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계룡산 갑사 답사사진
* 오랫만에 계룡산 자락을 밟아보았습니다.
부산에서는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이다 보니 다녀오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에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서 공주지역 답사를 하기에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기도 할 겸, 따라 나섰습니다.
** 갑사는 계룡산의 서방(西方) 가람이다. 계룡산을 중심으로 사방에 가람을 하나씩 배치해 두었는데, 동쪽의 동학사, 서쪽의 갑사, 남쪽의 신원사, 북쪽의 구룡사가 그것이다. 북쪽의 구룡사를 제외하고 모두 현존하고 있다.
갑사 정문 근처에 있는 사적비 등 몇몇 단편적인 기록에 의하면, 갑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하며, 일설에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하기도 한다.
통일신라 중기의 것으로 보이는 철당간과 신라말-고려초의 것으로 보이는 부도와,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가 법당을 중수하고 화엄대찰로 삼았다고 하는 삼국유사의 기록과 일치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통일신라 시대에 이미 규모있는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유재란 때에 왜군의 침입으로 경내의 모든 전각이 소실된 후, 1604년(선조37)부터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들이 중건되었다.
갑사는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을 달리 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또한 산림욕과 더불어 자연생태학습공원으로도 꾸며져 있어 산책과 학습을 겸할 수 있다.
공주지역 사람들이 휴식차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갑사라고 하니, 우리도 그 향기를 찾아가 본다.
* 배불뚝이 사천왕상. 여느 절의 사천왕상과 다르게 굉장히 배가 나온 모습을 하고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네 분의 사천왕상이 모두 배불뚝이다. 이 사천왕상을 만든 장인이 혹시 복부 비만...?
* 절의 입구에 있는 괴목대신(槐木大神). 마을 주민들과 스님들이 매년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 약 300여년 전, 갑사 장명등(밤새 불을 켜두는 등)의 기름이 없어지기 시작하여,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스님들은 이유를 밝히고자 밤새 장명등을 지키고 있었는데, 덩치가 큰 누군가가 기름을 훔쳐가는 것이었다. 놀란 스님들이 그 물체를 따라가 보니 바로 이 괴목의 당산신이었다.
기름을 훔쳐간 연유를 묻자, 그 당산신은 '사람들이 담뱃불로 이 나무에 상처를 내어, 이를 치유하기 위해 장명등 기름을 발랐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유를 알게 된 스님들은 마을 사람들과 괴목 주위를 잘 정리하였다.
그 이후 갑사의 장명등 기름이 없어지지 않았으며, 마을에 돌았던 역병이 없어져, 스님들과 마을사람들은 괴목의 당신신에게 매년 정월 초사흘에 제(당산제)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 괴목 대신인데 지금은 죽어 둥치만 남아 있다. 옆에 당산제의 유래를 비석에 새겨 놓았다.
* 괴목대신제의 유래를 적어 놓은 안내판. 사진에 보이듯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제사에 참여한다.
* 나무가 울창한 갑사의 진입로.
갑사는 자연생태공원으로도 꾸며져 있으며, 공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 코스라고 한다.
* 절의 중정마당을 가리고서 있는 계룡갑사 현판이 걸린 건물인데, 축대로 쓰인 돌들이 너무 작게 여겨진다. 그리고 방문객의 눈 높이에 비해 높아서 부담을 주니, 첫번째 칸의 천불불사 안내문 처럼 아예 가리거나, 아니면 대원사의 경우처럼 나무 등으로 적당히가리는 등의 조경을 했으면 더욱 좋을 듯 하다.
* 축대 부분이 적당히 가려졌으면 더 나을 것 같다. 이 건물은 1614년(광해군6)에 중건되어 현재 강당으로쓰이지만, 최근 보수공사 때 발견된 상량문에 의하면, 강당이 아니라 정문이었다고 한다. 고종대의 중수 이전까지는 절의 정문으로 사용된 듯 하다.
* 갑사의 중심전각인 대웅전. 정유재란으로 소실된후, 1604년(선조37)에 중건된 건물이다.
*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인데, 최근에 유행을 타기 시작한 '템플스테이'에 이용될 듯한 건물이다. 그런데 축대 앞에 있는 기와지붕을 한 작은 시설물은 무슨 용도일까 궁금...?
* 공우탑(功牛塔).
대웅전에서 대적전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탑인데, 전면에 '功牛塔'이라고 새겨져 있다.
** 절에서 짐을 져 주면 혼자서 암자로 짐을 나르던 영리한 소가 있었는데, 그 소가 늙어 죽으니 승려들이 그 소의 은공을 기려 세운 것이라고 한다.
* 보물 제257호로 지정된 갑사의 부도이다. 이 부도는 원래 갑사의 후방에 있는 중사자암(中獅子庵)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명문이 없어 누구의 부도인지 알 수가 없어 아쉽다. 아담한 크기이지만, 조각이 화려한 고려시대의 팔각원당형 부도이다. 특히 기단부의 조각이 매우 입체적인 고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아쉽게도 지붕돌의 처마 길이가 짧아 왜소한 느낌을 준다. 상륜부의 보주를 대신한 듯한, 꽃잎이 살짝 벌어지기 시작한 연꽃 봉오리가 또한 일품이다.
* 부도 기단부의 상세부분.
사자 조각과 인물상, 날개 모양 등이 보이고, 그 위에 구름무늬, 그 위로 악기를 연주하는 천인상 등이 조각되어 있다.
* 나에게 있어 갑사에 대한기억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이 철당간(보물 제256호)이다.
대적전(大寂殿) 앞 부도에서 아래쪽으로 호젓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공터가 보이고, 철당간과 당간지주가 나무숲 사이로 보인다. 호젓한 산길이라 숲의 향기를 맡아가며 산책삼아 내려가는 것이 좋다.
철당간은 지름 50cm의철통 24개를 연결하여 두개의 지주에 연결하여 세웠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24개인데, 본래는 28개였던 것이 고종 35년(1899)에 폭풍우로 4개의 마디가 부러져 결실되었다고 한다. 이 철당간은 통일신라 중기의 작품으로 추측하고 있다.
* 당간지주 상세부분. 지대석에 안상무늬가 보인다. 갑사의 철당간과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을 제외하고는, 철당간은 우리나라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돌로 만든 석당간이 남아 있다.
*** 계룡산 갑사는 조용하고 숲과 산책로가 잘 어울리는 절집이다. 거창한 불상이나 건조물이 없어 마음이 평안하다. 그렇다고 볼 것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을 달리하면 더욱 호젓하게 숲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20여년 전에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갑사로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이렇게 코스를 잡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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