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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비 60mm 내렸는데, 낙동강에 섬이 생겼다

道雨 2011. 4. 5. 11:13

 

 

 

고작 비 60mm 내렸는데, 낙동강에 섬이 생겼다

 

[오마이뉴스 녹색연합 기자]

역행침식이란?


본류준설을 통해 강바닥의 높이가 낮아지면, 본류로 들어가는 지천의 강바닥도 본류하상과 같은 높이가 될 때까지 깎여나가게 된다. 이렇게 깎여나가는 것은 지류의 하구(본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상류 쪽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는데 이를 '역행침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두부침식이라고 불린다)

작년 여주(남한강)에 200mm의 비가 내려 신진교가 붕괴되었던 사고가 전형적인 '역행침식'의 결과이다. 남한강 일대 지류하천에서는 일부 제방이 무너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강바닥이 깎여나간 뒤 경사가 가팔라지며 빨라진 물살이 평소보다 훨씬 큰 힘을 제방에 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4대강 사업 계획에는 지류하천과 본류하천이 만나는 지점에 '하상유지공'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남한강의 지류인 금당천에 자갈망태로 된 하상유지공을 설치했었으나 200mm의 비에 무참히 무너졌었다.

4대강 전 구역에 걸쳐 준설공사가 진행되었고, 마찬가지로 지류하천에는 하상유지공 공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하상유지공만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은 지난 2월 22일부터 2월 24일,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낙동강 중상류 일대 병성천·구봉천 등 지천과 본류 합수부를 모니터링 했다. 지난해 여주 일대에 일어난 '역행침식'이 낙동강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진행한 것이다.

[2월 24일, 병성천 1차 모니터링]

본류 준설 마무리 단계, 병성천 역행침식 진행 중

예상 외로 낙동강 지천의 역행침식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4~6m 가량 낮아진 본류에 맞추어 지천들은 덩달아 하상을 낮추었다. 모니터링 한 지천 중 상주보 바로 아래의 병성천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였다. 병성교 아래쪽에서 서서히 시작되는 침식은 합류지점에서 3m 이상 침식을 보였다.

계속되는 침식을 막기 위해 물길 주변으로 공사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모래제방을 쌓아두었다. 이 제방은 군데군데 무너져 있었으며, 제방을 쌓은 이후에도 하상은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서는 1m 높이의 폭포 같은 것도 생겨나 빠르게 침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본류는 준설공사를 끝내며 상주보 아래 마지막 가물막이를 철거하고 있었다. 양안의 제방은 정돈되어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병성천 앞에는 모래가 일부 쌓여있었다. 준설 뒤에도 지류에서는 꾸준하게 모래가 흘러나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3월 22일, 병성천 2차 모니터링]

고작 60mm의 비에 둑방 무너지고, 강에는 섬이 생겨나

다시 방문했을 때는 불과 한 달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침식을 막기 위해 쌓아두었던 임시제방은 모두 무너져 내려 있었고, 물길은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듯 넓게 퍼져 있었다. 활동가들이 걸어 들어갔던 둑방의 소로는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침식은 병성교 가까이까지 올라가 있었고, 합류지점의 하상은 더 낮아져 있었다. 병성교 아래에는 병성교를 보호하기 위한 교각보호공 공사가 한창이었다.

병성천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지난달 비가 온 뒤에 많이 패였다고 말했다. 상주에는 지난 2월 27일에 47.5mm, 3월 20일에 13mm의 비가 왔다. 여름 장마철 내리는 비의 양이 많을 때 100~200mm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비의 양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니었다.

병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는 한 달 전에 없던 섬이 생겼다. 지난 답사 때는 보지 못한 섬이었을 뿐더러, 가물막이 등 공사를 위한 시설도 아닌 것이 분명했다. 가물막이의 경우 트럭 한 대정도가 지나다닐 만큼의 폭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섬'은 시골 초등학교의 운동장만큼이나 큰 상태였다. 굴착기 세 대와 10여대의 덤프트럭이 섬을 없애고 있었다. 인근지역 건설노조 관계자 말에 의하면, 이 지역은 준설공사가 빨리 진행된 곳 중 한 곳으로 공사가 거의 끝났었지만, 지난 비로 인해 30만루베(㎥)의 모래가 쓸려내려 왔다고 한다.

