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군사주의 질주

道雨 2023. 11. 17. 12:09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군사주의 질주

 

대화·협상 저버리고 제재·압박 통한 '북한 비핵화' 추구

 

 

윤석열 정부의 군사주의 질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군사주의란 외교보다 군사력을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고체계나 정책을 가리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설계하고, 신원식 국방장관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위험한 군사주의 질주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이것이 국가안보와 국익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며칠 사이에 한국의 안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중요한 회의들이 잇달아 열리고, 합의문들이 발표되었다. 11월 12일 한·미·일 국방장관회의가 열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때 합의한 국방 분야 후속 조치의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국방부에서, 일본의 기하라 미노루 방위대신은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11월 13일에는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이 개최되어, 'SCM 공동성명'과 한미동맹 70년을 회고하며, 100년의 비전을 제시한 '한미동맹 국방비전'이 발표되었다. 또한 11월 14일에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계기로,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처음 열리고, 여기서는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vs. 국제법 기반 국제질서

한·미·일 국방장관은 별도의 공동성명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국방부 보도자료를 통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미 SCM에서 발표된 '한미동맹 국방비전'에서도 "규칙 기반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2023. 8. 18.)에도 나와 있는 구절이다.

이처럼 한·미 및 한·미·일 국방장관들은 양국 및 3국 간 국방 협력의 근거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한·미·일 국방장관회의와 한·미 SCM 공동성명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구체적인 사례로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해양의 합법적인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들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미 및 한·미·일이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대상인 중국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년 3월 21일 모스크바에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중·러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체제,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기초한 국제관계의 기본규범을 확고히 수호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국제법이 인정한 원칙과 규범을 깨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라는 이름으로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를 관철하려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문제는 진영논리가 아닌 우리의 국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 남중국해 상의 암초나 무인도를 유인도로 만들어 중국 영해나 EEZ에 포함시키고,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상공비행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제주도와 큐슈 중간에 있는 무인도 도리시마(鳥島), 그리고 오키나와 최남단에 있는 더글러스 암초(Douglas Reef)에 콘크리트를 부어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고 부르며 자국 EEZ의 기점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도 중국과 다를 게 없다. 양국에 시정을 요구하는 균형 잡힌 자세가 필요하다.

 

* 일본이 암초를 매립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오키노토리시마. 일본은 이 섬을 근거로 43만㎡의 바다를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에듀넷

 

 

 

북핵 문제의 외교 해결보다 군사 압박에 중점

이번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공동성명과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핵문제도 다뤘는데, 그와 관련된 특징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둘째는 대화와 협상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

셋째는 북한에 대한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상호주의에 기반한 외교적 해법을 포기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판 인태전략서(2022. 12.)와 국가안보전략서(2023. 6.)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썼지만, 한·미·일 프놈펜 공동성명(2022. 11.)과 워싱턴 선언(2023. 4.)와 같은 공동성명에서는 기존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2023. 8.)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용어가 쓰였고, 이번 한·미·일 국방장관 및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이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동안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비롯해 6자회담 성명들,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웠다. 이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이에 상응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준다는 동시행동 원칙에 기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 용어의 포기는 사실상 외교적 해법을 포기한 것이다.

둘째, 대화와 협상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의 핵개발 단념을 선호한다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은 담대한 구상에서 밝힌 북핵 해법인 3D(억제, 단념, 대화)가 채찍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당근이 빠져 있다고 지적해 왔는데,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바이든 정부 당시 개최된 2021년 5월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SCM 공동성명은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셋째, 북한에 대한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022년 핵태세검토(NPR)보고서의 선언 정책'에 따를 것임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핵태세보고서에서 "미국과 동맹국·우방국의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해 2018년에 이어 2022년도 NPR 보고서도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핵선제 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미국의 핵태세보고서가 오히려 북핵 협상을 어렵게 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자극할 것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NPR에서 핵 선제불사용(no-first-use) 원칙을 채택하려다 불발되었고, 바이든 행정부도 선제불사용 원칙과 함께 핵공격의 억제나 반격을 위해서만 핵을 사용한다는 의미의 '단일목적(Sole Purpose)'이라는 표현을 넣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SCM 공동성명이 2022년 핵태세보고서를 재확인한 것은, 사실상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닫아놓은 것이다.

