정부는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 찍고 밀어붙이기만 한다”며 “극우 세력을 등에 업은 윤 대통령이 앞으로 건국절 제정 등 ‘역사 갈라치기’를 계속해나진 않을지 걱정 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