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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엑스맨’들에게 바란다

道雨 2011. 11. 17. 11:21

 

 

 

         민주당 ‘엑스맨’들에게 바란다 

 

한나라당과 확실히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야당은 왜 존재하나

 

 

»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한 여야 합의문으로 물의를 빚더니, ‘당내 강경파의 주장은 쇼’라는 발언으로 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적전분열’이라며 비판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보다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책 능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다. 당시에는 집값 안정과 재벌개혁에 대한 민심의 기대가 뜨거울 때였다.

그런데 당시 김 부총리의 취임 일성은 법인세 인하였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법인세 인하를 강하게 반대했기에 당시 김 부총리의 발언은 뜻밖이었다.

 

여론의 반대로 그는 법인세 인하 방침을 철회했으나 당시 불안해하던 재벌들은 속으로 웃기 시작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터도 그가 닦았던 셈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초기 부동산 대책인 ‘10·29 대책’에서 대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주택공사 분양원가 공개’와 ‘보유세 중과세’를 제외했다.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도 아닌, 수십년 동안 주택공사라는 공기업이 지어온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소비자 정보 제공 차원에서 공개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그는 ‘사회주의적 조처’라며 뿌리쳤다.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다.

 

집값 안정과 재벌개혁은 물건너가기 시작했다.

‘10·29 대책’은 결국 실패했고 수도권 집값은 2차 폭등을 준비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장본인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그는 당시 ‘가장 시급히 교체돼야 할 장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우리가 정권을 내주게 된 직접적 원인은 부동산 정책을 잘못 쓴 탓”이라고 누워서 침 뱉기를 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관운이 따랐는지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두 차례나 더 맡았다. 당시 그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시절 현 정부 입장과 거의 다르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평가보고서 발간을 주도했다.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돼서는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개인을 비난하려고 그의 행적을 되짚어본 게 아니다.

문제는 김 원내대표 같은 이가 주도했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지금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책 역량이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말로는 ‘재벌개혁’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쳤지만 실제 정책은 그러한 레토릭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 같은 관료 또는 관료 출신 정치인들에게 휘둘린 탓이 컸다.

특히 경제정책에서 이런 양상은 매우 심각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의 정책은 한나라당과 차별화되지 않았고, 민심은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

 

사실 과거 개발연대 방식에 물든 관료 출신 정치인들의 정책 역량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마저도 견제할 다른 정책통이 없었다는 것이 과거 열린우리당의 한계였다. 그런데도 지금 민주당은 여전히 김진표 의원에게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기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민심은 지금 한나라당과 좀더 선명히 차별화되는 정책야당을, 그리고 과거 개발연대의 관료적 발상과 정책역량을 뛰어넘는 인재들을 갈망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확실히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끝으로 김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의 ‘엑스맨’들에게.

 

맞서야 할 상대의 프레임 안에서 길을 내는 것은,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함몰되는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트위터 @kennedian3 ]