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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00개가 만든 기적 : 사랑의 '빵빵커피'

道雨 2011. 7. 9. 11:14

 

 

 

 

 댓글 2000개가 만든 기적… 사랑의 '빵빵커피'

부친 위해 간이식 이승미씨, 네티즌 도움으로 재기
네티즌들 이씨 사연 듣고 임대료·설비비 모아 지원
인천에 커피 전문점 열어… 메뉴 이름도 설문으로 정해

 

지난해 9월 대학에 다니던 이승미(20)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외동딸인 자신을 끔찍이 아끼던 아빠 경근(55)씨가 급성 간경화 판정을 받은 것이다. 24시간 안에 간을 이식받지 못하면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병원에선 말했다.

"제 간을 이식해 주세요."

↑ [조선일보]8일 오전 인천 부평역 인근 커피 전문점 ‘빵빵커피’에서 주인 이승미(20)씨가 직접 만든 음료를 서빙하고 있다. 이씨는 네티즌 2000명의 도움을 받아 지난 5월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김은정 기자

 

 

 

승미씨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자기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은 아빠였다. 서울 삼성병원 측은 "간 이식은 13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고 온몸에 50㎝가 넘는 큰 흉터가 남는다"고 알려줬다. 미혼인 승미씨지만 아빠를 위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9월 17일, 승미씨는 자기 간의 70%를 들어내 아빠에게 드렸다. 아빠는 곧 회복했다. 승미씨는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승미씨 가족은 수술비를 대느라 7000만원의 빚을 졌다. 용접 일을 하며 가족을 어렵게 부양해 온 아빠가 일을 못하게 되면서 승미씨가 가장 역할을 맡아야 했다.

한국외식조리전문학교 1학년이던 승미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등록금을 돌려받는 등 어렵사리 180만원을 마련해 16년 된 0.5t 트럭을 샀다. 폐차 직전 트럭으로 학교에서 배운 바리스타(커피 제조 전문가) 기술을 활용해 '이동식 커피점'을 시작했다. 수술 후 조금만 일을 해도 어지러울 정도로 몸이 약해졌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잠을 쫓아가며 음식에 관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씨는 2008년 국제요리경연대회 금메달, 2009년 세계요리전시대회 금상 등을 수상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승미씨가 하는 일은 사실상 '커피 노점상'이었다. 낡은 트럭은 발전기가 자주 꺼졌고 구청 단속 직원들에게도 쫓겨다녔다. 그는 "또래 여대생들이 커피를 마시러 올 때마다 너무 부러웠다"고 했다.

이씨의 사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싸이월드'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퍼졌다. 싸이월드와 네티즌들은 지난 4월 초 일류 호텔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를 꿈꾸는 이씨를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 부평 전철역 앞의 '빵빵커피'는 이렇게 해서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싸이월드와 네티즌들이 건물 임대료와 설비비를 지원해 줬고, 댓글로 창업 아이디어를 보내줬다.

한 달간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재능을 기부하겠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나섰다. 29.7㎡(9평) 크기의 카페는 인테리어에서부터 메뉴 이름까지 모두 네티즌들이 낸 아이디어로 꾸며졌다. 주요 메뉴인 '사이좋은 샌드위치'와 '일촌 커피'의 이름은 네티즌들이 설문으로 뽑았고, 장식품도 네티즌들의 기부로 모았다. 카페를 찾은 은보라(여·29)씨는 "메뉴 이름 정하는 설문에 참여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신기하다"며 웃었다.

승미씨의 하루 수익은 10만원 선. 가족은 천천히 빚을 갚으며 다시 재기하기로 했다. 승미씨가 몰던 트럭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져가 장사에 쓴다. 요즘 승미씨는 가게에서 늘 웃는다. "제게는 제 꿈을 응원해주는 2000명의 얼굴 없는 천사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늘 얼굴에 웃음이 걸려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씨가 세상에서 가장 큰 미소를 지어보였다.

 

 

 

***  참 흐뭇한 소식이면서, 네티즌의 올바른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