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9·19 이전 비무장지대 GP 교전만 80여차례…우발충돌 차단은?

道雨 2023. 11. 24. 10:35

9·19 이전 비무장지대 GP 교전만 80여차례…우발충돌 차단은?

 

 

9·19 군사합의 역할 짚어보니

 

* 지난 2018년 9월19일 북한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앞줄 왼쪽)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앞줄 오른쪽)이 군사 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남북 국방장관은 2018년 9월19일 평양에서 평양공동선언 부속 합의서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를 체결했다.

합의의 핵심은, 우발적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남북 접경 지역 땅·바다·하늘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다.

 

그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을 실행하려면, 군사적 충돌을 없애고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합의는 △상호 적대행위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상호 감시초소(GP·지피) 시범 철수 △남북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9·19 군사합의를 ‘무장해제’라고 주장한다. 지난 22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효력정지 발표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제한하던 정찰감시능력에 대한 족쇄를 풀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가 족쇄라면, 남북 모두에 적용되는 족쇄다. 예컨대 비행금지구역은 군사분계선 남북에 설정돼, 한국군의 대북 감시뿐만 아니라 북한군의 대남 감시 활동도 어려워졌다. 상호 위협 감소다.

 

비행금지 대상(고정익·회전익항공기, 무인기, 기구) 가운데 기구는 북한군만 대남 정찰에 사용하고 한국군은 사용하지 않아, 북한만 족쇄를 찼다. 한국이 북한보다 감시정찰능력이 월등해, 비행금지 조처로 북한이 더 큰 족쇄를 찼다는 분석도 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을 지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당시 군당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이후 남북 감시정찰능력 변화를 평가하면서, 사람 시력으로 치면 우리는 1.5에서 1.4로 북한은 0.4에서 0.1이 된다고 평가했다”며 “9·19 군사합의로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의 감시정찰능력도 제한받는데, 우리는 여전히 북한을 다 들여다볼 수 있지만, 북한은 아예 깜깜이가 됐다”고 말했다.

 

서해 연평도 근처, 백령도에서만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이후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까지 숨진 한국군은 54명이다. 이런 충돌을 막기 위한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에서는, 포 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중단, 해안포와 함포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를 해야 한다. 서해 해안포 규모를 보면 북한이 한국보다 4배 많다. 서해에서 해상 기동훈련을 제한받는 함정은 북한이 6배 많다.

서해 북한 해군 전력의 80% 이상이 훈련을 못 하게 된 반면, 한국 해군 훈련 구역은 덕적도 이남이라 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철수된 남북 감시초소 22곳의 초소 사이 거리는 불과 580~1060m로 가깝다. 지피에서는 24시간 상대 지피를 총으로 조준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안 지피는 소총과 기관총 사거리 안이라, 지피 근무 군인들이 탄창을 갈아 끼우다가 우발적으로 상대의 지피를 타격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상대도 대응 사격을 해 오인 사격이 교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남북 지피 사이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은 80여차례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9·19 군사합의 등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가짜 평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 고위 안보당국자는 “지난 5년간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 가운데, 오인에 의해 일어난 우발 충돌로 인해 피 흘린 사람이 없다는 게 9·19 군사합의의 최대 성과”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