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아시아 민주주의 퇴행…'검사의 나라 한국'은 안녕한가

道雨 2024. 2. 15. 12:35

아시아 민주주의 퇴행…'검사의 나라 한국'은 안녕한가

 

'세계 최대 민주국가 인도'라는 모디 정권의 민낯

법적 괴롭힘·언론 위협·야당 부인·반국가 낙인

"2000년대 말 이후 동남아 민주화 정체, 퇴행"

인니 대통령, 장남 부통령 위해 선거법 개정

한국, 3월 서울서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

방글라데시, 야당 정치인 수천 명 체포 후 총선

 

 

야당에 대한 전적으로 법적인 수단을 활용한 괴롭힘, 언론에 대한 위협, 행정력의 중앙집권화, 정부 비판과 반국가 행위 동일시. 야당은 합법적 정치 세력이란 견해 폄하.

오늘의 한국인에겐 매우 친숙한 장면들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한국 정치 상황을 묘사한 것은 아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3연임을 노리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정치 상황에 관한 얘기다.

 

자미르 아흐메드 아완 NUST(파키스탄 국립과학기술대) 교수는 '서방과 동방의 다른 민주주의 버전들'이란 <모던 디플로머시> 13일 자 기고를 통해 "인도의 민주주의 퇴락 양상은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렇게 구체적 유형을 거론했다.

"극적인 쿠데타나 심야의 야당 지도자 체포"와 같이 노골적으로 물리력을 쓰지는 않지만, 더 교묘하고 고도화된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 괴롭힘·언론 위협·야당 부인·반국가 낙인

'세계 최대 민주 국가'란 모디의 인도 민낯 들켜

그러잖아도 말리카르준 카르게 총재가 이끄는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인도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모디 총리의 장기독재를 경고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르게는 지난달 29일 "모디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인도에서는 독재 정치가 펼쳐질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선이 "인도 민주주의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아완 교수는 "지금의 인도는 더는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소수인종이나 다른 이념적, 종교적 배경을 지닌 모든 다른 집단을 대변하는, (인구 면에서)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체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도=세계 최대 민주주의'란 주장은 '세계 최대 권위주의'인 중국에 대항시키려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개념이다.

3월에는 한국의 단독 주최로 서울에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린다. 급속한 민주주의 퇴행을 겪는 나라들이 주최하고 참가하는 역설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한국,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14일 대선에 돌입했고, 남아시아에서도 지난 1월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부탄, 몰디브 등 줄줄이 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부정선거로 얼룩졌거나 부정선거와 독재 정치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장남 부통령 위해 선거법 개정

오늘 대선…대학생·시민단체 전국서 부정선거 규탄

인도네시아는 오늘 대선에 돌입했다. 2억50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한다. 그러나 그동안 조코위 대통령의 선거 개입과 중립 의무 위반 등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여 엄청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전날까지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조코위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12일엔 조코위의 모교인 욕야카르타의 국립 가자마다대학(UGM)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 대학은 1998년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하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민주주의 성지다. 시위는 수도 자카르타를 포함해 자바섬 주요 도시에서도 진행됐다.

자신의 '정치왕조'를 구축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은 개헌을 통한 3연임을 단념하는 대신, 장남을 부통령으로 만들고자 선거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장남의 러닝메이트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대놓고 조직적이고 대규모 부정행위를 자행해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완 교수는 "조코위 대통령은 개혁 공약(실행)을 망설이고 퇴행적 형법 통과를 허용한 것에다가 엄청난 인권 유린의 역사를 지닌 군부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장시켰다"며 "인도네시아 군부는 정부 기구 통제를 대폭 확대하면서 민주주의를 더 약화시킬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인구 기준 '세계 3위 민주주의 국가'의 민낯이다.

 
"2000년대 말 이후 동남아 민주화 정체, 퇴행"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예외 없어

아완 교수는 2000년대 말 이후, 동남아의 민주화는 정체되고,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와 같이 경제적, 전략적인 견지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일부에서 민주주의 퇴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태국도 현재 군부가 통치하는 등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측면에서 급속하고 극심한 퇴행을 겪었다. 태국 군부는 차기 총리 후보인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의 의회 입성을 어떻게든 막고자 '수상쩍은' 소송들을 제기해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타 전 대표는 얼마 전 미디어 주식 보유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로 의원직 정지 6개월 만에 의회로 복귀했다. 그러나 같은 날 별도의 사건으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형법 112조) 개정 공약에 대한 헌재의 최근 위헌 판결을 빌미로 2일 피타 등 전진당 전·현직 의원 44명의 정치활동을 평생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반부패위원회에 제출돼 정치 생명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왕실모독죄 개정 등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전진당은 작년 5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1당에 올랐지만, 군부 등 수구 기득권 세력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피타 당시 대표가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다. 총선에서 전진당이 최대 의석을 확보했는데도 연정을 구성하는 데서 배제해 버린 것이다.

