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4대강 이후의 청구서

道雨 2010. 11. 12. 16:43

 

 

 

 

 

 

                 4대강 이후의 청구서
 

본격적인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지 오는 22일로 만 1년이 된다.

 

“전광석화처럼 시작해 전
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들자”던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문대로 공사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11월4일 현재 4대강 사업의 공정률은 34%이고 보 건설은 57%를 마쳤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중단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주장한다. 이제 와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그러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목청을 높인다.

 

과연 그런가.

우선 정부는 ‘중단하기에 너무 늦지 않은’ 사업 초기부터 반대쪽 문제제기엔 눈을 감았다. 사회적 공감이 큰 강변 저류지 건설이나 하천 환경 정비를 먼저 하고 논란 많은 보 건설과 준설은 맨 마지막에 하자는 속도조절론과, 영산강이나 금강에서 먼저 해보고 다른 강으로 확대하자는 단계론도 묵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정부는 사업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보 건설과 준설에 속도전을 벌인 인상이 짙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아직 많이 남았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약 7% 많은 9조5000여억원에 이른다. 사업자 선정과 설계 등 사업 전 분야에 걸친 의혹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다던 감사원 감사는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논란을 접기는커녕 4대강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옳은지 따져볼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말대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공사가 99% 진행됐다 하더라도 되돌리는 게 낫다.”

 

 

이대로 4대강 사업이 완성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4대강 사업에 들인 22조원 못지않은 거액의 청구서가 강변 조경과 준설 명목으로 시민들에게 날아들 것이다.

길이 5.8㎞인 청계천의 연간 유지관리비는 77억여원에 이른다. 자연형에 가까운 양재천도 18.5㎞ 관리에 연간 11억원이 든다.

4대강 공사 구간 634㎞를 관리하는 데만 적어도 수백~수천억원이 해마다 들 것이다. 자연이 거저 해주던 서비스였지만 이젠 돈을 들여 사람이 해야 한다.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강변은 가시박과 환삼덩굴 등 외래식물로 뒤덮일 것이다.

 

모두 5억2000만㎥를 파낸 강바닥 형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그 비용이 어느 정도일지는 사업자인 정부를 포함해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강물이 밤낮없이 자연상태보다 크게 낮아진 강바닥에 퇴적물을 실어나를 것이란 사실이다.

 

4대강 공사는 과거에 막대한 돈을 들여 이룩해놓은 하천관리의 토대를 송두리째 허물어뜨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30일 텔레비전에 나와 “강을 이렇게 버려둔 나라는 세계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하천을 적극 개발해 여가와 주운 등에 쓰는데 우리는 방치해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하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이런 얘길 듣고 환경부가 찍소리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은 주로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데 견줘 우리는 하천수를 먹는다. 취수량의 97%가 하천 표류수이거나 복류수 또는 댐의 물이다.

따라서 이제껏 강을 방치한 게 아니라 먹는 물의 거의 유일한 공급원인 4대강을 지키느라 갖은 노력을 해온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가 지난 20년 동안 들인 돈은 줄잡아 57조원에 이른다. 앞으로 특별법으로 4대강 강변을 개발한다면 수질개선에 다시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결국 우리는 4대강을 복원하는 또다른 거대 사업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보를 폭파하고 리모델링한 농지를 파내 속에 파묻은 모래를 다시 강에 뿌리는 씁쓸한 공사 말이다.



지난 8월28일 4대강 사업에 회원들이 전문가 또는 설계자로 다수 참여하는 한국수자원학회 원로포럼 자리에서는 ‘정권이 바뀌어 책임 문제가 불거질 때를 대비하자’는 논의가 벌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4대강 사업 뒤꼍에서 포착된 의미심장한 풍경이다.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