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은 ‘김건희 특검’ 대신할 수 없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특별감찰관(특감)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고, 친윤석열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며 막아서면서 여권이 시끄럽다.
용산에 맞서 특감을 꺼내 든 한 대표의 노력은 의미가 있으나, 김 여사 문제는 특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 대표는 24일에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특감 추천,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먼저 추천해야 특감 추천도 함께 하겠다며 연계 방침을 고수해왔는데, 이와 무관하게 특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여야가 합의해 오면 특감을 임명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인권은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러니 여당 ‘투 톱’이 충돌하고, 친한 대 친윤 갈등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특감은 이렇게 요란 떨 일이 아니다.
특감 제도는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됐다.
초대 이석수 특감이 2016년 사퇴한 뒤, 국민의힘이 특감을 엉뚱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면서, 8년 넘게 공석이다. 만약 특감이 있었다면, 김 여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수도 있다.
여당은 당장 연계 방침을 버리고, 야당과 특감을 추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
특감은 의무를 방기했던 국회가 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이지, 특단의 조처인 양 생색낼 일도 아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수한 김 여사 의혹들 진상 규명이다. 명품 가방 수수, 공천 개입 의혹, 주가조작 의혹, 인사 개입 의혹 등 방대한 사안들을 특감이 감당할 순 없다.
특감은 감찰담당관이 10명 이내인데다, 강제조사나 기소 권한 없이 고발이나 수사 의뢰만 할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사건들을 무혐의 처분하며 정권 보위 기구를 자처한 검찰에 맡길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김 여사 문제는 ‘김건희 특검’을 통해 사법 심판대에 올려서 풀 수밖에 없다. 김건희 특검법 찬성 여론이 60%대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감은 김건희 특검의 대체재가 아니다.
특감 논쟁이 김건희 특검을 방어하기 위한 물타기나 시선 돌리기로 쓰여서도 안 된다.
한 대표는 이미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약속해놓고, 용산 눈치를 보며 시간만 끌어왔다.
한 대표는 ‘위헌’ 주장만 하지 말고 자체적인 김건희 특검법안을 내고, 야당도 협상력을 발휘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 2024. 10. 2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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