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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가동보? 세종보엔 썩은 내 진동합니다

道雨 2011. 10. 7. 17:55

 

 

 

최첨단 가동보?

          세종보엔 썩은 내 진동합니다

 

오래된 저수지 같은 세종보... 소나무에 농약 살포까지

 

 

  
세종보에 넘쳐흐르는 강물이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변해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4대강사업

정부는 4대강 살리기와 관련, 금강에서 첫 번째로 친환경적인 최첨단 가동보(세종보) 개방식(24일)을 성공리에 끝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지난 26~27일 기자와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가 찾은 충남 연기군 세종보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덤프트럭이 오가고 있었다. 어수선한 모습이 준공이나 개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세종보 소수력발전소 근처에 육안으로 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에 녹조가 펼쳐져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4대강사업

세종보의 물은 오래된 저수지 같았다. 녹조류가 많아 흐린 녹색을 띠고 있었고 물 속이 잘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희뿌연 거품이 떠다녔다. 특히 세종보의 소수력발전소 부근이나 보의 고정 구조물 주위 등에는 거품이 스펀지처럼 뭉쳐 떠있었다. 

 

개방 소식을 듣고 세종보를 방문한 사람들 중 상당수도 악취를 호소했다. 보가 만들어지기 전, 맑은 물이 흐르던 여울과는 딴판이다. 경남 거창에서 왔다는 우경화(37)씨는 "거창에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한다고 해 현장 답사차 세종보를 둘러보러 왔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세종보를 보고 나니 우려했던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 놓아 썩은 물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부유물이 둥둥 떠다닌다. 머지않아 내가 사는 거창도 여기처럼 썩고 악취가 진동할 게 뻔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보 중앙에 있는 인공어도는 공중에 노출되어 어도가 아니라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어 있다.
ⓒ 김종술
4대강사업

 

하류에서 본 세종보의 모습은 전도식 가동보(자유롭게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구조물)가 약간 누워 있었다. 보 중간에 있는 인공어도(물고기가 다닐 수 있게 만든 인공 구조물)가 공중에 노출돼 어도가 아닌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돼 있었다. 이는 가동보가 수직으로 올려져 세종보의 수위가 최대일 때만 인공어도의 물이 넘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상류에 물이 풍부해 대청댐이 물을 내려보낼 수 있을 때만 어도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종보 수위는 최고 관리 수위보다 30~40cm 정도 낮은 상태다. 이는 세종보의 자연형 어도(자연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물고기 길)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자연형 어도의 유입부에 작은 전도식 가동보가 있다. 이 가동보의 최대 높이는 어도 최상단에 고정된 통나무 보에서 30~40cm 위다. 현재는 자연형 어도에 있는 통나무 보로 물이 넘칠 정도로 세종보의 수위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세종보에 물을 가둘 수 있는 최고 수위는 현재보다 30~40cm 이상까지다. 그 이상 높아지면 세종보 물은 어도의 가동보로 넘쳐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난 자연형 어도도 암석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조성하였지만 벌써 일부 유실이 되고 있다.
ⓒ 김종술
4대강사업

반대로 가동보가 지금보다 더 내려가 세종보 수위가 낮아지면 자연형 어도에는 물이 유입될 수 없다. 고작해야 가동보와 고정구조물 사이의 틈새로 스며드는 물 정도만 흐를 것이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홍수 대비책으로 우기에는 가동보를 열어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어도는 건천이 된다. 즉, 우기인데도 어도에 있는 많은 수서생물은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가뭄에도 자연형 어도는 건천이 될 수밖에 없다. 세종보 중간에 위치한 인공어도도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어도 구실을 할 수 없다. 인공 어도는 유명무실하고, 자연형 어도는 주기적으로 수서생물이 죽어가는 구조물인 것이다.

 

  
정민걸 교수는 "자연형 어도라고 만든 곳이 여러 개의 통나무 보가 있는 계단형 수로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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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 어도는 여러 개의 통나무 보가 있는 계단형 수로 형태다. 따라서 최상단 어도를 넘어 유입되는 물은 하류로 흘러가지만 어도에 담겨 있는 수량에 비해 유량이 적다. 즉 유속이 느려진다.

 

암석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자연스럽지 않은 하안 구조는 물이 정체되게 한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 때문에 세종보로 정체돼 수질이 나빠진 물은 어도에서 더 수질이 나빠진다. 육안으로도 조류 농도가 짙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탁도가 높아 물 속이 더 잘 보이지 않았다.

 

  
자연형 어도에 있는 암석들은 모두 조류와 미세 부유물이 흡착해서 두껍게 층을 이루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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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 어도의 암석들에 조류와 미세 부유물이 흡착해 두껍게 층을 이루어 부착수서생물이 살 수 없게 됐다. 서울 청계천이 매달 2번씩 청소를 하고 물고기를 방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생태나 자연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인 '저수지'와 수로 때문에 세종보에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계속 투입해야 할 것이다.

 

  
금강살리기 7공구(공주지구) 공주보 위쪽 공주시 곰나루 수상무대 부근 소나무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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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일행은 세종보를 둘러본 다음 개방식이 예정된 금강보로 이동했다. 그 가운데 곰나루 일대에 심어놓은 소나무에 농약 살포기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소나무의 벌레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살포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중으로 분무한 살충제 방울이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떨어져 둔치 토양을 오염하는 것은 물론 금강호로 흘러 들어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처장은 "하자보수 기간에 조경수를 심은 사람들이 병이 오는 걸 막기 위해 뿌리는 것 같다"며 "생태를 살린다고 농민들을 몰아내고 강가에서 잘 자라지도 못하는 소나무를 심어놓고 농약을 뿌리면서 사람들에게 놀러 오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곰나루 살충제 살포는 최소 2년은 조경업자들이 주기적으로 조경수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4대강 사업은 둔치에서 경작을 전면적으로 금하고 있다. 비료와 농약이 강 오염의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일은 다른 4대강 공사 구간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료를 살포한 문건까지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