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아들

道雨 2008. 3. 27. 12:40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아들

 

 

  지난 3월 20일, 큰 아들(공진)이가 군에 입대하였다.

  의대를 졸업하여 공중보건의로 가게 되어있는데, 기초훈련차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것이다.

  4주간의 훈련을 받고 나면 시골의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게 될 것이다.

 

  보통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 세번을 울게 된다고 한다. 첫번째로 훈련소에 입소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울고, 훈련소 입소할 때 입고 갔던 옷을 소포로 부쳐왔을 때 그 옷을 보며 두번째로 운다고 하며, 아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아들을 얼싸안고 세번째로 운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아마 휴가나 외박 나오는 아들이 귀찮게 여겨지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아들이 군에 간다고 해도 별 감정이 없으니 목석에 가까운가 보다. 아마도 군의관으로 가서 더 고생을 해봐야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중보건의로 가게 되었으니 그러한 생각도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군에서 십여년을 장교로 보냈던지라, 군대란 것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이니 별로 걱정이 되지않는지라 그러한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집사람도 군인의 아내로 6년(지금까지 포함하면 26년)을 보냈으니 반 군인이 되어있던 터라, 역시 걱정의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어쨌든 훈련소 입소한다고 아침 일찍 떠난 아들에게 정겨운 말 한 마디도 해주지 못했지만, 정작 군에 입대하는 자식은 왜 걱정이 없겠는가?

  그래도 밝은 얼굴로 씩씩하게 떠나니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면서 휴대폰을 정지시켜놓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아들은 그렇게, 짧은 기간이지만 군대에 입소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군대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간혹 얘기하곤 한다. 아들이 군대에 입대할 무렵이면, 보약을 먹여 보내고자 하는 부모(주로 어머니가 많음)들이 아들과 함께 간혹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입소를 앞둔 청년들에게 내 군대시절 얘기를 들려주곤 한다.

  내가 얘기하는 군대의 긍정적인 면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하면 된다'는 것이다.

  군대 생활 중 아무 것도 없는 맨손으로도 동굴(대피호)을 만들었던 얘기도 들려준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도 해보니까 되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부지기였던 것을 군대 생활해 본 사람들은 모두 느낄 것이다. 

  둘째, '참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요즘의 사람들(특히 젊은이들)은 너무 귀하게 자라난 덕에 남을 배려한다거나, 참는다는 것에 익숙치 않은 경우가 많다. 군대생활을 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낄만한 혹독한 훈련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정신적으로 참기 어려운, 평소 사회 생활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극한 상황에도 도달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사회생활하면서는 그대로 표출되기가 쉽지만, 그래도 군대라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해서, 조금 더 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견디어내면, 제대 후의 사회생활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엊그제 내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논산훈련소의 홈페이지에서 보고싶은 얼굴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군대에서 이런 써비스까지 하다니 정말 좋은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들어가 보았더니 공진이가 속한 소대원 전체가 군복을 입고 찍은 기념사진이 있었다.

  아들의 얼굴을 찾아보았더니 즐겁다는 표정이 역력해 보일 정도이니 다행이다. 사진이라도 어두운 표정이라면 어찌 내 마음이라고 편하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짧은 시일이라고는 해도, 군대는 군대인 만큼, 훈련을 받다보면 심신이 고된 날도 있을 것이다.

  나의 아들도 지금까지 큰 어려움없이 살아왔고, 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번 논산훈련소 입소를 계기로 정신적으로 조금 더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진아!

  군복 입은 모습이 의젓하구나.

  군복을 보통 '푸른 수의'(죽었을 때 입는 옷)라고한다. 군복을 입고 있는 동안은 나라에 목숨을 맡겼다는 뜻이다.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 네 길 뿐만 아니라, 아울러 조국과 민족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럼 훈련 열심히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꾸나...

 

                                                                            2008. 3. 27

 

 

 

 

 

* 뒤에서 두번째줄, 왼쪽에서 세번째,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있는 얼굴이 아들 공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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