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외교적 해법’ 본격화해야

道雨 2010. 12. 1. 12:08

 

 

 

 

      ‘외교적 해법’ 본격화해야
한겨레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서해 연합해상훈련이 오늘로
마무리된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응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무력시위이지만 사태를 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 책임있는 조처를 끌어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처가 절실한 때다.

 

지금 정부 움직임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담화를 통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으름장만 놨다. 북쪽을 움직일 만한 구체적인 조처는 아예 손을 놓았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다. 아마도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처로 쓸 수 있는 압박수단을 모두 소진한 까닭일 것이다.

외교적 해법도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로 가져갔다가 되레 역효과만 본 탓에 이번에는 거의 제쳐놓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부가 쏟아내는 거친 말들은 지금 국민의 안보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상을 조금만 바꾸면 해결책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연평도 포격은 천안함 사건과 비교해 성격이 훨씬 간명하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쪽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 결과 유엔 안보리에서도 남북 양쪽의 주장을 병기한 모호한 의장성명이 채택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밀어붙이다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경색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하지만 이번 도발은 책임 소재가 명백하다. 북쪽도 민간인 살상 부분에 대해선 유감을 나타냈다. 따라서 외교적 접근이 훨씬 쉬울 수 있다. 이번 일이야말로 전형적으로 외교 테이블에서 다룰 사안인 것이다.

 

중국이 내놓은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의는 이런 맥락에서 매우 쓸모있는 대안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 마당에 무슨 핵문제냐, 대북 대응이 우선 아니냐’며 중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모여서 꼭 핵문제만 논의하라는 법은 없다. 연평도 포격 사건과 이에 따른 서해의 긴장 완화 방안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북한을 피고로 불러놓고 공세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더욱이 천안함 사건 때 남쪽이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중국에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먼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우리가 그 제안을 존중하면 중국도 북한을 좀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성의를 보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거의 유일한 지렛대인 중국의 제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에 묻고 싶다.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진심으로 북한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를 끌어내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북쪽과 접촉해야 한다.

1996년 북한 잠수정의 동해안 좌초 사건을 비롯해 북한한테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사과를 받아낸 것은 모두 접촉과 대화를 통해서였다.

 

딱히 6자회담 형식이 아니라도 괜찮다. 창의력을 발휘해 다른 대화 형식과 의제를 개발해 제안할 수도 있다. 만나서 심하게 다투더라도 관련 당사자들이 일단 경기장 안에 들어서야 해결책이 나오고 지켜보는 사람도 불안을 더는 법이다.

 

 

 

<2010. 12. 1  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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