33공구 감리단 관계자와 통화를 통해 이 내용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강 건너편 준설로 인해 수위가 낮아져 준설공사를 하지 않았던 지점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일 뿐 모래가 새로 쌓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자료에 나타나 있는 끝단의 깃발을 보면 수위의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강변지역이 완만하게 정리된 것은 준설공사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 경향신문 > 에 보도가 된 후 다시 통화가 되었을 때는 병성천에서 쓸려가 섬처럼 모래가 쌓인 것은 맞지만 30만 루베는 아니라고 말했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의 박창근 교수는 사진을 본 뒤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다"라며 역행침식과 그로 인해 일어난 모래섬 형성은 4대강의 근본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 좁게 흐르던 강, 다시 넓어지다. 원래 넓게 흐르던 병성천은 강바닥이 낙동강과의 높이차이로 계속 깎여나가던 중이었다. 그래서 좁게 흐르게 됐지만 3월 비가 내린 뒤 강 폭이 넓어졌다. 멀리 보이는 모래산(준설토 적치장)에서도 많은 양의 모래가 쓸려내려왔을 것이다.

ⓒ 녹색연합





▲ 인공적으로 깊어진 물길을 거부하다. 넓고 천천히 흘러가던 하천, 본류 준설 때문에 깊어져 유속이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60mm의 비는 이를 송두리채 바꾸어놓았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다.

ⓒ 녹색연합





▲ 경사는 물의 힘을 강하게 한다. 경사가 가팔라 질 수록 물은 더 큰 힘을 둑방에 가하게 된다.

ⓒ 녹색연합





▲ 배는 산으로, 강은 폭포로... 정박되어 있던 배는 마치 산으로 간 듯 보이고, 강은 폭포가 되었다. 침식된 높이는 3~4m 가량이다.

ⓒ 녹색연합





▲ 하루아침에 섬이 생겨났다. 불과 60mm의 비에 섬이 생겼다. 평소에도 꾸준히 모래가 쓸려나와 작은 모래톱을 만들었다. 그러나 큰 비는 그의 수십배, 수백배의 모래를 가지고 왔다.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서다.

ⓒ 녹색연합





▲ 분명히 준설작업 마무리 중이었다. 위 사진을 보면 준설공사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 지역일대는 빠르게 진행되어 거의 끝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3월 사진에는 다시 거대한 섬이 생겨났다. 멀리보이는 하늘색 시설은 상주보다.

ⓒ 녹색연합





▲ 불쑥 솟아난 모래섬 우측 모래톱 깃발을 보면 수위변화를 알 수 있다. 수위가 낮아져 튀어나온 모래톱이 아닌 증거다. 모래섬을 없애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 녹색연합

[사업타당성 조사 실시 않은 채 공사 진행한 결과]

낙동강 준설은 무용지물... 4대강 사업 중단 후 재자연화 위한 작업 당장 착수해야

준설로 통수단면을 늘리고 물그릇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한국의 상황에 전혀 맞지 않다. 준설을 하더라도 계속 쌓이게 된다. 낙동강의 모래유출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주요지류인 내성천이나 이번 모니터링의 대상지인 병성천 등의 하상이 모래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를 증명한다. 다시 쌓이게 될 준설토를 다시 퍼내는 데에는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들어갈 것이다. 사업 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상식적인 내용도 간과한 채 진행했다.

정부에서 4대강 사업으로 얻고자 한 '물그릇'은 자연 앞에서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류의 둑방이나 교량 등 인공시설물들은 위태롭게 견뎌내야 한다. 본류에서 준설한 양만큼 지류들의 모래들이 그곳을 채우게 된다.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보에 막혀있던 물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때 '역행침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크게 일어날 것이다.

공사가 시작된 후 일어난 생태계 파괴는 자연의 피해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곧 닥칠 것이다. 이번 병성천의 역행침식과 대량의 모래유입 사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의 현실을 즉시 인지하고 당장 공사를 중단한 후 재자연화를 위한 작업을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