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가디언 "서부지법 폭동, 미 의회 의사당 폭동과 흡사"

道雨 2025. 1. 22. 10:27

가디언 "서부지법 폭동, 미 의회 의사당 폭동과 흡사"

 

"짐승 가죽옷을 후드 재킷으로 바꿨을 뿐"

폭동의 계획성‧조직성‧폭력성에 주목

"논란 많은 극우 목사 전광훈, 기름 부어"

"한국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전투 치열"

 

"그들은 아수라장을 만들 작정을 하고 도착했다...주동자들은 순식간에 (경찰) 경비선을 돌파했고, 소화기와 쇠파이프, 경찰방패로 무장한 채, (서울서부지방법원) 건물의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했다."

 

영국 가디언은 20일 자 기사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직후, 극렬 윤석열 지지자들이 자행한 서부지법 습격을 이렇게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1‧19 폭동'의 계획성‧조직성‧폭력성 주목

"짐승 가죽옷을 후드 재킷으로 바꿨을 뿐"

 

그러면서 폭도들이 특히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찾느라 서부지법 7층까지 뒤지는 동안, 법원 옥상에는 공포에 질린 법원 직원 25명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던 사실, 당시 체포된 90명 중 폭동 현장을 생방송 했던 극우 유튜버 3명 등 20, 30대가 절반을 넘는 점, 경찰관 51명이 중경상을 입고, MBC와 KBS 기자들이 폭행당한 사실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가디언은 이번 서부지법 폭동을, 2021년 1월 6일 대선 패배 직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근거 없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미국 의회 의사당에 폭력적으로 난입했던 폭동에 비유하면서, '한국판 1‧6 사태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가디언은 "이 폭동 현장은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이 아니다. 법치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무리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걸쳤던) 짐승 가죽옷이나 독수리 마스크를 후드 재킷과 안면 마스크로 바꿨다"면서, 두 집단 간의 "유사성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대로에서 2박3일째 ‘윤석열 체포 촉구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 정혜경 의원실

 

 

 

"한국, 민주적 절차와 무정부 상태 사이

줄 위를 걷는 진짜 긴장된 시기 있었다"

 

신문은 윤석열을 "극단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한 뒤 "아시아의 가장 활기찬 민주주의 체제 중 하나에서, 계엄령을 선포하는 처참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후 몇 주 동안 '한국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전투'가 국회의사당, 법정, 대통령 관저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특히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직후 계엄군과 국회의원 간 대치와, 1월 3일 한남동 윤석열 관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및 경찰관들과 무장한 윤석열의 경호 요원들 간의 대치를 거론한 뒤 "진짜로 긴장된 시기들이 있었다. 그때 한국은 민주적 절차와 무정부 상태 사이의 가느다란 줄 위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전광훈 목사가 유튜브 전광훈 TV에서 "광화문 광장에 1000만 명이 모여야 윤석열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25.01.02. 전광훈TV 유튜브 갈무리

 

 

 

"헌법 위에 국민저항권 있다고 발언한

극우 목사 전광훈이 기름을 부었다"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의 상황에 "기름을 부은" 자로 전광훈을 지목하고, "논란 많은 극우 목사"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전광훈이 지지자에게 "헌법 위에 국민저항권이 있다"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 시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또한 윤석열도 편지를 통해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지지자들을 '애국자'로 칭하고 더 강력한 투쟁을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계엄령 이후 상황이 뒤틀릴 때마다 한국인의 다수를 점하는 '윤석열 파면' 세력과 함께, 소수이지만 직무 정지된 윤석열은 잘못이 없다고 여기는, 갈수록 흥분하는 유권자 집단에 의한 대규모 시위들이 뒤따랐다"고 전했다.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1.14 연합뉴스

 

 

 

'서부지법 폭동'은 '미 의사당 폭동' 모방

'stop the steal'…'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

 

윤석열 지지자들이 형식도 내용도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1‧6 폭동'을 모방하고 있다는 게 가디언의 진단이다.

이들은 2020년과 2024 봄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선거로 압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1‧6 폭동'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민주당이 부정선거를 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일련의 탄핵 반대 시위에서 윤 지지자들이 미국의 '1‧6 폭동' 때 등장했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란 플래카드를 드는 것이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신을 담은 '야구 모자'를 쓰는 것도 매우 흡사하다는 얘기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25.1.20 [공동취재] 연합뉴스

 

 

 

정치적 반대자들 공격 수법 역시 유사

"서부지법 폭동 전적으로 예견 가능했다"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공격의 수법도 유사하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트럼프는 "가짜" 주류 미디어들을 통해 자신의 반대자와 그 동맹 세력을 사적인 모욕을 가하거나 구속 위협을 통해 겁박했다면, 윤석열은 증거도 없이 "반국가, 종북" 정치세력이라고 비난하는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윤의 지지자들은 유튜브를 활용해 "총선 결과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증폭시켰다"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극렬 윤석열 지지자들에 의한 서부지법 폭동과 관련해,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어려운 폭력 사태"라고 개탄한 것을 거론한 뒤, "그러나 4년 전 워싱턴에서 벌어진 내란 미수 사건의 강력한 반향은, 지난 일요일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법치에 대한 공격은 전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