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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사태와 진보 정당 추락을 직시해야 할 이유

道雨 2024. 2. 19. 12:04

류호정 사태와 진보 정당 추락을 직시해야 할 이유

 
 
 
 

진보정치 실험 20년에 대한 평가 필요한 상황

'정의당 당론 따랐을 뿐'이라고 우기는 류호정

정의당, '종북몰이' 타협서 '조국몰이' 타협으로

검찰권력, 족벌언론 프레임을 거부하지 못하고

진보정당 지지기반 축소재생산 뼈아픈 결과만

총선에서 몰락 위기…투쟁·연대로 기반 구축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며칠 전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왜 류호정을 받았냐 묻는데 안 받을 수 있었으면 안 받았을 것이다. 류호정 의원이 이 당에 들어온 이상 어떤 전향적인 태도나 입장을 계속 내지 않는다면 당원들이 그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류호정 의원이 전장연 같은 주장을 우리 당에 와서 한다면, 기분 나쁘게 표현하자면 뜻은 가상하지만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류호정 전 의원의 기반이었던 진보정당의 지지자들까지 치욕스럽게 느껴질 발언이다. 하지만 진보정당 출신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류호정 전 의원과 동료들은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이준석이 공동대표이자 실질적 오너를 맡은 ‘개혁신당’으로 갔다. 국민의힘 전 대표였던 이준석은 여성과 장애인들을 표적으로 혐오정치를 펼치던 대표적 우파 정치인인데도 말이다.

“사회주의 지향과 좌파정치의 깃발을 들고, 함께 제3지대를 개척”하자던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와 박원석 전 의원 등도 여기에 따라갔다. 지독한 역설과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류호정 전 의원과 주변의 동료들(조성주, 김창인)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류호정 전 의원은 임기 초부터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기’를 진보정당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이것은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에 따라서 조선일보 등 족벌언론에 글을 쓰거나 인터뷰해서 민주당과 심지어 민주노총까지 비판하는 행보로 이어졌다. ‘민주당과 선 긋기’는 어느 순간 진보정당으로서의 가치와 원칙보다 더 중요한 잣대가 되기 시작했다. 

 

* '민주당과 선 긋기가 진보의 가장 중요한 원칙과 기준'이라는 논리는 일부 좌파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호정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꼭 진보정당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된다”면서 ‘제3 지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나와 국민의힘과 함께하던 금태섭과 손을 잡더니 “남녀 갈라치기에 일조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며 진보정치인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조차 부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변신의 결과는 정의당을 “도로 통진당”, “운동권 정당”이라고 낙인찍으며 탈당해서 이준석의 개혁신당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면서도 류호정 전 의원은 “정의당이 그동안 해왔던 양당 정치 극복, 조국 사태 이후 했던 반성, 민주당과의 결별, 이러한 정의당의 당론을 따라서 저는 움직”였다며, 자신의 행보가 일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의 바탕에는 우리 사회 진보정당들의 ‘맏이’로서 정의당이 직면한 소위 ‘3중의 위기’가 존재했다. 정의당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재정적 위기를 겪었고, 진성당원이 3만여 명에서 1만여 명으로 줄었고, 지지율과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정의당은 물론 진보당, 녹색당을 다 합쳐도 득표율이 3.5%밖에 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조성주 전 정의당 대표 후보는 “거칠게 말하자면 민주당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제 3지대’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류호정 전 의원이 정의당을 “가라앉고 있는 배”라며 탈당도 안 한 상태에서 당의 분열을 촉진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지 류호정 전 의원 등만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다. 

 

* 정의당이 검찰과 족벌언론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들은 불신과 실망을 낳았다/ MBN 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 사회에서 보수우파뿐 아니라 중도개혁을 넘어서는 진보정치를 만들자던 실험이 왜 지금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 평가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해 온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위치와 권한을 가진 이들에게 더 큰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몫이 필요하다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한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2000년대 초반에 한 때 민주노동당이 20% 가까운 지지를 얻었고, 몇 년 전까지도 지역구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찍지만 정당 투표에서는 진보정당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대를 전후해서 민주노동당이 여러 진보정당으로 쪼개지면서 분열과 위기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 우파와 권력기구, 족벌언론의 종북몰이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은 그 절정이었다. 여기서부터 뭔가 단추가 잘못 끼워지기 시작했다.

당시에 기득권 카르텔은 진보정치의 일부는 ‘종북’이라고 낙인찍어서 공론의 장에서 쫓아내 버렸고, 나머지는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당시에 심상정 의원이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헌법 밖의 진보”라고 매도하며 선을 긋고, 자신들은 ‘헌법 내의 진보’라고 자처하고 나선 것은 불길한 조짐이었다. 정의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도 당론으로 찬성했다.

