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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번역서 <내추럴리 데인저러스>(제임스 콜만 지음, 다산초당 펴냄)의 띠지에 박힌 선정적인 글귀다. 광고 카피로도 여러 번 활용됐다.
이 책을 소개하는 한 논객은 “유기농 식품에게 배신당했다”고 썼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었을 터다.
아니, 유기농이 더 위험하다니!
하지만 이 책을 자세히 읽어본 이라면 쉽게 간파했을 것이다. 카피 문구가 좀 과장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기농도 위험할 수 있다’라는 표현 정도가 타당하지 않았을까.
사실 화학자인 저자도 기본적으로는 인공물질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백질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천연의 단백질과 인공의 단백질은 분자구조가 전혀 다르다. 인체는 오직 천연의 단백질만 이용할 수 있다”고 썼으니까.
또 저자의 주장 중엔 이런 대목도 있다. “인공물질인 사카린은 설탕에 비해 수백 배나 더 달다. 단맛을 좋아하는 꿀벌이 당연히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꿀벌은 사카린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사카린은 먹지 않는다.” 이 내용은 원서에 나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번역서엔 나오지 않는다. 고의일까, 실수일까?
번역서 한 권에 딴죽을 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카피가 떠들 듯 유기농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라는 학자들의 입에서도 더러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주장은 ‘식품첨가물 불가피론’과 멋지게 공명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농약을 무조건 터부시하지 말라. 순기능도 있다. 식물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천연의 독성 물질을 줄여준다”라든가,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보존료가 해롭다고? 정작 위험한 것은 보존료를 쓰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식중독균이다”라는 주장 등이 그것.
그럴듯하다.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사과가 있는데, 한쪽은 농약을 친 것이고 한쪽은 농약을 치지 않은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소시지가 있다. 한쪽은 천연 원료로만 만든 것이고 다른 한쪽은 합성보존료를 첨가해 만든 것이다. 어느 쪽을 먹을 것인가?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주말농장의 상추밭에도 메탐소듐을 뿌려야 하고, 가정의 부엌에서도 아질산나트륨을 비치하고 고기를 재울 때마다 첨가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이중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가공식품에서 식중독균과 보존료의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식중독균은 급성 독성을 나타내지만 보존료는 만성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식중독에 의해 사망한 사례는 있는데 보존료로 인해 사망한 사례는 없다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보존료의 유해성은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렵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보존료에 의해 희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농약도 마찬가지다. 같은 가문의 유해 화학물질이어서다. “어차피 유기농으로는 지구촌을 다 먹여살릴 수 없잖아!” 그들이 목에 가장 힘을 주고 설파하는 논리다. 이 주장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해진다. 막연한 불안 때문에 앉아서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이 촌철살인의 논리도 요즘엔 자못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이베터 퍼펙토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유기농 재배를 제대로만 하면 얼마든지 소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기존 농사법과 비슷한 수준, 후진국에선 2~3배까지도 가능합니다. 유기농으로도 얼마든지 지구촌을 먹여살릴 수 있습니다.”
영국의 천재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최근 “앞으로 200년만 버티면 인류 미래는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는 ‘200년 안에 인류에게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유기농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궤변이 그 원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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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 글은 '한겨레 21'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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