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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온정 넘치는 판사 이야기에 감동

道雨 2011. 4. 15. 18:36

 

 

 

 미국과 한국의 온정 넘치는 판사 이야기에 감동
- 조국교수 페이스북에 ‘뉴욕 판사 벌금형’ 올려 화제
- ‘청소년에 자존감 처분’ 한국 판사 이야기도 이어져

» 조국 교수

 

 

15일 트위터와 인터넷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판사 이야기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대)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네티즌과 트위터 이용자의 가슴에 불을 붙인 것이다.

 

조 교수는 뉴욕시장을 3연임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1930년대초 대공항 시기 뉴욕치안 판사 재직시 배가 고파 빵 훔친 노인에게 10달러 벌금형을 내리면서 한 말이라며 판결내용을 소개했다.

 

“배고픈 사람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 도시 시민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벌금 10달러 벌금형을 선고하며, 방청객 모두에게 각 50센트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이렇게 걷은 57달러 50센트를 피고인에게 주자, 피고인은 10달러벌금을 낸 후 47달러 50센트를 갖고 법정을 떠났다.

 

라과디아는 아주 작은 체구의 ‘리버럴’한 공화당원으로 뉴욕시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공화당원이지만 루즈벨트의 ‘뉴딜’을 지지했구요. 뉴욕 공항의 이름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지요.”

 

 

글이 소개되자 “감동적이다” “법위에 사람 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약자에 대한 보호망을 만들지 못한 사회와 그 구성원의 책임을 강조한 라과디아의 판결 내용은, 법에 앞서 사람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판결로 널리 회자되고 있지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정의’란 말이 화두로 떠오른 한국사회에서는 새삼 화제가 되고 것이다.

 

 

한 네티즌은 서울가정 법원 김귀옥(47) 부장판사의 특별한 판결내용이 실린 <경인일보>의 한 칼럼 내용을 띄워 연쇄반응을 낳기도 했다.

 

김이환 이영미술관장은 지난해 5월28일치에 쓴 칼럼에서,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A양에게, 소년원 시설 감호 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처분이 아니라 과감하게 불처분 결정을 내린 사유를 자세히 소개했다.



김 관장은 한 신문에서 읽었다는 김판사의 판결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A양은 2009년초까지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다 남학생에게 집단 폭행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에서 겉돌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김 관장은 칼럼에서 라과디아 판사 이야기도 소개하면서 “법과 법조인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더할 수 없이 깊은 우리 사회에 이런 명판결이 더 많이, 더 자주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 “그러려면 법을 다루는 분들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고뇌가 더 깊어져야 할 것”이라고 끝맺었다.

 

<경인일보 칼럼>

 

참 아름다운 이야기 - '法廷에 핀 法情'

소녀 망가뜨린건 사회, 불처분결정… "나는 혼자가 아니다" 감동의 외침

< 김이환 >

 

 

벌써 한 해의 허리에 접어드는 초여름이 다가들고 있다. 유난히 변덕이 심한 날씨여서 개나리, 벚꽃, 목련이 앞뒤 없이 피고지더니 어느새 모란도 꽃잎을 뚝뚝 떨어뜨렸다. 고개들어 미술관 주변 산을 둘러보면 온 산자락에 흰 아카시아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리고 있다. 봄이 떠난 것이다.

 

이런 초여름 아침 나절 몸에 밴 습관대로 일주일치 신문을 정리하다가 '法情에 울어버린 소녀犯'이란 5월17일자 ㅈ신문의 기사가 눈에 띄어 단숨에 읽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건 이런 것일까?

아카시아꽃 향기를 먹먹한 가슴 깊숙이 들여마셔 보았다. 그날 따라 아카시아 향기에는 전에 없이 신선함이 가득했다.

내 심금을 울린 그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4월초 서초동 법원 청사 소년 법정은 감동의 눈물에 젖었다.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A(16)양에게 서울가정법원 김귀옥(47) 부장판사가 내린 특별한 처분 때문이었다.

김 판사는 법적으로는 아무 처분을 하지않는 불처분 결정을 내리는 한편, 피고로 하여금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라는 특별한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A양은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 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법정에 섰던 전력조차 있었다. 법대로라면 소년보호시설 감호 위탁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김 판사가 과감히 불처분 결정을 내린 연유는 무엇일까?

 

A양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남학생 여러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그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도 받았고 죄책감에 시달려 학교에서 겉돌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말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그러면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고 A양에게 따뜻하게 말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다. 그리고 판사를 따라 점점 더 크게 외쳤다.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고 외칠 때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법정에 있던 A양의 어머니도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참여관도, 법정 경위의 눈시울도 젖었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얼마 전 이 '금요산책'란에도 소개했던 미국의 라과디아 판사가 떠올랐다. 대공황으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1930년대 뉴욕의 치안법정에서 라과디아 판사가 빵을 훔친 한 가난한 할머니에게 내렸던 감동적인 판결을 기억하시는지?

 

"법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죄를 지었으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가난으로 굶주리는 어린 손녀들을 먹이기 위해 늙은 할머니가 빵을 훔쳐야 하는 이 비정한 도시의 시민에게도 죄가 있습니다.

그동안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온 저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합니다. 할머니의 벌금을 대신 내겠습니다. 그리고 이 법정의 뉴욕 시민 여러분에게도 각기 50센트씩을 선고합니다."

 

 

김귀옥 부장판사의 '대처분'과 라과디아 판사의 판결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깊고 크다. 법과 법조인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더할 수 없이 깊은 우리 사회에 이런 명판결이 더 많이, 더 자주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법을 다루는 분들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고뇌가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부디 A양이 모성의 판결을 한 김 부장판사의 '대처분'대로 자존감을 회복하여 건실한 숙녀로 성장하기를 빈다.

 

[출처: 경인일보 홈페이지(http://ww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