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장병 46명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지휘관 하나 없다니

道雨 2011. 10. 27. 14:06

 

 

 

장병 46명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지휘관 하나 없다니
 

 

 

천안함이 침몰하고 46명이나 되는 장병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는데도, 사건 관련 군 지휘관 중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은 최근 천안함이 배속된 해군 2함대의 사령관이던 김동식 제독(해군 소장)에 대한 현역복무부적합심의위원회를 열어 슬그머니 ‘적합’ 결정을 내렸다.

이미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정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 제독은 자신에게 내려진 정직 3개월의 징계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징계취소 소송까지 냈다.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징계유예 처분을 받고 해군본부에, 상급자인 전대장(대령)도 경징계 처분 뒤 진해기지사령부에 근무하고 있다.

결국 지휘라인이 모두 살아남은 셈이다.

게다가 이들을 포함해 징계를 받은 장성과 영관급 지휘관은 모두 징계사유에 불복해 항고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이다.

지휘자들이 견책·감봉 정도의 징계 책임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사건 당시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천안함 침몰과 장병들 죽음은 모두 숨진 장병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군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단 말인가.

 

이번 조처를 보고 “정말 사실이냐? 이럴 수 있나?”며 분노를 터뜨린 희생자 유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건 당시부터 석연찮은 대처로 큰 불신을 샀던 군이 그 뒤처리도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감사원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지휘자 25명이 제대로 된 전투준비와 대응조처를 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열린 군 징계위원회는 1명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 5명의 장성에게 감봉·견책, 4명의 영관급 장교에겐 근신·견책 등의 경징계 처분을 했다. 그래 놓고 시간을 끌다 이런 식으로 뒤처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준장이 단장인 전력분석시험평가단의 정책연구관 자리에 2함대 사령관이었던 김 소장을 앉힌 것도 모양이 우습다.

이러다 보니 징계자와 피징계자들이 외부에 공표되면 서로 이로울 게 없는 자신들만의 또다른 기밀을 놓고 담합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그러잖아도 천안함에 관한 당국의 발표를 못미더워하는 시선이 여전히 나라 안팎에 존재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어정쩡한 처리로 의혹만 키우다가 더 난처한 꼴을 당하지 말기 바란다.


[한겨레  2011. 10. 27  사설]

 

 

 


천안함은 어떤 방어상태에서 당했을까?

                                                             (서프라이즈 / 스텔스잠수함 / 2011-10-27)


 

… (前略) …

이번 독수리훈련 중 동해에서는 이지스함 존 매케인함머스틴함이 동해항에서 출항해 훈련에 참가했고, 남해에서는 미 7함대 기함인 블루릿지함 및 이지스함 샤일로함핵잠수함 콜롬비아가 진해항에서 출항했고, 서해에서는 이지스함 라센함커티스 윌버함이 평택항에서 출항해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한국 해군은 서해에 이지스함 세종대왕함과 최신예 전투함인 최영함, 윤영하함이 훈련에 참가했고, 잠수함 최무선함도 콜럼비아함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 훈련에는 이미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뿐만 아니라 미 본토와 일본 등에 있는 미군 8000여 명이 참가했다.

즉 한미연합사는 동·서·남해에서 해군력을 총동원하다시피 하여 훈련을 벌이고 있었고 특히 서해에는 미 이지스함 2척과 한국 이지스함 1척을 포함한 최첨단 해군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평상시도 아니고 최첨단 해군력이 가동하는 상태에는 호위함과 초계함이 기함과 이지스함을 호위하고 대잠함 헬기와 정찰기와 초계기가 동원되어 잠수함 등의 동향을 감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의 잠수함이 침투했다면 천안함과 라센함 및 커티스 윌버함, 세종대왕함 사이로 침투하고도 발각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또 천안함이 북의 잠수함을 사전 포착하지 못했더라도 어뢰가 인근에서 폭발할 때까지 이를 감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천안함이 피해를 입은 이후에도 한미연합사는 잠수함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파악했다면 그 잠수함을 차단, 파괴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정치인들이여, 이제 천안함에 대해 당당해져라”

[기고] 상식과 합리성의 시대를 원한다면

(프레시안 / 이승헌 / 2011-10-27)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그것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승리했다. 박원순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비교해 보면 당연한 결과다. 서울 시민들이 상식에 맞는 결정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선거 때마다 꺼내는 전가의 보도, 허위에 입각한 인신공격과 색깔론 등을 다 꺼내 박 후보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했지만, 시민들을 현명한 판단을 했다.

