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해병대 수사 외압, 이런 게 ‘1+1=100’이다

道雨 2023. 9. 1. 10:12

해병대 수사 외압, 이런 게 ‘1+1=100’이다

 

 

* 호우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의 안장식이 7월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겨냥해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없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수학적 공리와 과학적 사실의 본질을 구분하지 않고 뒤섞은 궤변이다.

 

‘1+1=2’는 증명이 필요 없이 자명한 진리다. 반면 과학적 사실은 처음부터 자명한 게 아니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 고도의 계산과 추론을 통해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찾고, 진실의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납·석면·살충제 등이 인체에 해롭다는 게 처음부터 자명한 사실은 아니었다. 과학적 연구로 확증되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렸고, 그사이 수많은 인류가 이 독성 물질들을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하다 생명과 건강을 잃었다.

 

오염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논란에서 현재 ‘1+1=2’처럼 자명한 게 있다면, ‘방사능은 인체에 해롭다’는 명제 정도일 것이다.

반면 방류된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국 인간에게 어떤 위해를 줄지는, 아직 확증에 이르지 못한 과학적 질문이다. 세계적 과학자들의 시각이 엇갈리는 것만 봐도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자명한 진리와 현재진행형의 과학적 문제를 뒤섞어, 마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명한 진리를 부정하는 무뢰한인 것처럼 호도했다. 이야말로 ‘과학이라고는 없는’ 태도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이들은 ‘1+1=2’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사능은 인체에 해롭다’는 자명한 사실에 입각해, 자신과 후대, 인류 전체를 위해 오염수 처리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찾자는 과학적 입장에 서 있을 뿐이다.

이런 국민을 향해 경청과 설득 대신 “이런 세력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선전포고라니, 이게 정부인가.

 

정작 ‘1+1=100’이라는 억지가 횡행하는 곳은 따로 있다.

 

수학적 세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정치·사회 시스템에도 ‘1+1=2’만큼이나 자명한 원리들이 있다. 윤 대통령이 집권한 뒤 그 원리들이 뒤틀리고 부정되는 일이 잦다. 그 하나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스무살 해병대원이 무리한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목숨을 잃었다. 온 우주를 품은 젊은 생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 등 지휘부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기려 하자, 상부의 압력이 들어왔다. 끝내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수사단장은 항명죄를 뒤집어썼다. 상부 압력의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분개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이런 일’은 이러했다.

 

“채 상병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인 7월18일 유속이 얼마나 빨랐냐면, 장갑차가 들어갔다 5분 만에 나왔다. 사단장이 직접 가서 이거 봤다.

그리고 물이 너무 탁해 아스팔트 덩어리가 떠내려오는지 파이프가 내려오는지 칼이 내려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나 위험했으면 7월19일 같은 날 최고의 구조전문직이라고 하는 119대원들도 로프에 구명조끼, 안전장구 다 하고 무릎 높이 물까지만 들어갔다.

그런데 구명조끼, 안전장구는커녕 로프도 없고, 빨간색 반팔티만 입고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서 수색하게 만든 게 사단장이다. 사진을 보고도 위험하다고 얘기하기는커녕, 내가 말한 대로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적색 티 입고 작업 잘했구나, 이랬던 게 사단장이다. 이게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니고 뭔가.”(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런 일’이면 사단장을 열번이라도 처벌해 마땅하다. 해병대 수사단의 판단도 그랬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은 이를 승인한 결재를 하루 만에 뒤집어 경찰 이첩을 보류시켰고, 이후 사단장의 혐의가 빠진 채 경찰로 사건이 넘어갔다. 사단장을 만인의 법 위에 둔 것이다. 그동안 군에서 젊은이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할 때마다 사건을 축소하고 지휘부를 법망에서 빼돌리던 행태 그대로다.

 

이야말로 ‘책임자 처벌에 지위고하가 있을 수 없다’는, ‘1+1=2’의 철칙을 팽개친 것이다.

국민의 생명 보호와 공정한 법 집행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분연히 싸워야 할 세력은 바로 이런 무뢰한들이다.

수사 상황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는 대통령실 해명대로, 외압의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박용현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