즉 통합진보당에서 분리해 나온 심상정 의원과 정의당이 권력기구와 족벌언론들의 프레임에 흔들리며 타협하기 시작한 변곡점과도 같았다. 하지만 종북몰이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6년에 터져 나온 거대한 촛불의 바다는 모든 것을 뒤집고 흔들었다. 그것은 분열과 위기에 빠져들던 진보정당들에도 소중한 기회였다. 

 

* 2016년 촛불항쟁은 진보정당들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사진=공동취재단

 

 

진보정당들은 촛불이 만들어준 공간 속에서 적폐 청산에 앞장서면서 더 나아가 급진적 사회경제적 개혁을 아젠다로 만들어내야 했다. 왜냐하면 촛불 이후 집권한 민주당만으로는 그것을 수행할 의지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초기에 정의당은 이런 방향을 잘 잡는 것 같았다. 새로운 세대의 성장 속에서 ‘청년’과 ‘성평등’과 ‘기후 정의’를 강조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사태’ 때부터 다시 단추가 어긋나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의 본질은 촛불항쟁에서 시작된 사회 진보의 물결을 중단시키고, 다시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리며 기득권 우파가 권력을 되찾기 위한 연성쿠테타였다. 검찰권력과 족벌언론들이 앞장섰고 조국 법무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전무후무한 대대적 마녀사냥이 그들의 무기였다.

2016년 촛불항쟁에 참가했던 민주시민들의 일부는 이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서초동에서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자발적인 촛불시위에 나섰다. 반대로 광화문에서는 태극기 부대와 청년 우파들이 주도하는 ‘문재인 퇴진과 조국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상황은 박근혜 탄핵을 넘어서서 검찰권력과 족벌언론이라는 선출되지 않는 진정한 권력자들까지 무릎 꿇릴 수 있느냐의 고비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의당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광화문도 서초동도 가지 말자’더니, 다시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지지했다가, 결국은 검찰과 언론의 프레임을 받아들이며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조국 마녀사냥에 끌려갔다. 이것은 류호정 의원 등이 툭하면 족벌언론에 나와서 조국, 윤미향 마녀사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족벌언론들은 ‘정의당이 조국을 파렴치한 위선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연동형 선거제를 얻어내기 위해 장관 임명을 지지해주고 거래했다’고 공격할 꼬투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심 후보의 뒤늦은 후회는 정치인이 실리에 눈이 멀어 명분을 포기하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평범한 이치를 되새기게 한다”며 의기양양하게 꾸짖었다.  

 

*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곧 진실이라는 잣대를 이용해서 정의당을 압박하던 조선일보는 최근에는 똑같은 방식을 사용해서 정의당을 공격했다.

 

 

이후에도 족벌언론들은 ‘민주당 2중대’론을 무기로 계속해서 정의당을 압박했고, 그때마다 정의당은 ‘이재명 방탄을 돕는다’는 비난이 두려워서 김건희 특검법안 처리를 뒤로 미루거나, 나중에는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찬성하며 검찰과 족벌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서 증거를 조작하는 시대는 지났다”(이정미 전 대표)는 것이었다.

갈팡질팡하면서 검찰권력과 족벌언론의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최근 심상정 의원이 출간한 <심상정, 우공의 길>에서도 반복된다. 여기서 심상정 의원은 ‘민주당은 나에게 입각 제안이나 대선 후보 단일화도 제안하지 않았다’며, 민주당과 협력에 미련을 보이면서, 동시에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며, 조국 임명 찬성을 거듭 사과하고 반성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많은 사람은 정의당의 포지션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어차피 민주당조차 ‘종북좌파’라고 생각하는 보수우파 지지자들은 정의당을 지지할 일이 없었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민주당 2중대’라고 공격할 뿐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이 중요한 고비마다 기득권 우파의 편에 선다고 의심하며 불신과 반감을 키웠다.

진보정당을 위해서도 마녀사냥에 맞서며 검찰과 언론을 개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정의당에 실망하면서 멀어졌고, 결국 ‘민주당과의 선 긋기’에만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소수가 주로 남게 됐다. 그런 소수마저도 정의당의 이름으로 선거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면서 당을 떠났다. 류호정 의원이 바로 그것을 대표하고 있다.

 

물론 진보정당은 기득권 우파뿐 아니라 민주당의 한계까지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만으로는 한국 사회의 더 급진적 개혁과 진보는 어렵고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도 그런 불만족을 느껴왔다. 민주당-공화당 양당체제의 미국보다는, 보수당과 경쟁하던 자유당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제3당이던 노동당이 차지한 영국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민주당 지지자들을 한심하다고 조롱하고, 민주당이 실패하길 기다리며 선을 긋다 보면, 저절로 다가올 기회일 리가 없다. 민주당을 통한 개혁과 진보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한 사람들이, 진보정당의 기반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적절한 동맹과 전술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정당의 지지기반이 확장될 수 있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무려 권리당원만 240만여 명에 달하는 탄탄한 대중 정당이기 때문이다.