특히 박 후보가 20대, 30대, 4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매우 뜻깊다. 그 썩어 문드러진 전가의 보도들이 현재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시대에는 쓸모조차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그것 말고는 달리 보여줄 것이 없던지.

그러한 조짐은 작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이미 나타났었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정부와 보수언론이 대대적으로 벌였던 색깔론의 광풍에도 야권이 약진하지 않았는가. 이 흐름이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시민들은 명백히 보여주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30년을 관통하는 젊은 세대의 박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이제 보수니 진보니, 반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낡은 이념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분단 상황 때문에 그 이념들이 아직 유효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어버이연합'으로 대변되는 소위 보수 진영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상식과 합리성이다. 이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대전현충원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 ⓒ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시점이지만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에게 아쉬웠던 점 하나를 언급하고자 한다. 나경원 후보가 첫 토론회에서 박 후보의 사상을 검증한답시고 천안함 사건을 들이댔을 때 박 후보가 보여줬던 실망스러운 대응이 그것이다. 우선 필자는 그러한 대응이 박 후보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면밀하게 공부하지 않아서 나오는, 즉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였다고 보고 싶다. (☞ 관련 기사 : 박원순 ‘천안함 숨바꼭질’ 비겁하다)

지금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는 내년 양대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소위 보수언론들이 천안함 사건을 다시 들고 나와 친북/반북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건대 그들은 그것밖에는 써먹을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천안함 문제를 짚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왜 내년 총선과 대선이 중요한지와 관련되어 있다. 내년 선거에서 진보 진영 혹은 범야권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왜 그래야 하는가? 필자는 진실이 거짓을 이기고, 상식이 통하고,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본다.

그러나 그처럼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고 그저 표를 달라고만 한다면 무슨 감동이 있겠는가? 그것은 전술적으로도 어리석다. 유권자들에게 감동도 주지 않고 표를 구걸하면 사람들이 움직일까?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천안함과 관련된 토론이 오간 뒤 잠시 흔들렸던 것은 나경원 후보가 천안함을 소재로 공격할 것을 예상치 못했다거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웬 천안함이냐’고 대응하면 될 것이라는 불철저함이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선거에서도 그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비록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과 잘못으로 야권이 승리한다고 해도 그건 분명 반사이익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게 정권을 잡는다면 또다시 ‘절반의 실패’라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경합하는 양측이 원하는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도 명확해질 수 있다. 2013년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에도 강한 추동력이 생길 것이다.

정치인과 지식인들이여, 이젠 천안함 문제에 대해 당당하시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났듯 국민들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은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적 진실’의 영역에 속한다. 천안함은 한국 사회의 마지막 터부인 안보 문제인데다가 북한의 연루 혐의가 씌워진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느냐, 아니면 여전히 비합리적일 것이냐를 가르는 척도이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만큼 국민 의식은 성숙해있다.

천안함 정부 발표에 합리적 의문들을 제기했던 사람들의 의견에 무조건 동감해달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성의를 가지고, 그간 나온 자료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이미 많은 자료들이 널려 있다. 글을 읽기가 귀찮으면, 동영상도 있다. 필자가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에 출연해 대담한 것이나, 작년 11월 방영된 <KBS> ‘추적60분’ 등을 보면 된다.

천안함 사건에 관심이 있거나, 발언하고 싶거나, 앞으로 발언을 해야만 하는 분들에게 꼭 한번은 이러한 자료를 보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나서 비이성적인 ‘심증’은 버리고, 이성적으로 양심에 부끄럼이 없게, 당당하게 발언하시라는 부탁이다.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은 거짓과 진실, 비합리와 합리성의 대결이다. 후보자들이 당당해져야 그런 구도가 확실히 잡힌다. 지레 겁을 먹고 회피하려 한다면 다시 진흙탕에서의 이전투구만 재연될 뿐이다. 국민은 정정당당한 진검승부를 원한다. 내년에 상식과 합리성의 시대가 활짝 열리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이승헌 / 美 버지니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