필리핀은 현 대통령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2016~2022년 기간에 전임 대통령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극단적 경제, 외교 정책 일부를 '완화'함으로써 그의 출신 가문을 감안할 때 파격을 선보였지만, 두테르테가 저저른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훼손까지 복원해낼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게 아완의 견해다. 말레이시아의 민주주의도 퇴보 중이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수십 년간 야당 지도자로 민주주의 개혁을 위해 싸워왔지만, 수십 년간 독재를 해온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과 연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안와르 총리는 연정 유지를 위해 UMNO에 끌려다니며, 그 결과 수 많은 인권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선 훈 센 총리가 아들 훈 마네트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중의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상태다. 미얀마의 경우 군부가 2021년 2월 쿠데타를 통해 가뜩이나 취약한 민주주의를 부숴 버렸다. 지금 미얀마 군부는 저항군이 더 큰 영토를 지배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방글라데시, 야당 정치인 수천 명 체포 후 총선

하시다, 4연임 성공…'장기 일당독재' 우려 커

방글라데시는 더 극단적 사례다. 지난 1월 7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아와미 리그(AL)가 전국적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셰이크 하시나 와예드 현 총리가 2009년 재집권 이후 4연임과 함께 다섯 번 총리직을 맡게 됐다. 방글라데시의 최장수 총리이자 여성으로선 전 세계에서 최장수 정부 수반이 됐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이 하시나 정부의 불공정 선거관리를 이유로 보이콧(거부)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40%에 불과했다. 수 개 월간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대립이 격화되면서 작년 10월 28일 야당 집회에선 폭력 사태로 터져 최소 16명이 숨지고 BNP의 주요 지도자를 비롯한 수천 명의 정치인이 체포됐다.

칼레다 지아 전 총리가 이끄는 BNP는 하시나 총리에게 총선 관리용 과도 정부 구성을 위해 사퇴를 촉구했으나 거부됐다. 그러자 BNP는 하시나 정부의 공정한 선거관리는 난망하다면서 시민에게 48시간 총파업과 선거 보이콧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시나의 최대 정적인 지아 전 총리는 선거 당시 횡령 혐의 등으로 연금된 상태였다. 한편, 유엔과 국제인권 단체 중심으로 하시나 정부의 인권 침해와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장기 일당 독재'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 제1야당 지도자 구속·후보 출마 방해

"아시아,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 필요"

경제난과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8일 총선을 치른 파키스탄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자살폭탄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고 야당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자행됐다. 2018년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은 유세 금지와 정당 상징 불허 조치를 당했다. PTI 지도자인 임란 칸 전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PTI 간부들이 후보 등록 탈락 등으로 출마하지 못했으며, 상당수는 무소속으로 뛰었다. 칸은 2018년 집권 이후 파키스탄 '실세'인 군부와 대미국 외교 정책 등으로 대립하다가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가결로 쫓겨났다. 칸 전 총리는 자신의 '축출' 배경에 군부와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며 지지 기반인 젊은 층 결집에 나섰다. 그러나 재임 시절 받은 선물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외교 전문 유출과 부패 혐의로 각각 징역 10년과 14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하지만 총선 결과, 실세인 군부 지원을 받은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의 과반 의석 달성이 예상됐으나, 야당인 PTI 측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실패했다. 나자프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과 칸 전 총리의 PTI 둘 다 연정 구성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해 치열한 대립을 예고했다.

 
'검사의,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한국 안녕한가

아완 교수는 1947년 파키스탄 건국 이후 "3분의 1을 군부가 통치했고 3분의 2는 민주적인 정부가 통치했지만,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은 결여됐다. 그 결과 지금도 거대한 경제 도전과 다른 이슈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2억3000만 명에 풍부한 천연자원, 다양성 등 선진국 대열에 속할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형편없는 거버넌스로 문명국 속에 끼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서구의 경제적 번영은 그들의 민주적인 가치와 훌륭한 거버넌스 덕분이다. 지금은 아시아 나라들이 과거의 잘못에서 배워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를 통해 진정으로 민주주의적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권위주의 체제는 논외로 하면, '민주주의 옷'을 입은 아시아 국가들의 실질적 민주주의가 동반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의,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정권으로 인식되는 윤석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빨리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