정의당 진성당원이 1만여 명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조직된 노동자들 속에도 민주당 지지가 강력하게 존재한다. 2022년 민주노총 확대간부(산별노조·연맹 대의원) 설문조사 결과 2017년 대선 때 민주당에 투표한 사람은 42.6%로 진보정당에 투표한 48%에 맞먹었다. 조합원과 한국노총으로 가면 이 비율은 더 커진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세기 초의 영국에서도 보수당-자유당 양당 체제 속에서 노동당은 처음에 기반이 매우 작았다. 자유당의 기반이 노동당의 기반으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수십 년이 걸렸고 중간에 노동당이 자유당과 섞이고 선거연합을 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단순히 자유당을 반대하고 비난하며 노동당이 정답이니 여기로 오라고 선언하고 강요하는 방식과 과정이 아니었다.

 

반면에 미국에서 제3 정치세력이 실패를 거듭한 이유는 단지 양당에 흡수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금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소규모 제3세력이 난립해서 독자 출마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의미 있는 대안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필요한 것은 가치는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은 여러 진보정당들의 연대이다.

 

통합진보당까지 분열한 이후에는 각자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도 투쟁과 선거에서 협력하는 것이 더욱 필요했다. 특히 4년 전 총선에서 진보정당들이 각자의 후보를 내면서도 비례투표에서 힘을 모으는 ‘진보 선거연합’이 필요했다. 그러면 사표 심리도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진보정당이 작은 진보정당을 도와서 3%의 벽도 넘어서게 해줄 수 있었다.

진보정당들이 ‘각자도생하느냐’와 ‘민주당과 선거연합 하느냐’의 양자택일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진보정당들은 계속 더 분열했고 그러면서 더 약화했다. 크게 다를 수 없는 정책을 가지고 선거 때마다 각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들이 서로의 차이점을 찾아내서 공격하며 함께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들의 지역기반은 계속 더 줄었고, 사회운동과 연계는 더 약해졌다. 20년이 넘은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가 이제 다 합쳐서 3~4% 정도의 지지율이라는 지지기반의 축소재생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정의당의 책임을 더 크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시 총선을 다가오고 있고, 진보정당들은 4년 전보다 더 불리한 조건이다.

 

여전히 선거제도는 결선 투표 없는 소선구제이고, 투표의 비례성은 약하고, 사표 심리는 여전할 뿐 아니라 윤석열 심판을 위해 거대야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압력이 더 커졌다. 국민의힘의 봉쇄와 윤석열의 거부권 속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은 추진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민주당은 다행히 병립형 회귀 야합은 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에 맞서 비례연합 준위성정당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이 모두 힘을 합치는 선거연합은 또다시 실패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의당조차 3%의 벽을 넘어설지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더구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당 투표에서는 진보정당을 찍는 교차투표도 크게 줄어버렸다.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확실해 보이는 후보들조차 찾기 어렵다. 결국 진보정당들이 아예 의회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 녹색정의당이 지난 3일 공식 출범했다. 연합뉴스.

 

 

여기서 다시 두 가지 선거 전술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정당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만들겠다는 비례연합 정당을 통해서라도 의회에 들어가 진보적 정책과 가치를 실현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일부 훼손하는 측면이 있지만, 일시적 선거연합일 뿐이고 총선 이후에 독자적 활동과 주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일부 지역구에서도 진보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연합 과정에서 진보적 정책들을 공동의 과제로 만들어내고 새로운 국회에서 완전한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 등을 이룬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진보정당의 독자적 출마와 당선 가능성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한다.

 

반면 진보정당들 일부에서는 독자적인 후보 출마와 정당 투표 호소라는 정면 승부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민주당과 구분되는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지키는 더 효과적 방식이고, 공동의 공약에는 담기 어려운 진보정당만의 독자적 정책을 더 많이 알리는 길일 수도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선, 양당체제를 넘어선 진보정치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지지율에 비추어서는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더욱 주변화될 수 있고, 심지어 원내 진출에 실패해서 진보적 정책들을 제도화할 기회 자체를 놓치고 다시 4년을 더 준비해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면 거대 양당이 아닌 진보정당들의 목소리는 이 사회에서 더욱 들리지 않게 되는 게 쓰디쓴 현실이고, 따라서 선뜻 지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선거 전술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집중할 순간은 아니다. 서로 ‘장렬하게 전사하자는 것이냐’, ‘독자적 진보정당 운동과 노선을 포기하자는 것이냐’라며, 상대방을 날선 언어로 매도하고 결과를 저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진보정당들 사이의 불신과 상처만 다시 키우고 장기적으로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기회를 가로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를 가지고 책임지고 평가하면 될 문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선거 이후에도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며, 한국 사회의 철저한 개혁과 진보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할 진보정당의 동료들이라는 사실이다. 

선거에서 일시적 전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그 투쟁들에서 함께 연대하며 진보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전지윤 편집위원misotolen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