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는 해결사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 사진 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호식품의 꽃, 과자가 추구하는 캐치프레이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는 식품’이란 뜻이다. 이 캐치프레이즈를 가장 잘 구현하는 과자는 무엇일까. 바로 ‘케이크’가 아닐까. 그중에서도 스펀지처럼 구멍이 예쁘게 송송 뚫린 스펀지케이크.
스펀지케이크의 생명은 ‘촉촉함’과 ‘부드러움’에 있다. 입에 닿는 순간 입술과 치아 끝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운 감촉. 뒤이어 입 안 가득히 밀려드는 달콤한 맛. 부드러움과 달콤함의 마리아주(mariage)!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탐닉하는 식품의 관능적 품질 요소다.
이 스펀지케이크가 자랑하는 촉촉함과 부드러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평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한 고약한 원료가 만들어낸다. 쇼트닝 또는 마가린이 그 주인공. 이름하여 인공경화유다. 경화유, 즉 고체 유지가 밀가루의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층으로 스며들면 오븐에서 구워질 때 작은 ‘기공’(air cell)들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소프트 비스킷 특유의 ‘스펀지 조직’이다.
과자에 일단 스펀지 조직이 만들어지면 수분이 많지 않더라도 촉촉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케이크 외에도 파이, 카스텔라, 슈, 페이스트리, 시폰, 쿠키 등이 한결같이 부드러운 식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이 과자들에는 쇼트닝이나 마가린이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된다.
문제는 그 경화유가 ‘나쁜 지방’의 대명사라는 사실. 정제·경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만들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설령 트랜스지방산이 없다 하더라도 화학적 방법으로 생산된 경화유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지방산의 분자 구조가 변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공 유지는 체내에서 반드시 나쁜 짓을 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과자에 고체 유지는 쓰지 말라는 말인가. 부드러움의 원천인 스펀지 조직을 포기하라는 이야기인가. 그럴 리 없다. 자연의 섭리는 모든 대안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버터’가 해결사다. 버터는 인공 경화유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시라. 물리적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즉, 자연의 유지라는 뜻이다. 사실 마가린은 버터의 짝퉁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새삼스런 제안이 아니다.
혹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버터는 동물성 지방이고 고콜레스테롤 식품이라고 하는데, 과자에 함부로 써도 되는 것일까?’ 이 의문은 미국의 10대 영양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안 기틀만 박사가 해소해주고 있다.
“미국 제유업계는 두 가지 큰 죄를 졌습니다. 트랜스지방 소비를 부추긴 것이 그 하나고, 버터를 매도한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버터는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나쁜 식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심혈관 질환을 막아주는 유익한 물질들이 들어 있지요. 콜레스테롤이 염려된다고요? 음식은 혈중 콜레스테롤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음식에서 유래하는 콜레스테롤은 전체의 25%밖에 안 되거든요.”
아울러 트랜스지방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의 매리 에닉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식물성 경화유는 일절 먹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버터를 먹지요. 지금도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버터를 씁니다. 버터에는 포화지방산이 많지만 유익한 지방산들이라 괜찮아요.”
물론 유제품이라는 점에서 버터에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료에 들어 있는 항생제나 성장호르몬 문제가 주로 도마 위에 오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버터의 큰 효용에 비하면 그런 잡음은 소소하다고 봐도 좋다. 그 문제들은 앞으로 조금씩 해결해나갈 일이다.
최근 30대의 젊은 가수 한 사람이 숨졌다. 사인이 심근경색이란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심혈관 질환이 나이를 가리지 않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남용되는 인공 경화유가 그 원인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을 터다. 버터로 바꾸는 일이 시급한 것은 그래서다. 물론 그 버터는 가공 버터가 아닌, 천연 버터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버터의 영양적 가치
버터의 유익한 성분에는 비타민A, 비타민E, 셀레늄, 레시틴 등이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항산화제 구실을 한다. 레시틴은 나쁜 콜레스테롤을 분해한다.
버터의 특이점은 독특한 지방산 조성에 있다. 포화지방산이 약 60%로 높은 편이지만, 해롭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분자 길이가 짧은 지방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볼 것이 ‘라우르산’이다. 이 지방산은 포화지방산임에도 면역력 강화, 다이어트, 항균·항염 등의 효능이 있다.
아울러 노화 방지 지방산으로 알려진 ‘올레인산’이 약 30%, 필수지방산인 ‘리놀산’이 약 3%에 이르는 것도 버터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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