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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 예산 99% 삭감, 왜? 특례 일몰 앞두고 '발등에 불'

道雨 2024. 9. 20. 15:21

고교 무상교육 예산 99% 삭감, 왜? 특례 일몰 앞두고 '발등에 불'

 

중앙정부-교육청, 재정 대책 마련 안 해... 야당, 특례 기간 연장 법안 발의

 

 

 

 

내년 고교 무상교육 관련 중앙 정부 예산이 99% 삭감되면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이 6년 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국가와 지방정부, 시도교육청의 비용 분담 비율을 규정한 특례 규정이 올해 말 일몰되는데도,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정부에서 공개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 예산(중앙정부)은 52억 6700만 원으로, 올해 9439억 원에서 99.4% 줄어들었다.

 

 

고교 무상교육 특례 일몰 앞두고 교육부-시도교육청 '발등의 불'

 

그동안 고교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국가(47.5%)와 지방자치단체(5%), 시도교육청(47.5%)이 분담해 왔다.

2024년의 경우 고교 무상교육 예산 1조 9872억 원 가운데, 국가(국고)와 교육청(증액교부금)이 각각 9439억 원씩, 지자체가 994억 원을 부담했다.

그런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가 올해 12월 31일 일몰돼, 내년도 중앙정부 부담금을 아예 책정하지 않은 것이다. 내년 예산인 52억 6700만 원 역시 내년도 무상교육 비용이 아닌 2023년 정산분이었다.

 

특례가 이대로 일몰되면, 당장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시도교육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강은희 대구교육감)는 오는 26일 열리는 총회에서, 올해 일몰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 연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해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 담당자는 20일 <오마이뉴스>에 "올해 일몰되는 고교 무상교육 증액교부금과 담배소비세에 포함된 지방교육세 등 적용 기한 연장 문제가 이번 총회 안건으로 올라가 있다"면서 "현재 고등학생 수는 계속 유지되고 있어 고교 무상교육 예산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 등에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야당 "삭감된 고교 무상교육 예산 살려야"... 일몰 연장 법안 앞다퉈 발의
 
이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99% 삭감한다고 한다"면서 "이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쓸데없는 예산을 삭감하고 삭감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국회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야당에선 특례 기한을 3년이나 5년 더 연장하거나, 아예 유효기한을 없애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6일 고교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 적용기한을 2027년까지 3년 연장하는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경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 각 지역의 교육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특례의 적용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8월 29일 특례 규정의 유효기간을 정한 부칙 자체를 삭제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도 지난 19일 특례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5년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담당자는 이날 "오는 25일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문정복 의원과 진선미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처음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교육부에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교육부 차관이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담당자도 "국회에 특례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고, 시도교육청에서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증액교부금 반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재학생에게 한 해 160만 원 정도인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비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애초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지만, 계속 연기되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2학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돼, 지난 2021년부터 전 학년에 적용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고교 무상교육 규정을 신설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제14조)를 만들어, 고교 무상교육 비용 가운데 47.5%를 기존 교부금 외에 증액 교부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5%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도록 했다.

 

 

5년 동안 손 놓은 정부 "국회, 교육청과 협의해 비용 분담 방안 마련"

 

다만, 부칙에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일몰 규정을 두고, 그 사이 교육부와 재정당국, 시·도교육청, 지방정부가 지속 가능한 재정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지만, 특례 규정 일몰이 임박한 지금까지 재원 조달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8월 문정복 의원 대표 발의 법안에 대한 국회 교육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해 증액교부금이 없이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고교 무상교육 대상이 되는 고등학생 수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무상교육 소요 예산도 현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라는 반론도 함께 실렸다.

 

교육부는 세수 결손과 유보 통합, 늘봄학교 등 신규 수요로 불확실성이 증가해 지방교육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수 존재해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재부, 교육청,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비용 분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