 

*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화의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회의 명칭이 무색하게 17개국 가운데 국방장관은 한국과 미국서 단 두 명만 참석했다.  2023.11.1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유엔사 재활성화를 위한 무리수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들이 참여한 국방장관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이것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1953년 7월 27일에 맞춰 한국전 참전 16개국 대표가 모여 "만약 유엔 원칙에 반한 무력공격이 재발한 경우,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이에 대항할 것임을 선언한다"는 내용의 '한반도 휴전에 관한 참전국 공동정책선언(워싱턴선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회의는 명칭에서 보듯이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을 구분해 한국이 접수국(host state)이지, 전력 파견국(sending state)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은 유엔사 홈페이지에 한국군을 유엔사 회원국 명단에 올려놓아 논란이 일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유엔사 회원국의 신규 가입을 통한 확대 △유엔사 참모부에 한국군 참여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정례화 등 세 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첫째, 신규 가입을 통한 유엔사 회원국의 확대이다. 국방부는 이것이 마치 한국 정부가 제안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 문재인 정부 때 미국은 독일의 신규 가입을 제안했다가 퇴짜 맞았다.

핵심 쟁점은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참가 문제이다. 이것은 일본이 군대의 상호방문과 접근을 쉽게 하는 호혜접근협정(RAA)을 영국, 호주와 체결했고 프랑스, 필리핀과도 추진 중인 것과 연관되지 않았나 의심되는 부분이다. 만약에 일본이 유엔사 회원국이 된다면, 한국과 RAA 또는 방문군협정(VFA)을 맺고 유엔사 전시증원(RSOI) 연습을 구실로 일본 자위대가 수시로 한국영토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둘째, 한국군의 유엔사 참모부 참여이다. 이것도 이미 문재인 정부 때 미국이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을 한국 정부가 제안한 것처럼 꾸민 것에 불과하며, 이미 작년 11월부터 한국군의 참여 방안 협의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한국군 장성급 장교를 포함한 인원 증원과 직책 등을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작전통제권 전환이 더욱 지연되거나,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사령관=한국군 4성장군, 부사령관=주한미사령관)와 유엔사(주한미사령관 겸직)의 지휘관계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셋째,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의 정례화이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지만, 이번에 참가한 대표단의 면모를 보면, 정례화가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국방장관회의에 국방장관이 참석한 나라는 17개 유엔사 회원국 중에서 한미 SCM 때문에 방한한 미국밖에 없다. 나머지 대표들은 호주 방산장관, 필리핀 국방차관과 태국 총사령관, 그리고 한국 주재 14개국 대사들이며 남아공과 그리스 2개국은 한국 주재 참사관을 보냈다.

최근 개최된 일련의 국방 분야 회의와 합의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불안정성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동맹국과 우방국들의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하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 있다. 아무리 국방 분야 회의라 하더라도, 외교적 해법을 도외시한 채 군사적 해법에만 치중하는 것은, 자칫 새로운 불씨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중국과 북한은 "긴장 조성 행위" "새로운 도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지시간 11월 15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 국방 분야의 핵심 현안 중 하나는, 작년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당시)의 대만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차단했던 군사 핫라인을 복원하는 것이다. 지난 2월에 발생한 정찰풍선 사건 때 군사 핫라인 부재로 미·중 간에 군사적 긴장이 조기에 진정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해 확전을 막으려는 외교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외교안보 정책 면에서 대미 추종 자세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균형 잡힌 정책에서는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있는 '9.19 군사합의'까지 효력정지하겠다며 군사충돌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으며, 일련의 국방회의를 개최하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공격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는 위험하고 무모한 군사주의 질주를 멈추고, 국방과 외교의 균형 잡힌 안보정책을 취해야 한다.

 

 

 

조성렬의 전략노트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